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외국인 잘 바꿨다? 145㎞도 안 나온 '사직 예수' 굴욕의 8실점, KBO도 못 오는데 어쩌나


사실 두 선수를 보는 롯데의 온도차는 조금 달랐다. 두 선수가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라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반즈는 반드시 잡아야 할 선수로 분류한 반면, 애런 윌커슨(36)은 애매했다. 윌커슨보다 더 좋은 외국인 투수가 있다면 교체하겠다는 쪽에 가까웠다. 결국 롯데는 좌완 더커 데이비슨과 계약하며 윌커슨과 재계약을 포기했다.
윌커슨은 2023년 롯데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해 이닝이터로서의 진면모를 보여주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에도 32경기에서 12승8패 평균자책점 3.84라는 약간 아쉬운 기록을 남겼지만 이닝 하나는 으뜸이었다. 윌커슨은 지난해 196⅔이닝을 던졌다. 200이닝에 3⅓이닝이 빠진 수치였다. 다만 롯데는 윌커슨의 나이를 고려해 더 강한 구위를 가진 선수를 원했다. 윌커슨의 구위로는 버티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봤다.
한국을 떠난 윌커슨은 오프시즌 신시내티 레즈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며 메이저리그 복귀를 노리고 있다. 비록 개막 로스터 진입에는 실패했으나 신시내티의 선발진이 아주 견고하게 돌아간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트리플A에서 좋은 활약을 한다면 기회가 있을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첫 판부터 난조였다. 난타를 당했다.
구단 산하 트리플A팀이자, 지난해 케이시 켈리와 데이비드 뷰캐넌이 잠시 뛰기도 했던 루이빌에서 뛰고 있는 윌커슨은 31일(한국시간) 멤피스(세인트루이스 산하 트리플A)와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3⅓이닝 동안 홈런 네 방을 포함해 9피안타 5탈삼진 8실점이라는 최악의 경기 내용과 함께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갔다. 4이닝도 던지지 못한 채 8실점을 한 투수가 거의 그렇듯, 이날 윌커슨은 패전으로 2025년 시즌을 시작했다.
이날 윌커슨은 포심 30구, 체인지업 12구, 커터 11구, 커브 7구, 슬라이더 7구를 던졌고 포심패스트볼의 최고 구속은 89.4마일(약 144㎞)에 머물렀다. 시즌 초반이라고 해도 자기 구속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으로, 나이에 따른 노쇠화 기미를 우려할 수도 있다. 구속의 경우 몇 경기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난해 KBO리그에서 경력 최다 이닝을 던진 상황이기 때문에 어깨 쪽에 무리가 있었을 수도 있다.
아무리 트리플A 무대라고 해도 최고 구속이 145㎞가 안 나오는 상황에서 상대 타자들의 먹잇감이 됐다. 1회부터 난타를 당했다. 1회 시작부터 연속 3피안타로 1점을 내줬고, 2사 후에는 세자르 프리에토에게 3점 홈런을 얻어 맞으며 기분 나쁘게 경기를 출발했다. 한가운데 커터가 밋밋하게 몰렸다. 윌커슨은 3회에도 솔로홈런 한 방을 맞았고, 4회에는 연속 타자 홈런까지 맞는 등 부진한 끝에 결국 8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윌커슨은 마이너리그 통산 159경기(선발 134경기)에 나가 58승32패 평균자책점 3.50의 성적을 거뒀지만,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는 2019년 밀워키 소속으로 나선 게 끝이다. 2017년 메이저리그에서 데뷔해 2019년까지 14경기(선발 3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6.88을 기록한 것에 머물렀다. 나이까지 있어 메이저리그 복귀 가능성이 밝다고 할 수는 없다.
롯데가 보류선수명단에 묶은 탓에 윌커슨은 롯데와 특별한 합의가 없다면 KBO리그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없다.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입단하기도 쉽지 않은 셈이다. 어쩌면 윌커슨에게 가장 좋은 대우를 해줄 수 있는 무대는 KBO리그였지만, 이제는 조금 더 멀리 떨어졌다. 마지막 도전에 나선 윌커슨이 자신의 뜻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