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클록이 온다… ‘대도루 시대’ 임박
올 시즌 도루왕 두산 조수행이 지난 7월 KIA전에서 도루를 시도하는 모습. /두산 베어스
프로야구 ‘대도(大盜)의 시대’가 열릴까. 내년 피치 클록(Pitch Clock)이 1년 늦게 정식 도입된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피치 클록 도입 목적에 대해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여주기 위한 시간 단축”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지난해 하반기 도입 예정이었지만, 반발에 부딪혀 1년간 시범 운용 기간을 거쳤다. 후반기부터는 피치컴을 긴급 수입해 현장에 배포하기도 했다.
피치 클록은 투수에게 주자가 없을 때는 20초, 주자가 있을 때는 25초 제한이 주어진다. MLB 기준(주자가 없을 때 15초, 주자가 있을 때 20초)보다 여유가 있지만, 투수는 이 시간 내에 투구를 마치거나 견제를 시도해야 한다. 제한 시간을 넘기면 제재(투수는 볼, 타자는 스트라이크)를 받는다. 투수 투구 간격이 제한되면서 견제 동작 빈도가 줄어들고, 주자들은 이를 활용해 더욱 공격적으로 도루를 시도할 환경이 조성된다.
이미 도루에 유리한 환경은 마련됐다. 2024 시즌 베이스 크기가 기존 15인치(38.1㎝)에서 18인치(45.72㎝)로 커지며 각 누 간 거리가 좁아졌다. 홈베이스와 1루와 3루 간 거리는 7.62㎝ 줄었고, 1~2루, 2~3루 거리는 각각 11.43㎝씩 감소했다. 이로 인해 주자들은 이전보다 긴 리드를 가져가면서도 상대 수비를 압박할 기회를 얻었다. 2023년과 비교했을 때 2024년 리그에서 도루 시도는 7.8% 증가했고, 도루 성공은 10.8% 증가했다. 2022 시즌 경기당 도루 시도가 1.75회였던 반면, 2023 시즌에는 2회로 증가했고, 2024 시즌에는 2.15회로 늘었다. 도루 성공률 또한 2023년 72.4%에서 2024년 74.4%로 상승했다.
2024 시즌 도입된 ABS(자동 볼 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는 포수들에게 중대한 변화를 안겼다. 이전까지 포수 핵심 기술 중 하나였던 프레이밍(스트라이크처럼 보이게 공을 잡는 기술)의 중요성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대신 포수들은 도루 저지 능력, 송구 정확성, 블로킹 기술과 같은 전통적인 수비 기술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 포수 도루 저지율은 NC 김형준이 37.8%로 1위였다. 한화 최재훈(28.4%)과 키움 김재현(25.9%)도 안정적인 도루 저지 능력을 선보였다. 도루 저지 능력이 뛰어난 포수는 앞으로 리그에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다.
2023년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피치 클록을 도입하면서 주자들이 이전보다 도루 성공이 많아져 2022년만 해도 팀당 100도루를 넘긴 팀이 30팀 중 단 8팀에 불과했는데, 피치 클록이 도입된 2023년엔 21팀이 100도루를 넘겼다. 이번 시즌엔 워싱턴 내셔널스(223개), 밀워키 브루어스(217개), 신시내티 레즈(207개)까지, 200개를 넘긴 팀이 3팀이나 나왔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09년 탬파베이 레이스의 194도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