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준의 성장은 허수봉의 플레이를, 허수봉의 결정력은 정태준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정태준의 성장은 허수봉의 플레이를, 허수봉의 결정력은 정태준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촐싹녀 0 3



정태준과 허수봉이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현대캐피탈이 2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치러진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경기에서 OK저축은행을 3-1(25-17, 29-31, 25-21, 25-23)로 꺾었다. 중간 중간 고비가 있었지만 이를 잘 극복하면서 승점 3점을 챙겼고, 승점이 23점으로 동률인 대한항공을 다승으로 누르고 1위 자리에 올랐다.

이날 허수봉과 정태준의 활약은 돋보였다. 허수봉은 경기 최다인 28점을 퍼부었고, 공격 성공률도 74.29%로 상당히 높았다. 특히 3세트에는 8점을 올리면서 공격 성공률 100%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정태준은 블로킹 3개 포함 6점을 올리며 쏠쏠한 득점원으로 거듭났다. 유효 블로킹도 팀 내에서 가장 많은 4개를 잡아냈다.

경기 후 두 선수가 함께 인터뷰실을 찾았다. 먼저 허수봉이 “쉽게 갈 수 있는 경기였는데, 2세트에 분위기를 내준 것이 아쉽다. 하지만 3세트부터 선수들이 다시 해보자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고, 3-1로 승리할 수 있었다. 보완할 부분도 많이 확인한 경기였다”는 소감을 전했고, 이어서 정태준도 “일단 승리해서 기쁘다. 그래도 연패를 하지 않고 승점 3점을 챙겼다는 점이 다행”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후 허수봉과 먼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허수봉은 직전 경기였던 우리카드전에서 힘든 경기를 치렀다. 공수 양면에서 흔들리면서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그랬던 그가 이번 경기를 어떻게 준비했을지 궁금했다. 허수봉은 “최근 두세 경기에서 공격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았다. 감독님과도 미팅을 했고, (황)승빈이 형과도 대화를 나누면서 어떻게 하면 잘 때릴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오늘은 승빈이 형이 잘 올려줘서 잘 때릴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공격 타이밍 조정에 집중했음을 전했다. 



허수봉의 말대로 이날 허수봉과 황승빈의 호흡은 상당히 좋았다. 특히 2세트 5-3에서 나온 백파이프를 포함한 여러 차례의 파이프 플레이가 위력적이었다. 허수봉은 “파이프 같은 경우는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가 전위 레프트에 있을 때 승빈이 형이 레오 쪽으로 블로커를 빼고 공간을 비워서 잘 때릴 수 있게 해준다”며 황승빈에게 멋진 파이프의 공을 돌렸다.

이날 경기의 최대 고비는 단연 2세트 이후였다. 길어진 듀스 접전에서 허수봉의 3단 처리 실패로 29-31이 되면서 2세트를 내준 상황, 그 다음 세트를 어떻게 푸느냐에 경기의 승패가 달려 있었다. 그리고 허수봉은 3세트에 공격 성공률 100%를 기록하면서 결자해지에 성공했다. 그는 “2세트가 끝나고 선수들에게 ‘진 건 진 거고, 다시 해보자’고 말했다. 경기를 질 것 같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고, 우리가 크게 못해서 2세트를 진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승점 3점을 얻는 데만 집중했다”며 주장으로서 자신과 동료들의 멘탈을 다잡았음을 밝혔다.

이후 정태준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우선 이날의 날카로웠던 블로킹 감각에 대해 정태준은 “OK저축은행 같은 경우 플레이를 어렵게 하는 팀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경기 전에 준비된 매치 플랜대로만 움직였을 뿐이다. 그냥 내가 해야 할 일을 한 것 같다”며 기본에 충실했을 뿐임을 강조했다.

현대캐피탈이 승리를 향해 조금씩 전진하던 4세트 23-22에서 정태준은 황승빈이 과감하게 올린 속공 패스를 깔끔한 공격으로 처리했다. 1라운드에는 비슷한 상황에서 정태준이 득점을 올리지 못하면서 결국 현대캐피탈이 무너지는 상황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정태준이 이와 같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결국 허수봉과 레오를 향한 상대 블로커들의 집중견제는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정태준의 성장이 허수봉의 플레이를 편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

정태준은 “우리 팀 아웃사이드 히터들이 워낙 좋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핀치 상황에서 투-쓰리 블록이 붙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에서 쓰는 속공을 많이 연습했고, 연습 과정에서 자신감이 좀 생긴 것 같다. 그냥 연습 때처럼 자신 있게 때려보자고 생각했다”며 당시의 마음가짐을 전하기도 했다.



정태준은 그간 클러치 상황에서의 허무한 서브 범실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는데, 이번 경기에서는 단 하나의 범실도 기록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연속 서브를 구사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그는 이에 대해 “서브는 마음 편하게 때리고 있다. 범실만 하지 않으면 (허)수봉이 형을 포함한 형들이 다 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다”며 형들에게 공을 돌렸다. 실제로 이날 정태준의 연속 서브 때 허수봉이 반격을 진두지휘했다는 점에서, 허수봉의 결정력이 정태준의 서브 범실을 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정태준은 허수봉에 대한 이야기를 더 이어갔다. 그는 “나이에 비해 정말 책임감도 강하고 실력도 뛰어난 형이다. 실력은 거의 외국인 선수 수준인데 팀의 주장까지 맡고 있는, 정말 배울 게 많은 형이다. 코트 밖에서도 형이 몸 관리하는 걸 보면서 많이 배우려고 한다”며 허수봉을 한껏 치켜세웠다.

그러자 허수봉도 정태준에게 칭찬으로 화답했다. 그는 “(정)태준이가 팀에 많은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 실력도 많이 늘었다. 아직 어린 선수인 만큼 실수도 할 수 있는데, 신경 쓰지 않고 형들을 믿고 플레이했으면 좋겠다. 코트 안팎에서 성실하게 형들한테 배우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정말 기특한 동생”이라며 정태준을 격려했다.

끝으로 두 선수는 궂은 날씨에도 관중석을 가득 메워준 천안 홈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허수봉은 “이번 시즌에 홈에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는 것 같다. 우승했던 시즌 못지않은 환호성을 들을 수 있다. 팬 여러분들이 행복하시려면 우리가 경기에서 이겨야 할 것 같다. 많은 승리를 선사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의젓한 이야기를 들려줬고, 정태준은 “눈이 정말 많이 왔는데도 찾아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팬 여러분의 응원으로부터 언제나 큰 힘을 얻고 있다”며 진심어린 감사 인사를 남겼다.

젊은 주장은 더 젊은 유망주에게 안정감을 주고 있고, 유망주는 가파른 성장세로 주장의 플레이를 편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이와 같은 동료들끼리의 선순환이야말로 현대캐피탈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최대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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