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 좌지우지 외국인 선수… 이면에 존재하는 한국 배구 위기
흥국생명 선수단이 24일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도드람 V리그 여자부 방문 경기에서 한국도로공사에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몰빵’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외국인 선수에 V리그 전체 판도가 좌지우지되고 있다.
25일 배구계에 따르면 외국인 선수의 부상이 팀 성적으로 직결되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선수의 활약이 미비하다는 결과이며, 이는 한국 배구의 위기도 가속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독주’ 흥국생명도 피하지 못했다. 올 시즌 개막 14연승을 내달리며 고공비행을 이어가던 흥국생명은 최근 두 외국인 선수의 부상으로 내리 3연패를 당했다. 외국인 아포짓 스파이커 투트쿠 부르주 유즈겡크가 지난달 17일 정관장에서 무릎 부상을 입어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달 24일 한국도로공사전에서는 아시아쿼터 미들블로커 아닐리스 피치마저 햄스트링 부상으로 결장했다. 두 외국인 선수가 부재하자 김연경도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 공격력이 무뎌졌고, 팀 전체 조직력도 흔들리고 있다. 흥국생명은 대체 이들의 부상이 장기화될 것으로 판단해 대체 외국인 선수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자부 최하위인 GS칼텍스도 최악의 부진을 경험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컵대회에서 4강에 오르는 등 기대 이상의 전력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아시아쿼터 스테파니 와일러와 지젤 실바가 동시에 부상을 당하면서 최악의 부진을 경험했다. 실바가 코트로 복귀했지만, 7개 구단 중 유일하게 한자릿수 승점에 머물며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자부에서도 외국인 선수 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2위의 대한항공은 외국인 아포짓 스파이커 요스바니 에르난데스가 2경기만 뛰고 부상을 당했지만 곧바로 대체 선수로 막심 지갈로프를 영입하면서 공백을 막았다.
반면 창단 첫 개막 5연승으로 날아오르던 한국전력은 루이스 엘리안 에스트라다의 부상에 직격탄을 맞았다. 대체 외국인 선수 영입이 늦어지면서 성적이 수직 하강했다. 뒤늦게 아포짓 스파이커 크라우척 마테우스를 영입했지만 아직 전력을 더 가다듬어야 하는 상황이다.
최하위에 그치고 있는 OK저축은행 역시 외국인 아포짓 스파이커 크리스티안 발쟈크(등록명 크리스)의 부진이 크다. 210cm의 장신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12경기(132득점)에서 공격성공률 39.85%에 그치며 큰 활약을 못 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의 경기 비중이 높아지면서 정작 국내 선수들이 성장할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남녀부 모두 최근 국제대회에서 부진하며 경쟁력이 떨어진 지 오래다. 문제는 모두가 위기를 인식하고 있지만 뚜렷한 개선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V리그에서 국내 선수의 성장할 기회가 주어져야 하지만 득점이 보장되는 외국인 선수에게 기회가 가는 게 현실이다. 구단은 당장 성적을 내야하고 그럴수록 특출난 국내 선수의 등장 가능성은 낮아진다. ‘포스트 김연경’이 절실한 한국 배구의 이면에 존재하는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