'토종 쌍포' 36점 합작... 흥국생명 개막 10연승 질주
[여자배구] 28일 GS칼텍스전 첫 세트 내주고도 3-1 역전승, 역대 4번째 기록선두 흥국생명이 최하위 GS칼텍스를 제물로 개막 10연승을 완성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GS칼텍스 KIXX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1-25,25-19,25-6,25-13)로 승리했다. 1세트를 빼앗기며 불안하게 출발한 흥국생명은 GS칼텍스가 주력 선수 2명의 부상 이탈 후 흔들리는 틈을 타 내리 세 세트를 따내며 개막 10연승을 질주했다(10승 무패).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서브득점 2개와 블로킹 2개를 곁들이며 18득점을 기록했고 정윤주도 서브득점 4개를 포함해 56%의 성공률로 18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주도했다. 아닐리스 피치도 5개의 블로킹과 61.54%의 성공률로 13득점을 기록하며 힘을 보탰다. 이번 시즌 패배는커녕 풀세트 경기도 한 번 뿐인 흥국생명은 10경기에서 따낼 수 있는 최대 승점 30점 중 29점을 따내며 시즌 초반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최근 네 시즌 동안 3번이나 나온 개막 10연승
▲ 흥국생명은 국가대표 주전 3명이 함께 뛴 2020-2021 시즌 이후 두 번째로 개막 10연승을 달성했다. |
ⓒ 한국배구연맹 |
변수가 많은 여자 배구에서 연승, 그것도 시즌 개막 후 한 번도 패하지 않고 연승을 이어간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번 시즌 흥국생명이 달성한 개막 10연승은 역대 처음이 아니다. V리그에서는 2020년대 들어 지난 네 시즌 동안 세 번이나 개막 10연승을 달성한 팀이 나왔다. 재미있는 사실(?)은 개막 10연승으로 시즌을 시작한 팀 중에서 해당 시즌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팀이 한 팀도 없다는 점이다.
2020-2021 시즌 김연경과 이재영-이다영(GS파니오니오스)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3인방'이 함께 뛰게 된 흥국생명은 시즌 전부터 독보적인 우승 후보로 불렸다. 실제로 흥국생명은 6개 구단 체제였던 2020-2021 시즌 개막 후 2라운드까지 10경기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고 파죽의 10연승을 내달렸다. V리그 여자부에서 최초로 나온 개막 10연승 기록으로 흥국생명의 독주는 시즌 끝까지 이어질 거 같았다.
그러나 4라운드까지 12승3패로 승승장구하던 흥국생명은 2021년2월 학원폭력 사건에 연루된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동시에 팀을 떠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5,6라운드에서 2승8패에 그친 흥국생명은 GS칼텍스 KIXX에게 정규리그 우승을 내줬다. 흥국생명은 플레이오프에서 IBK기업은행 알토스를 꺾고 챔프전에 올랐지만 챔프전에서 GS칼텍스에게 3연패를 당하면서 '용두사미 시즌'이 되고 말았다.
2021-2022 시즌에는 현대건설이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시고르타 샵)가 맹활약하고 이다현이 본격적으로 주전 미들블로커로 출전하면서 개막 12연승으로 흥국생명의 기록을 한 시즌 만에 경신했다. 현대건설은 31경기 동안 28승3패로 독보적인 선두를 질주하며 우승에 가까워지는 듯 했지만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시즌이 조기 종료되면서 '우승'이 아닌 '1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우승에 한이 맺힌 현대건설은 2022-2023 시즌에도 전 시즌의 멤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개막 15연승으로 자신들이 세웠던 기록을 또 한 번 경신했다. 야스민의 허리 부상 이후 흔들리기 시작한 현대건설은 시즌 마지막 14경기에서 4승10패로 부진하며 정규리그 2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3위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게 2연패로 '업셋'을 당하면서 챔프전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최고의 초반 만들었지만 방심은 금물
▲ 김연경은 이번 시즌에도 득점 4위와 공격성공률 1위,리시브 효율 2위를 달리며 리그 최고의 선수로 군림하고 있다. |
ⓒ 한국배구연맹 |
지난 두 시즌 연속으로 챔프전 준우승을 차지한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상황이 썩 좋지 않았다. '디펜딩 챔피언'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외국인 선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와 아시아쿼터 위파위 시통, 팀 내 FA 정지윤을 모두 붙잡으며 우승 전력을 유지했다. 반면에 흥국생명은 FA 자격을 얻은 이주아(IBK기업은행 알토스)가 팀을 떠났고 김해란 리베로가 은퇴하면서 전력에 적지 않은 공백이 생겼다.
흥국생명은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도 전체 6순위 지명권을 얻으며 좋은 외국인 선수를 우선 지명할 기회를 잃었다. 설상가상으로 아시아쿼터로 지명했던 196cm의 미들블로커 황루이레이는 컵대회를 치른 후 시즌 개막을 앞두고 피치로 교체됐다.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 2020-2021 시즌 이후 두 번째로 개막 10연승을 질주하며 최고의 초반을 보내고 있다.
지난 10월 19일 개막전부터 현대건설에게 지난 시즌 챔프전 패배를 설욕한 흥국생명은 뛰어난 공격력과 높은 블로킹, 안정된 수비를 두루 갖추며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 12일 풀세트 승리를 따냈던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승점 3점을 따냈다. 아직 2라운드 2경기가 남았음에도 사실상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은행, 현대건설과의 승점 차를 8점으로 벌렸다.
흥국생명은 28일 GS칼텍스와의 원정 경기에서도 가볍게 역전승을 따냈다. 1세트를 내주며 다소 불안하게 출발했던 흥국생명은 1세트에서 스테파니 와일러, 2세트에서 지젤 실바가 부상으로 코트에서 물러난 후 급격히 흔들린 GS칼텍스를 몰아 붙이며 3-1로 역전승을 거뒀다. 특히 3세트에서는 무려 25-6이라는 일방적인 스코어를 만들면서 V리그 역대 한 세트 최다 점수 차 기록(19점)을 갈아 치웠다.
물론 개막 10연승이 대단한 기록인 것은 분명하지만 초반 기세가 아무리 좋다 해도 흥국생명이 10연승의 달콤함에 취해 있기는 너무 이르다. 2022-2023 시즌의 현대건설은 개막 15연승을 거두고도 챔프전 우승은 물론이고 정규리그 우승도 놓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의 최종 목표가 챔프전 우승인 만큼 구단과 선수들은 시즌 끝까지 긴장을 풀지 말고 지금의 좋은 경기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