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세계로 이끈 김연경의 '은퇴', 충격만은 아닌 이유

[프로배구] 13일 GS칼텍스전 끝난 후 은퇴 선언한 여자배구 역대 최고의 선수짧았던 야구 외도를 마치고 1995년 코트로 돌아온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은 1995-1996 시즌부터 1997-1998 시즌까지 커리어 두 번째 '쓰리핏(3연속 우승)'을 달성하고 은퇴를 발표했다.
조던은 은퇴 시즌에도 정규리그와 파이널 MVP, 리그 득점왕(28.7점)을 휩쓸며 NBA 최고의 선수로 군림하고 있었다(물론 조던은 3년이 지난 2001년 워싱턴 위저즈로 복귀해 두 시즌을 더 활약했다).
'국보투수' 선동열도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활약했던 1999년 1승2패28세이브 평균자책점 2.61의 성적을 남기고 미련 없이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한신 타이거즈를 이끌던 고 노무라 카츠야 감독은 "시속 150km를 던지는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가 왜 벌써 은퇴하냐"며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선동열은 '정상에서 물러나고 싶다'는 자신의 뜻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은퇴를 번복하지 않았다.지난 2월13일 V리그 여자부 선두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GS칼텍스 KIXX에게 3-1로 역전승을 거둔 날, 배구팬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만36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리그 최고의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배구 여제' 김연경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1998년 마이클 조던이 그랬고 1999년 선동열이 그랬던 것처럼 김연경 역시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관련 기사: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싶었다" 김연경이 밝힌 은퇴 이유 https://omn.kr/2c81r ).
V리그 지배하고 일본-유럽 무대까지 정복
![]() |
▲ 김연경은 13일 은퇴 선언 후 14일 오전 자신의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해 선수생활을 돌아보며 은퇴에 대한 심정을 이야기했다. |
ⓒ <식빵언니 김연경> 화면 캡처 |
188cm의 신장을 가진 한일전산여고(현 한봄고)의 아웃사이드히터 유망주 김연경은 2005-2006 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했다(프로 입단 후에도 계속 성장한 김연경의 신장은 192cm까지 자랐다). 당시만 해도 배구계에서는 '한국 여자배구의 판도를 바꿀 역대급 유망주'라는 기대 속에서도 '과연 프로에서도 기대 만큼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공존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김연경은 프로 입단 첫 시즌부터 V리그 원년 최하위에 그쳤던 흥국생명을 챔프전 우승으로 이끌며 정규리그와 챔프전 MVP, 득점왕(756점)을 모두 휩쓸었다. 김연경은 흥국생명 입단 후 네 시즌 동안 정규리그 MVP와 챔프전 MVP를 각각 세 번씩 수상하면서 흥국생명을 세 번이나 챔프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더 이상 적수가 없는 'V리그의 지배자'로 우뚝 선 것이다.
2008-2009 시즌이 끝난 후 해외 진출을 선언한 김연경은 이적 과정에서 구단과 다소 마찰이 있었지만 2009년 임대선수 자격으로 일본의 JT마블러스 유니폼을 입으면서 해외 활동을 시작했다. 김연경은 일본에서 활약한 두 시즌 동안 우승 1회와 준우승 1회, 득점왕 1회를 기록하며 아시아 무대가 좁다는 사실을 증명했고 2011년 튀르키예 리그의 명문 페네르바흐체 SK로 이적하며 유럽 무대 도전에 나섰다.
유럽 무대에 진출할 때만 해도 김연경과 비슷하거나 김연경 이상의 신체 조건을 가진 선수들이 즐비한 수준 높은 유럽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유럽 무대엔 김연경을 능가하는 신장과 뛰어난 운동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많았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유럽에도 김연경처럼 공수를 겸비한 데다가 뛰어난 배구 센스까지 두루 갖춘 아웃사이드히터는 흔치 않았다.
페네르바흐체에서 6시즌 동안 활약한 김연경은 두 번의 리그 우승과 한 번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 세 번의 컵대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 최고의 선수로 도약했다. 김연경은 '김연경 원맨팀'으로 불릴 정도로 자신에 대한 의존이 심했던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을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36년 만에 4강으로 견인했다. 8경기에서 무려 207득점을 폭발한 김연경은 대회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에게 두 번의 올림픽 4강을 선물했던 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