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이 간판인데, 모범이 되고 리더가 돼야 한다"…75억 FA 불펜 듀오는 왜 계약 후 쓴소리 들었을까
롯데 자이언츠 제공OSEN DB
[OSEN=조형래 기자] “너희들이 팀의 간판이다. 모범이 돼야 한다는 얘기를 강하게 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스토브리그를 조용히 보냈다. 그래도 내부 프리에이전트(FA) 선수들, 불펜의 버팀목인 마무리 김원중(32)과 필승조 구승민(35)을 잔류시켰다. 김원중과 4년 총액 54억원, 구승민과 2+2년 총액 21억원에 계약했다. 롯데는 스토브리그 최대 과제를 해소한 뒤 스토브리그 기간 내실을 다지고 있다.
선수들에게도 일단 김원중과 구승민의 잔류는 다행스러운 소식. 롯데에서만 10년 넘게 활약한 두 선수다. 어린시절을 함께 보내면서 의기투합했고 투수진의 리더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모범적인 언행과 성실한 자세로 구단 내에서도 신망이 두텁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눈에는 아쉬운 모습이 보일 수밖에 없다. 김원중과 구승민보다 더 베테랑인 김상수(37)는 투수진의 리더격인 선수들에게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평소에도 후배 선수들과 대화를 통해 많이 교감하고 조언하고 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김상수다. 이는 김원중과 구승민에게도 해당하는 얘기였다. OSEN DB사실 지난해는 FA 시즌이었기에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FA 계약을 마치고 모두 잔류하게 되면서 김상수는 그동안 느꼈던 감정을 두 선수에게 가감없이 전달했다. 김원중과 구승민도 베테랑 선수들이지만 김상수는 할 얘기들이 많았다.
그는 “계약 후에 만나서 밥도 먹고 얘기도 많이 했다. 사실 지난해는 그 친구들이 FA라서 제가 쓴소리를 별로 안했다. 저도 FA를 해봤다. 얼마나 중요한 해인가”라고 운을 떼면서 “하지만 계약 하고 이번에는 쓴소리를 좀 했다”라고 전했다.
더 잘해야 하고 더 모범이 돼서 투수진을 이끌어야 한다는 얘기다. 김상수의 눈에는 아직 만족스럽지 않은 두 선수의 모습이었다. 김상수의 말이 모두 정답일 수는 없지만 ‘팩트’를 바탕으로 쓴소리를 내뱉었다. 김상수는 “‘너희 두 명이 팀의 간판이지 않나. 간판은 모범이 돼야 한다’라는 얘기를 강하게 했다. 물론 두 선수 모두 좋은 선수들이고 열심히 한다. 하지만 열심히 한 것이랑 결과가 나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지 않나. 열심히 하면서 결과도 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OSEN DB이어 “불펜 투수들이 활약을 하면서 평균자책점 1위나 홀드 수치 등 뭐든지 1등은 한 번은 해봐야 하지 않겠나. 우리 롯데 불펜이 지금 KBO 불펜의 최고라는 얘기도 한 번 들어봐야 하지 않겠나. 이런 얘기들을 (구)승민이와 (김)원중이에게 했다”라며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어떻게 해야 강해질지, 우리 투수들이 어떻게 해야 똘똘 뭉칠지 등을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어린 선수들한테도 얘기도 해주고 해야 한다”라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김상수의 쓴소리와 소신은 계속됐다. 그는 “어린 투수들에게 물어본다. 우리 팀에 존경하는 선수가 누구인지. 그런데 누구도 자신있게 얘기가 안 나온다. 우리 팀의 롤모델이 되는 투수들이 돼야 한다”라며 “밑에 어린 선수들이 롤모델이 돼서 열정적으로 운동하는 모습과 열정, 모범적인 사생활 등을 선수들이 따라오게끔 만들어줘야 한다. 그런 롤모델이 없으면 어린 선수들이 갈피를 못 잡는 것이다. 유튜브를 따라 했다가 일본 선수들도 따라했다가 왔다갔다 한다. 그런데 팀의 롤모델이 두세 명이 딱 잡혀 있으면 흔들리지 않는다. 지금 우리 투수 파트에서는 그런 모습이 약간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OSEN DB사소한 것부터 시작이라는 김상수의 얘기다. 캐치볼 시간도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게 김상수의 생각이다. 그는 “예를 들어 캐치볼 시간이 투수들에게 15분이 주어지면, 누구는 10분 만에 끝내고 누구는 7분 만에 끝낸다. 나는 그런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한테 운동하는 시간 중 15분이 가장 중요한 시간인데 7~8분 만에 끝냈다? 이해가 안갔다. 팔 푸는 것으로 끝나면 안된다. 15분 동안 죽어라 던지고 피칭 들어가기 전에 부족한 것들을 보완해서 완벽하게 해야 한다”라면서 “이런 것들이 부족해서 승민이나 원중이에게 ‘너희들이 그렇게 해줘야 한다’라고 쓴소리도 많이 했다. 그래야 어린 선수들도 따라하고 습관이 된다. 그렇게 눈치 보면서 따라하면 습관이 되고 문화가 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결국 김상수가 2023년 롯데에 온 이후 꾸준히 역설했던 팀의 문화 형성과 관련된 얘기로 이어졌다. 그는 “한두 명의 변화가 생겨서 어린 애들까지 따라하게 되면 그게 문화가 된다. 롯데는 아직 이런 문화가 없었다. 문화가 없는 팀이 무슨 5강을 가냐. 문화가 없는 팀이 상위권에 있을 수 없다. 문화가 있는 팀이 상위권에 있고 우승을 했다. 그 팀의 리더가 누구이고 롤모델인지 다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OSEN DB그러면서 “원중이와 승민이에게는 ‘5년 동안 결국 너희들이 투수들 중에서 리더가 못 된 것이다. 그랬으면 투수진이 강해졌을 것이고 팀도 더 강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두 선수에게 했다”라고 말했다. 김상수의 쓴소리 폭격이었다.
김상수는 스스로 ‘악역’을 자처했다. “원래 저는 칭찬을 잘 안하는 선배다. 쓴소리를 많이 하는 선배다”라고 말하는 김상수다. 롯데에서 3번째 시즌을 보내지만 김상수는 커리어에서 롯데를 잠시 스쳐가는 인연의 팀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진심을 다하고 있다. 그 진심을 김원중과 구승민, FA 듀오들에게 내뱉은 것. 김상수의 진심이 김원중과 구승민에게 닿았을까. FA 불펜 듀오는 팀을 상위권으로 이끄는 투수진의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을까.롯데 자이언츠 제공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