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까? 풀까? 정규리그 조기 우승한 전희철의 행복한 고민

전희철 SK 감독 | KBL 제공
프로농구 정규리그 정상에 오른 서울 SK 전희철 감독(52)은 “우승하니 기분은 좋다”면서도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선수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통합 우승에 성공할 것인지 행복한 고민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전 감독은 지난 16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원주 DB를 75-63으로 꺾고 우승을 확정지은 뒤 취재진과 만나 “오늘은 즐기겠지만 이걸로 끝나는 게 아니다. (우승 자격으로 직행하는) 4강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 통합 우승을 노려야 한다. 기록을 쓰면서 우승하니 통합 우승을 못하면 비판을 받는 위치가 됐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SK가 역대 최소인 46경기(37승9패)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는 진기록을 세우다보니 ‘봄 농구’까지 남은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이 깊어졌다.
정규리그에서 남은 경기만 무려 8경기에 달한다. 또 정규리그가 끝나면 시작되는 6강 플레이오프 기간 동안 보름 가까이 실전이 없다. 경기 감각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부상 없이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전 감독은 “과거 사례를 보면 우승하면 분위기가 풀어져 부상이 나올 수 있다. 우승을 확정지었지만 컨디션 유지 차원에서 20~25분 정도는 계속 뛰어야 한다. 팬들을 위해서라도 승리를 포기하는 경기는 안 된다”며 “선수들을 다그치지 않고 경기를 풀어갈지, 아니면 역발상으로 뒤집으면서 혼내면서 경기를 치를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코트에서 버럭 화를 내면 경기력이 살아나는 징크스 아닌 징크스로 팬들의 눈길을 끈다. 우승을 확정지은 DB전에서도 주장 최부경이 리바운드 경쟁에서 밀리자 눈총을 보냈다. 전 감독은 “내가 화를 내면 다른 선수들이 더 집중을 한다”고 웃으면서도 최부경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당분간 휴식을 보장하겠다는 당근을 내놓았다. “감독이니 분위기를 잡는 것”이라고 손사래를 친 그는 “우리는 정규리그 우승팀일 뿐 아직 강팀은 아니다. 누가 4강에 올라올 상대일지도 아직 모른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 감독이 방심을 경계하는 것은 정규리그 우승팀이 정작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확률이 절반을 조금 넘는 55.6%라는 사실이다. 코로나19로 중단된 2019~2020시즌을 제외하면 정규리그에서 정상에 오른 27팀 가운데 15팀만 통합 우승에 성공했다. 전 감독은 “김칫국을 마시면 안 된다. 정규리그에서 우승한 팀이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하지 못하는 사례가 꽤 있지 않느냐. 오히려 마지막까지 치고 올라가는 팀이 우승하는 경우가 많다. 선수들이 긴장을 풀지 못하도록 툭툭 건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 감독은 자신이 방심을 경계하는 것일 뿐 우승에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솔직히 우리가 멤버가 좋아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강팀은 아닐지 모른다. 그래도 부딪치면 강하다는 느낌을 받는 팀, 질긴 팀, 무너지지 않는 팀이라는 이미지는 받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부임 첫해 통합 우승을 달성한 2021~2022시즌을 재현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당시를 떠올린 전 감독은 “당시에는 정규리그 막바지 김선형과 자밀 워니가 부상으로 빠진 기간이 있었다. 벤치 멤버들이 잘 버텨주면서 마지막 결과까지 좋았다. 올해도 김형빈과 김태훈 같은 선수를 잘 키워서 우승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지도자로 난 선수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가려주는 능력이 있다고 자부한다. 선수들과 함께 우승에 도전해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