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스 트레이드로 김혜성이 주전?...천만에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 LA 다저스가 갑작스런 트레이드를 하며 내야자원을 정리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MLB.com)는 7일(한국시간) "다저스가 내야수 개빈 럭스를 신시내티로 보내고 대신 유망주 마이크 시로타와 지명권을 넘겨 받는 트레이드를 했다"고 보도했다.
럭스는 지난 2016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전체 20번으로 다저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진출했다. 그는 1라운드 출신답게 프로진출 단 3년 만인 2019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을 만큼 성장세도 좋았다.
빅리그 무대를 밟은 뒤로는 기회를 받은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매년 한 자릿수 홈런과 2할대 중반의 타율이 전부였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도 2022년에 기록한 0.745가 최고였을 정도다.
(다저스 시절의 럭스)
럭스는 지난해 빅리그 데뷔 후 가장 많은 139경기에 출전했지만 타율 0.251, 10홈런 50타점 OPS 0.703으로 좋지 않았다. 2019년 빅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을 쳤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때문에 럭스에 대한 트레이 또는 지명할당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해 시즌 중에도 계속 거론됐을 정도다.
특히, 지난해 시즌 중반 영입한 한국계 유틸리티맨 토미 에드먼의 합류로 럭스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중앙내야수가 주 포지션인 에드먼은 외야까지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수비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다. 게다가 스위치 타자여서 타순에서도 가용범위가 넓다.
럭스를 트레이드 한 후에도 다저스 뎁스차트에는 현재 유격수와 2루수를 볼 수 있는 자원으로 무키 베츠, 크리스 테일러, 토미 에드먼, 미구엘 로하스까지 4명이나 된다. 여기에 최근 다저스와 계약한 김혜성까지 추가하면 무려 5명으로 늘어난다. 2자리를 놓고 5명이 경합을 벌이는 셈이다.
(다저스 내야수 크리스 테일러, 무키 베츠(왼쪽부터))(다저스 한국계 유틸리티맨 토미 에드먼)
때문에 현 시점에서 일부 매체의 보도처럼 '김혜성이 다저스 주전 2루수'라고 언급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김혜성 외에 앞서 언급한 다저스 내야진 모두는 빅리그 베테랑이다. 이미 리그에서 검증이 끝난 선수들이다. 아프지만 않으면 메이저리그 26인 로스터는 물론 플레잉타임도 보장된다.
반면, 김혜성은 이제 겨우 빅리그 루키 신분이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개막전 26인 로스터에 합류하는 것이 1차 목표일 만큼 아무것도 보여준 것이 없는 백지상태다. 물론, 다저스 내부적으로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있었기에 계약을 했지만 그건 단지 예상일 뿐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메이저리그에서 십 수년을 뛴 베테랑들이 한국에 와서 혼쭐이 나고 가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야구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장담할 수 없다. 빅리그 데뷔도 못했던 메릴 켈리가 한국프로야구(KBO)리그에서의 호투를 발판 삼아 메이저리그 데뷔는 물론 다년계약을 맺으며 역수출 된 것도 같은 의미다. 그래서 야구가 재밌다.
(한국프로야구를 거쳐 메이저리그로 역수출 된 투수 메릴 켈리)(키움 시절의 내야수 김혜성)
럭스가 트레이드 됐지만 김혜성의 현재 신분은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다. 메이저리그 루키로 스프링캠프부터 험난한 경쟁을 펼쳐야 하고, 이겨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마이너 거부권이 없는 그는 지난해 고우석처럼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할 수도 있다.
주변환경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늘 그랬듯 자신과의 싸움이고, 늘 경쟁해야 한다. 적어도 메이저리그에서 다년 보장계약을 맺을 때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