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빠르게 팬 사랑 차지했는데..." 아직도 부상 아쉬워하는 美 매체, "이게 다 구장 펜스 …
이정후. /AFPBBNews=뉴스1메이저리그(MLB) 데뷔 첫 시즌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하지만 지역 매체에서는 그의 실력이 아닌 외부 요인 탓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매체 NBC 스포츠 베이에어리어는 29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오프시즌을 언급하며 이정후를 비롯한 외야진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샌프란시스코는 올 시즌 80승 82패(승률 0.494)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에 머물렀다. 2021년 지구 우승 이후 3년 연속 플레이오프 탈락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지구 라이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밥 멜빈 감독을 데려왔음에도 지난해보다 단 1승 더 추가했을 뿐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공수겸장 3루수 맷 채프먼이나 사이영상 출신 블레이크 스넬 등을 데려왔지만, 샌프란시스코 최고의 투자는 바로 이정후였다. 그는 지난해 12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와 1억 1300만 달러(약 1577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 4년 뒤인 2027시즌 종료 후 옵트아웃(계약 기간 도중 FA 권리 행사 등으로 인한 계약 파기) 조항이 포함된 계약이었다. 이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빅리그에 진출한 역대 한국인 선수 중 가장 큰 규모였다.
개막전부터 꾸준히 1번 타순에 이름을 올린 이정후는 부침도 있었지만 한때 11경기 연속 안타(4월 8일 샌디에이고전~4월 21일 애리조나전)를 기록했다. 5월 8일 콜로라도전에서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한 경기 3안타를 터트리며 조금씩 감을 올리고 있던 중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왼쪽 2번째)가 5월 13일(한국시간) 신시내티전에서 1회 초 수비 도중 어깨 통증을 느끼고 교체되고 있다. /AFPBBNews=뉴스1그러나 이정후는 불운의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하고 말았다. 그는 5월 13일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와 경기에서 중견수로 출전했으나, 1회 초 2사 만루에서 제이머 칸델라리오의 큼지막한 타구를 잡으려다가 펜스에 부딪히고 말았다. 고통을 호소한 이정후는 곧바로 타일러 피츠제럴드와 교체돼 경기에서 빠졌다.
이후 샌프란시스코 구단에 따르면 이정후는 어깨의 구조적 손상(structural damage)으로 인한 어깨 탈구(Dislocated Shoulder) 진단을 받았다. 결국 6월 초 스포츠의학의 대가 닐 엘라트라체 박사의 집도 하에 수술대에 오르며 시즌아웃됐다. 앞서 이정후는 지난 2018년 KBO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수비 도중 어깨가 탈구된 바 있다.
이정후의 빅리그 첫 시즌은 37경기 타율 0.262(145타수 38안타) 2홈런 8타점 15득점 2도루, 10볼넷 13삼진, 출루율 0.310, 장타율 0.331, OPS 0.641로 마감됐다. 미국 매체 블리처리포트는 이정후의 올 시즌에 대해 F학점을 매기며 "샌프란시스코가 그에게 기대한 모습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NBC 스포츠 베이에어리어의 의견은 달랐다. 매체는 '올해 외야진에서 가장 안 좋았던 부분'을 언급하며 "제일 큰 문제는 오라클 파크의 외야 펜스였다"며 이정후의 부상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팀 역사상 가장 큰 계약을 맺고 주전 중견수와 1번 타자가 될 선수가 커리어 2번째 어깨 탈구를 당하고 말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정후는 단 37경기 출전에 그쳤고, KBO에서 MLB로 넘어오면서 적응 기간이 필요해 수치적으로는 보여준 게 많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매우 뛰어난 수비의 중견수라는 걸 증명했다"고 말했다. 매체는 이정후의 송구 속도 94.2마일(약 151.6km)은 부상 전 기준 빅리그 6위였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한 "헛스윙 비율도 4.2%에 불과했고 삼진 비율도 MLB에서 3번째로 낮았다"며 "배트 컨트롤은 빅리그에서도 통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부상은 아쉬웠지만, 이정후는 빠른 시간 내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샌프란시스코는 그가 팀에 활기를 불어넣기를 기다렸다"며 "1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