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넣고 묵념한 황희찬…“유가족께 깊은 위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울버햄프턴의 황희찬이 손흥민(토트넘)과 펼친 ‘코리안 더비’에서 골을 넣은 뒤 전남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에 대한 추모의 뜻을 표했다. 국내·외 스포츠계에선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황희찬은 3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의 2024-2025 EPL 1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전반 7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울버햄프턴의 원톱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한 황희찬은 프리킥 상황에서 라얀 아이트누리가 페널티지역 오른쪽 부근에서 밀어준 공을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차 넣어 골대 오른쪽 골망에 꽂아 넣었다. 토트넘 골키퍼 프레이저 포스터가 손 쓸 수 없는 곳으로 향한 원더골이었다.
2경기 연속골이자 시즌 2호골을 넣은 황희찬은 그라운드에서 무릎으로 슬라이딩한 뒤 뒤따라온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이어 그라운드에 멈춰선 그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더니 잠시 서서 묵념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목숨을 잃은 179명의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세리머니였다.
황희찬 전남 무안 제주항공 참사 추모. 황희찬 SNS 캡처
황희찬은 경기 뒤 SNS에 “경기 직전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썼다. 울버햄프턴은 황희찬의 선제골을 앞세워 2대 2로 비기고 3경기 연속 무패(2승 1무)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공격을 책임지는 황희찬과 손흥민이 나란히 선발 출격하면서 이번 시즌 첫 EPL 코리안 더비로 펼쳐졌다. 황희찬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고 손흥민은 왼쪽 윙포워드에 섰다. ‘주장’ 손흥민은 전반 43분 페널티킥을 실축해 아쉬움을 남겼다. 손흥민도 경기 뒤 언론 인터뷰에서 “유가족분들이 너무나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 같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너무 슬프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한국 선수와 인연이 깊은 구단들도 애도에 동참했다. 김민재가 뛰는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은 구단 SNS 계정에 “비극적인 사고에 대해 함께 비통한 마음을 전하며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과 슬퍼하는 한국의 많은 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라는 글을 한글로 남겼다. 박지성이 활약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구단 SNS 계정을 통해 “목숨을 잃거나 다친 모든 분과 가족에게 진심 어린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애도했다.
국내 프로스포츠계도 슬픔을 함께 나눴다. 지난 2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대한항공과 KB손해보험은 경기에 앞서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진행했다. 같은 날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부 페퍼저축은행과 현대건설전도 묵념 뒤 경기를 폈다. 프로농구도 묵념과 함께 치어리더 공연과 응원 이벤트를 열지 않는 등 차분한 분위기에서 경기를 치렀다. 이날 한국배구연맹(KOVO)은 긴급회의를 열고 내년 1월 4일 춘천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V리그 올스타전을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