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장 상대로 승리, '5연승' 흥국생명이 달라졌다
[여자배구] 2일 정관장전 세트스코어 3-1 승리, 시즌 20승 선착흥국생명이 안방에서 '난적' 정관장을 상대로 귀중한 승점 3점을 획득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2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1,22-25,25-10,25-23)로 승리했다. 지난 1월30일 정관장과의 원정 경기에서 3-2 승리를 따냈던 흥국생명은 3일 만에 홈에서 열린 정관장과의 리턴매치에서 승리하며 단독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20승5패).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블로킹 3개를 포함해 51.22%의 성공률로 24득점을 기록했고 정윤주 역시 블로킹 3개를 곁들이며 48.39%의 성공률로 18득점을 올리는 활약을 선보였다.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를 일시 교체하는 어려움 속에도 후반기 7경기에서 5승을 기록하며 시즌 20승에 선착했다. 후반기와 봄 배구에서의 아쉬움으로 우승이 좌절됐던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두 시즌 연속 외국인 선수 중도 교체의 저주(?)
▲ 마테이코는 후반기 시작과 함께 투트쿠의 일시 대체 외국인 선수로 흥국생명에서 활약하고 있다. |
ⓒ 한국배구연맹 |
V리그는 한 시즌에 팀당 36경기를 치러야 하기에 체력 및 부상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시즌 중에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면 외국인 선수가 팀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당히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 두 시즌 동안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흥국생명은 시즌 도중에 외국인 선수를 교체했다가 초반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챔프전 우승에 실패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현대건설은 2021-2022 시즌 시즌 후반까지 독보적인 선두를 달리다가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되면서 아쉽게 우승을 놓친 바 있다. 이후 현대건설은 2022-2023 시즌 더욱 독하게 시즌을 준비했고 야스민 베다르트(시고르타 샵)라는 특급 외국인 선수를 앞세워 개막 15연승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야스민이 허리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현대건설에 불운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현대건설은 야스민의 허리 부상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자 시즌 후반 일세 대체 외국인 선수로 이보네 몬타뇨를 영입했다. 하지만 몬타뇨의 기량은 야스민에 비해 한참 부족했고 결국 현대건설은 흥국생명에게 역전을 허용하며 2위로 정규리그로 마무리했다. 몬타뇨는 플레이오프에서도 2경기에서 24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고 현대건설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 2연패를 당하며 챔프전 진출에 실패했다.
외국인 선수 교체의 저주(?)는 지난 시즌 흥국생명이 이어받았다. 흥국생명은 2라운드까지 좋은 활약을 해주던 외국인 선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베이징자동차)가 3라운드 극심한 부진에 빠졌고 경기에 임하는 태도에서도 문제를 드러냈다. 결국 흥국생명은 후반기를 앞두고 옐레나를 퇴출하고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투수 랜디 존슨의 딸 윌로우 존슨(베가스 스릴)을 새 외국인 선수로 영입했다.
윌로우는 흥국생명 합류 후 11경기에서 214득점을 올리는 준수한 활약을 선보였지만 흥국생명은 현대건설에 밀려 정규리그 우승을 놓쳤다. 흥국생명은 플레이오프에서 정관장을 꺾고 챔프전에 진출했지만 현대건설에게 3연패를 당하며 또 한 번 우승을 놓쳤다. 윌로우는 챔프전 3경기에서 76득점을 기록했지만 109득점을 올리며 챔프전 MVP에 선정된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의 활약엔 미치지 못했다.
마테이코 일시 교체 후에도 7경기 5승
▲ 흥국생명은 투트쿠의 부상 이후 정윤주의 공격 비중을 더욱 늘렸다. |
ⓒ 한국배구연맹 |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사실상 최하위나 다름없는 6순위 지명권을 얻은 흥국생명은 튀르키예 출신의 아포짓 스파이커 투트쿠 부르주를 지명했다. 투트쿠는 김연경과 아본단자 감독이 속했던 명문 페네르바흐체SK에서 활약한 적도 있지만 지명 순위가 말해주듯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았던 외국인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투트쿠는 시즌 개막 후 흥국생명의 복덩이로 거듭났다.
투트쿠는 지젤 실바(GS칼텍스 KIXX)나 빅토리아 댄착(IBK기업은행 알토스) 같은 소위 '몰빵형' 외국인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성실한 플레이로 자신의 포지션에서 제 역할을 톡톡해 해줬고 특히 세트당 0.76개의 블로킹을 기록할 정도로 발군의 블로킹 능력을 자랑했다. 그렇게 개막 후 14연승을 달리던 흥국생명은 작년 12월17일 정관장과의 경기에서 투트쿠가 무릎 부상을 당하는 대형 악재를 만났다.
흥국생명은 투트쿠가 부상 당한 경기를 시작으로 6경기에서 1승5패로 부진하며 선두 자리를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4라운드를 앞두고 투트쿠의 일시 대체 선수로 197cm의 장신 아포짓 스파이커 마르타 마테이코를 영입했지만 적응 기간이 짧았던 탓인지 부족한 결정력과 함께 이고은 세터와의 호흡도 좋지 못했다. 그렇게 흥국생명은 두 시즌 연속 외국인 선수 중도 교체의 악몽에 빠지는 듯했다.
하지만 1월16일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를 3-2로 꺾고 연패에서 탈출한 흥국생명은 내리 5연승을 달리며 2위 현대건설, 3위 정관장과의 승점 차이를 다시 벌려 나가고 있다. 사실 새 외국인 선수 마테이코는 7경기에서 33.33%의 성공률로 79득점을 기록하며 눈부신 활약을 해주진 못하고 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마테이코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고 정윤주를 더욱 적극 활용하면서 공격 효율을 높이고 있다.
5라운드 첫 경기에서 정관장을 꺾은 흥국생명은 앞으로 도로공사와 페퍼저축은행, GS칼텍스, 기업은행 등 중·하위권 팀들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흥국생명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팀들에게 승점을 쌓는다면 오는 21일 현대건설과의 경기를 더욱 부담 없이 치를 수 있다. 위기가 될 수 있었던 후반기를 슬기롭게 치르고 있는 흥국생명은 두 시즌 만에 다시 챔프전 직행 티켓을 따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