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이 통산 4번째 통합우승을 향한 첫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

흥국생명은 31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5전3선승제) 1차전 홈경기에서 정관장을 세트스코어 3-0(25-21 25-22 25-19)으로 완파했다. 역대 18차례 V리그 여자부 챔프전에선 1차전 승자가 10차례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비율로는 55.6%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배구여제’ 김연경과 외국인 주포 투트쿠가 동시에 날아올랐다. 각각 16점(공격 성공률 60.87%), 14점(41.94%)으로 흥국생명의 공격을 이끌었다. 흥국생명의 차세대 에이스 정윤주도 13점(41.38%)을 거들었다. 김연경은 “휴식기에 몸관리를 잘했다. 몸상태는 나쁘지 않다. 정말 마무리를 바라보는 시점이지만 크게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 끝까지 집중하겠다. 3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정관장은 ‘세르비아 폭격기’ 부키리치(17점), 아시아쿼터 공격수 메가(13점)가 30점을 합작했지만, 허리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주전 리베로 노란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임시 리베로로 나선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박혜민이 최선을 다했으나, 2% 부족했다.

특히 흥국생명과 정관장은 각각 블로킹 8개, 9개로 대등했고 범실도 15회씩 동일했으나 홈팀이 8차례 서브를 성공시켜 3개에 그친 정관장을 압도했다. 이날 흥국생명은 무려 7명이 서브 에이스를 꽂아넣는 흔치 않은 모습을 연출했다.

역대 여자부 최다 챔프전 우승 기록(4회)을 보유한 흥국생명은 2018~2019시즌 이후 6년 만의 챔프전 우승이자, 4번째 통합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정규리그 3위로 봄배구 무대에 올라 2위 현대건설과 플레이오프(PO·3전2선승제)를 2승1패로 통과하고 2011~2012시즌 이후 13년 만에 챔프전에 오른 정관장은 통산 4번째 챔프전 우승을 노린다.

경기를 앞두고 장외 신경전부터 치열했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이 “고아더(고희진+맥아더)가 인천상륙작전을 하러 왔다”며 “상대 장점인 ‘팁 공격(빈공간 공략)’에 대비했다. 아본단자 감독님께도 우리의 의도를 꼭 전해달라”며 웃었다. 이를 전해 들은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상대를 의식하지 않겠다. 우리는 더 강하게 공을 때리겠다”며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역시나 1세트부터 팽팽했다. 살얼음판 랠리가 한동안 계속됐다. 균형이 무너진 시점은 16-16에서였다. 정윤주의 연속 오픈 공격으로 흥국생명이 흐름을 잡았다. 이어 투트쿠가 상대의 추격이 이어질 때마다 날카로운 공격을 퍼부었다.

2세트 흐름도 비슷했다. 18-18까지 치열했다. 이때부터 흥국생명이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부키리치의 오픈 공격을 이고은이 블로킹으로 끊고, 김연경이 과감한 시간차 공격을 성공한 뒤 최은지가 서브 에이스를 꽂았다. 사실상 승부가 결정된 순간이었다.

3세트는 일방적이었다. 초반부터 흥국생명의 페이스였다. 김연경~정윤주의 연속 퀵오픈으로 8-6을 만들며 압승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후 정윤주가 퀵오픈 공격으로 20점을 찍은 뒤 메가의 공격까지 가로막아 21-15를 만들자, 승리의 기운은 급격하게 흥국생명으로 기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