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1위 질주에 숨은 비밀, 라커룸 뚫는 ‘마법의 주문’
“디펜스(수비), 리바운드, 패스트브릭(속공), 낫 SK 턴오버, 모션(움직임), 노 아이솔레이션(1인 공격).”
사진=KBL 제공 |
경기 전 프로농구 SK 라커룸, 굳게 닫힌 문 너머로 선수단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라커룸을 뚫을 정도의 큰 목소리에 주변 사람들의 눈도 휘둥그레졌다. 잠시 후, 라커룸에서 나오는 선수들의 표정엔 웃음꽃이 피어있다. 몇몇 선수들은 마치 승리를 위한 마법의 주문을 외듯이 여전히 소리치며 코트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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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현재 SK는 28승7패, 8할의 승률을 자랑하며 선두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2, 3위인 현대모비스(21승13패), LG(21승14패)와의 격차도 6.5∼7경기로 벌어져 있다. 올해 들어 치른 13경기에서 최근 3연승 포함 12승1패다.
SK가 이처럼 올 시즌 막강한 전력을 구축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원팀’을 꼽는다. 감독의 전술과 선수 개개인 능력도 중요하지만, 팀 스포츠인 농구에서 팀 워크가 무너지면 의미가 없다. SK 관계자는 “감독님뿐만 아니라 선수들 모두 팀 워크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이를 위해 경기 전 중요한 몇몇 단어들을 외친다. 일종의 세뇌 작전인데, 효과는 만점”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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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외국인 선수이자 에이스 자밀 워니였다. 워니는 시즌 초반 경기 전 라커룸에서 동료에게 강조하고 싶은 잔소리에 리듬을 붙여 나열했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자 매 경기 리듬 섞인 잔소리가 이어졌다. 한 번은 워니가 2000년생 김형빈에게 주문을 넘겨줬다. 다소 긴 주문에 김형빈은 애를 먹었다. 동료들이 도와주기 시작했다. 다 함께 외치게 된 배경이다. 3라운드 초까지만 하더라도 호흡이 잘 안 맞는 듯했지만, 중반부터 최고의 쿵짝을 자랑하며 목소리까지 커졌다.
지난 3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치른 LG전을 앞두고도 어김없이 마법의 주문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78-70으로 승리했다. 1쿼터 16-22로 밀렸으나, 2쿼터부터 맹렬하게 상대를 몰아붙이며 역전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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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주문 이야기가 나오면 수장도 선수도 방긋 웃는다. 전희철 SK 감독은 “올 시즌 워니가 처음 시작했다.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단어를 얘기하더라. 초반엔 (김)형빈이랑 같이 하다가 어느 순간 다 같이 했다. 사실 리듬이 잘 안 맞아서 들쭉날쭉하기도 했는데, 3라운드 넘어가면서부터 합이 맞았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레 뇌리에 박힌다. 김선형은 “시즌 극 초반엔 워니가 칠판에 써서 강조했다. 이후 형빈이에게 시켰는데, 자꾸 틀렸다”며 크게 웃은 뒤 “3라운드부터는 선수들이 다 같이 배워서 경기 전 루틴으로 계속하고 있다. 아무래도 계속 외치니까 세뇌당하는 느낌이 있어 효과는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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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전만 하더라도 SK는 우승후보가 아니었다. 전 감독 역시 1위를 예상하진 못했다. 그러나 감독의 전술, 선수들의 기량, 팀워크까지 삼박자가 맞물리면서 독보적인 1위에 올랐다. 전 감독은 “사실 4~5위 정도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면서 “시즌을 조금 치르면서 현 전력이 자리 잡고 선수들 몸도 좋았다. 우리는 그대로인데 타 팀에서 부상자가 많이 나왔다. 팀 스포츠 특성상 이기다 보면 시너지에 알파가 붙으면서 팀워크도 돈독해진다. 그래서 우리가 올라온 것”이라고 미소를 쓱 지었다.
SK의 반전 드라마를 써가고 있는 마법의 주문이 오늘도 라커룸에서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