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오프 같은' 3정후, 안 데려왔으면 어쩔 뻔했나…클러치+출루, 바람의 손자가 SF 이끈다


(엑스포츠뉴스 박정현 기자) 출루면 출루, 득점권 해결이면 해결.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맹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이정후는 2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 3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날 최종 성적 3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 2볼넷으로 6-5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시즌 타율 종전 0.333을 유지했다.
첫 타석부터 이정후의 방망이가 결과를 만들어냈다. 샌프란시스코가 0-1로 끌려갔던 1회말 1사 2루에서 상대 선발 토바이어스 마이어스의 몸쪽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1타점 2루타로 1-1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8경기 만에 올해 11번째 2루타를 터트린 이정후는 피트 알론소(뉴욕 메츠)와 함께 2루타 부문 메이저리그 전체 공동 1위에 올랐다.

이후 안타는 없었지만, 이정후의 출루 능력이 돋보였다. 3회말 무사 1루에서 마이어스의 공을 침착하게 골라내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냈다. 5회말에는 선두타자로 나서 구원 투수 에이브너 우리베 상대 스트레이트 볼넷을 골라내 포문을 열었다. 이정후의 출루는 밀워키를 압박했고, 후속타자 채프먼이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터트려 이정후와 함께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수비에서도 한 차례 번뜩였던 이정후다. 1회초 선발 투수 랜던 룹이 흔들리는 걸 잡아줬다. 무사 1,3루에서 크리스티안 옐리치가 중견수 방면으로 타구를 크게 띄워 희생플라이를 만들어냈다. 공을 안전하게 포구한 이정후는 중계플레이가 아닌 1루로 재빠르게 공을 던져 더블플레이를 완성했다. 1루주자 살 프리릭이 2루로 도루했고, 헤드퍼스트 슬라이딩까지 하며 귀루가 늦어지는 사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판단해 1루주자까지 잡아냈다.
이정후의 수비는 샌프란시스코와 룹에게 큰 도움이 됐다. 룹은 이후에도 연속 안타를 맞아 2사 1,3루에 몰렸기 때문. 프리릭이 누상에 존재했다면, 추가 실점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올 시즌 이정후는 초반부터 빼어난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 정규시즌 2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3(96타수 32안타) 3홈런 16타점 3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981을 기록 중이다. 규정 타석을 채운 팀 내 선수 중 타율과 최다 안타, OPS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방위 공격 지표가 팀 최상위권이다.
샌프란시스코는 비시즌 이정후의 타순을 두고 깊은 고심에 빠졌다. 출루 능력을 고려하면, 1번타자가 맞는데, 클러치 능력을 생각하면, 중심 타선인 3번타자로 배치하는 것이 옳았기 때문이다. 실제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였던 지난해 주로 리드오프로 나섰다.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왼쪽 어깨 수술로 시즌 아웃되기 전까지 준수한 출루 능력을 앞세워 라인업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올해는 붙박이 3번타자로 출전하며 샌프란시스코 공격을 이끌고 있다. 득점권 성적은 무려 0.348(23타수 8안타) 2홈런 13타점 OPS 1.056이다. 그럼에도 출루 능력 역시 변함없다. 4할에 가까운 0.398로 팀 내 가장 많은 22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2번타자 윌리 아다메스가 극도의 타격 부진을 겪고 있기에 3번타자지만, 이닝의 선두타자를 맡는 경우가 많은 이정후인데 상황에 맞게 출루 능력을 뽐내며 누상에서 득점 기회를 만들고 있다.
이정후의 출루도 득점으로 연결되고, 이정후 앞 득점 기회도 점수로 연결되는 기분 좋은 흐름이 샌프란시스코에 이어지고 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는 밀워키와 홈 4연전에서 3승 1패로 위닝시리즈를 확정했다. 시즌 전적은 17승 9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를 기록 중이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17승 8패)와 LA 다저스(16승 9패),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14승 10패) 등 여러 팀이 각축을 펼치는 가운데, 팀이 지난 2021년 이후 4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낼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쏠린다. 이정후는 홈구장에서 26일부터 텍사스 레인저스와 시리즈를 벌인다.
사진=연합뉴스 AP, AFP, REU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