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이러지…?’ 서브에 블로킹까지, 안 되는 게 없어서 오히려 무서웠던 야마토의 하루
야마토가 완벽한 하루를 보냈다.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무서울 정도의 하루였다.
야마토 나카노(등록명 야마토)는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의 유일한 외국인 세터다. 그는 시즌 초에 엄청난 경기력으로 팀의 5연승을 이끌었다. 현란한 패스워크와 번뜩이는 경기 운영으로 많은 상대 팀들의 경계 대상이 됐다. 그러나 최근 야마토는 흔들리는 팀과 함께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다. 그 탓에 외국인 공격수가 다른 팀보다 한 명 모자란 한국전력의 구성을 지적할 때 집중적인 지적 대상이 된 적도 있는 야마토다.
그러나 2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치러진 삼성화재와 한국전력의 3라운드 맞대결에서 야마토는 자신의 가치를 또 한 번 증명했다. 그는 특유의 현란한 볼 컨트롤로 삼성화재의 블로커들을 교란시키며 경기를 주도했다. 여기에 서브 득점 2개‧블로킹 4개‧공격 득점 2개까지 곁들인 야마토는 만점 활약을 펼치며 팀의 3-1(27-25, 25-19, 21-25, 25-23)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야마토는 “연패가 이어지고 있다보니 우리에게는 마치 다음이 없는 것과도 같은 상황이었다. 그래도 연패를 너무 의식하기보단 이 경기 자체의 승리에만 집중하려고 했는데, 승리를 거둬서 기쁘다”는 경기 소감을 먼저 전했다.
이날 한국전력에는 변수가 있었다. 서재덕이 허리 통증으로 인해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루키 윤하준이 대신 선발로 나선 것. 게다가 단순히 서재덕의 원래 자리를 윤하준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닌 프론트 오더에서 백 오더로의 로테이션 전환까지 동반됐기 때문에 경기를 조율해야 할 세터 야마토로서는 분명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하지만 야마토는 굳건했다.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고 깔끔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야마토는 “프론트 오더든 백 오더든 공격수 한 명 한 명마다 정해둔 세부 전술이 있다. 그래서 오더가 바뀐 것 자체를 너무 의식하지 않고 준비한대로 경기에만 집중해서 한 점 한 점을 올리려고 노력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날 야마토의 서브-블로킹-공격은 그야말로 경기의 ‘크랙’이었다. 그의 견고한 사이드 블로킹과 날선 서브가 적재적소에 작렬하며 한국전력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그러나 정작 야마토 본인은 이에 대해 얼떨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너무 잘 돼서 오히려 뭔가 무서웠다(웃음). 내가 평소에 블로킹이나 서브로 점수를 많이 내는 선수가 아닌데, 2세트까지 너무 완벽하게 잘 됐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야마토와는 지난 KB손해보험전에서 나온 권영민 감독의 작전타임 발언에 대한 이야기도 잠시 나눌 수 있었다. 당시 권 감독은 패색이 짙어진 3세트 후반에 선수들을 불러 모은 뒤 “빨리 지고 나와라”라는 파격적인 멘트를 던졌다. 집중력과 자신감이 결여된 선수들을 자극하기 위한 강수였다.
야마토는 이에 대해 “경기 끝나고도 많이 혼났다. 충분히 그럴만한 경기 내용이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으로서도 우리에게 해줄 말이 없는 경기였다”며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덧붙여 그는 “팀을 운영함에 있어 감독님이 얼마나 진심으로 임하고 계신지를 선수들도 느낄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권 감독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이제 한국전력은 31일 우리카드 원정을 끝으로 이번 시즌의 반환점을 돌게 된다. 야마토는 “시즌 초반에 정말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지만, 이후에는 연패도 많이 경험했다. 이처럼 다양한 상황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동안 팀적인 피드백을 잘 해서 남은 절반의 시즌을 잘 치르고 싶다”고 반환점을 도는 소감도 전했다.
끝으로 야마토는 다가오는 1월 4일에 치러지는 올스타전에 참가하는 포부도 간단히 밝혔다. 통역을 거치기도 전에 올스타전이라는 단어를 알아들은 야마토는 “지금 당장 특별히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지는 않지만, 요청이 들어오면 뭔가를 준비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나는 너무 틀에 박힌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예상 밖의 무언가를 보여주겠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과연 그가 춘천에서 보여줄 예상 밖의 퍼포먼스는 무엇일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