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가라 2위?…정관장·현대건설, 다른 의미로 치열해진 2위 싸움

PO 대비 모드 '힘 빼기' 돌입…"무리할 필요없어"
정관장 4승3패·현건 2승5패 주춤…6R 맞대결 중요정규리그 2위 싸움을 벌이는 정관장 고희진 감독(왼쪽)과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 (KOVO 제공)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V리그 정규리그의 마지막 관전포인트로 여겨졌던 '2위 싸움'이 묘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여자부 정관장과 현대건설 모두 2위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는 것보다는 플레이오프에 대비하는 전략을 세우면서 다른 의미로 치열한 양상이 됐다.
도드람 2024-25 V리그 여자부가 막바지를 향해 흘러가고 있다. 1위를 확정한 흥국생명(26승5패·승점 76)은 이미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고, 4위 한국도로공사(13승18패·승점 38)가 크게 뒤처져 있어 준플레이오프 가능성은 사라졌다.
남은 것은 정관장(21승10패·승점 58)과 현대건설(18승13패·승점 57)의 2위 싸움이다. 준플레이오프 개최가 무산돼 3위 역시 체력 소진 없이 플레이오프에 돌입하지만, 그래도 2위에게 홈 어드밴티지가 주어진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역대 V리그 플레이오프에서 2위를 차지한 팀의 챔프전 진출 확률은 70.3%(남자부 73.7%, 여자부 66.7%)였다.
◇2위 '이점'보다 '부상 리스크' 우려하는 경쟁자들
하지만 현재까지 흐름을 보면 정관장과 현대건설 모두 굳이 2위 자리에 대한 큰 욕심을 내지는 않는 모양새다. 2위가 가지는 어드밴티지를 위해 애쓰는 것보다 체력을 비축, 플레이오프를 대비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두 팀 모두 주전급 선수들이 부상을 당한 것 또한 '힘 빼기' 쪽으로 기운 배경이 됐다. 주전 선수들이 추가로 부상을 당할 경우 플레이오프 경기력에 더욱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기에, '몸 사리기'에 나서는 것이다.발목 인대 파열 부상을 당한 정관장 반야 부키리치. (KOVO 제공)
정관장은 최근 외국인 선수 반야 부키리치와 미들블로커 박은진이 잇달아 부상 당했다. 둘 다 부위가 발목인데 부키리치는 발목 인대 파열, 박은진은 발목 인대 부분 손상 진단을 받았다. 플레이오프까지 완쾌 후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관장 관계자는 "남은 경기에서 무리를 하는 것보다는 플레이오프에 정상적으로 출전할 수 있게끔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아시아쿼터 외인 위파위 시통이 왼쪽 전방십자인대 파열과 외측 반월상 연골 손상이라는 큰 부상을 당했다. 부키리치, 박은진과 달리 플레이오프 복귀도 사실상 어렵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도 "우리가 대전(정관장의 홈)에서도 나쁘지 않은 경기를 치러왔다"면서 "6라운드에선 플레이오프를 잘 치르는 것에 초점을 맞추겠다"며 2위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에둘러 전했다.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현대건설 위파위 시통. (KOVO 제공)
◇주전 컨디션 저하에 성적↓…'힘 빼기' 모드로 재충전 꾀한다
부상자도 아쉽지만 두 팀 모두 최근 전반적인 경기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한때 13연승을 내달리던 정관장은 2월 들어 연승이 끊긴 뒤 4승3패로 주춤했다. 현대건설은 2승5패, 아예 5할 승률도 넘기지 못했다. 양 팀 다 꼴찌 GS칼텍스에 한 차례씩 덜미를 잡힌 것도 똑같다.
현대건설은 지난 27일 한국도로공사에 1-3으로 패했는데, 이날 주전 대부분에게 휴식을 부여했다. 세터 김다인, 미들블로커 양효진과 이다현, 리베로 김연견이 모두 결장했고, 정지윤과 고예림,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도 한 두 세트를 소화하는 데 그쳤다.
정관장도 비슷하게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정관장은 지난 26일 GS칼텍스전에서 박은진이 3세트에 부상으로 물러나자, 4세트에는 세터 염혜선, 외인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 리베로 노란, 아웃사이드 히터 표승주 등 주전 다수를 벤치에 앉혔다.2위 싸움의 승자는 누가될까. (현대건설 배구단 제공)
결국 2위 싸움은 정관장과 현대건설, 두 팀 주전들의 뒤를 받치는 백업이 얼마나 탄탄한 지에 따라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선수층 두께는 현대건설이 정관장보다 좀 더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지막 한 번 남은 양 팀의 맞대결도 순위 싸움의 중요한 키가 될 전망이다. 올 시즌 맞대결 전적에선 3승2패로 정관장이 근소한 우위를 점한 가운데, 두 팀은 3월 9일 현대건설의 홈인 수원에서 마지막 매치를 남겨뒀다.
상황에 따라선 두 팀 모두 이 경기에서 주전급 선수들을 투입하며 힘을 낼 수도 있다. 잔여 일정서 힘을 빼더라도 맞대결에서는 밀릴 수 없다는 심리가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