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벌 잔디는 서울시만 책임?…공단 "2월 개막 끝까지 반대했다"

"2월 리그 개막 곤란하다 입장, 작년부터 전달"[서울=뉴시스]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의 제시 린가드. (사진=린가드 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상태 악화로 운영 주체인 서울시설공단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지만 공단은 리그 조기 개막을 강행한 한국프로축구연맹에도 책임이 있다며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서울과 김천 상무의 프로축구 하나은행 K리그1 2025 3라운드 맞대결 이후 열악한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상태가 드러났다.
양 팀 선수들은 그라운드 곳곳에 움푹 파인 잔디로 곤욕을 치렀다. FC서울 주장이자 스타플레이어인 제시 린가드는 잔디 때문에 아찔한 부상을 당할 뻔했다. 이튿날 린가드는 누리소통망(SNS)에 파인 잔디 위에서 드리블하는 사진과 함께 골프 치는 그림을 올리며 '골프장 잔디가 움푹 파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후 화가 난 축구팬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 운영 주체인 서울시설공단을 향해 집중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등 파장이 이어졌다.
결국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은 긴급 복구를 통해 오는 29일 열리는 다음 FC서울 홈경기 전까지 잔디 상태를 정상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에도 비판 여론이 잦아들지 않자 서울시설공단은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설공단은 프로축구 조기 개막에 따른 예상 문제 등을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일정 조율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11일 밝혔다.
서울시설공단은 동절기 잔디 생육 문제로 2월 리그 개막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한국프로축구연맹에 꾸준히 전달했다.
서울시설공단 조경팀장이 지난해 10월 10일 한국프로축구연맹 구단지원팀장과의 구두 협의를 통해, 그리고 지난해 12월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 연맹 관계자와의 구두 협의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시설공단은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우리나라 중부지방에서 2월에 시즌은 무리"라며 "특히 상암(월드컵경기장)은 지붕 구조로 인해 남측이 채광이 아예 들지 않는 환경으로 지반도 다 동결돼 경기 시 선수 부상이 우려된다. 2월은 잔디가 전혀 생육하지 않는 시기로 상암은 3월 전에는 경기 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밝혔다.
또 "봄에 잔디를 잘 키워야 7~8월에 잔디가 나빠지는 것을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는데 2월에 무리하게 시즌을 진행하면 잔디 훼손 장기화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1월 10일 2025시즌 K리그1 정규라운드 일정을 발표했다. 이 일정에는 2월 중순부터 리그를 치른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결국 서울시설공단은 지난달 6일 FC서울 구단과 홈 개막 관련 사전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남측 그라운드 해동 작업을 비롯해 천막 설치, 열풍기 가동 등 대책 협의가 이뤄졌다는 게 공단의 설명이다.
이 같은 서울시설공단의 주장에 축구계에서는 추가 반박이 나오고 있다.
카타르월드컵이 치러진 2022년에도 2월에 개막한 선례가 있다는 점, 비슷한 시기 프로축구 K리그2(2부) 경기를 치른 인근 목동종합운동장 잔디 상태는 양호하다는 점 등이 언급되고 있다.
아울러 잔디 상태에 자신이 없었다면 FC서울이 리그 초반 일정을 원정 경기로만 치르는 방법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K리그2 전남드래곤즈는 홈구장 광양축구전용구장 잔디 교체 공사를 이유로 개막 후 10연전을 원정 경기로만 치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