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여우의 퇴장' 레스터 시티 동화의 주인공, 바디가 렉섬으로 간다?!


2015-2016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2020-2021시즌 FA컵 우승. 극심한 양극화가 당연한 현대 축구에서 동화 같은 기적을 이끈 레스터시티의 주전 공격수 제이미 바디는 '동화의 주인공'에 딱 어울리는 선수였다.
한때 잉글랜드 7부리그를 뛰던 무명의 스트라이커 바디는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골든 부트를 거머쥐며,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는 기적 같은 인생 역전을 이뤄냈다. '여우 군단'으로 불리는 레스터시티에서 '박스 안의 여우' 타입의 플레이로 골망을 흔든 바디의 활약은 더욱 운명적으로 느껴졌다.
2025년 여름, 이제 바디의 이름은 영원히 레스터 시티의 역사로 남는다. 잉글랜드 챔피언십 강등이라는 실망스러운 성적 끝에 바디는 퇴단을 선언했다.
2012년 플리트우드 타운에서 100만 파운드의 이적료로 킹 파워 스타디움에 입성한 바디는 13년 동안 496경기에 출전해 198골을 기록하며, 단순한 에이스를 넘어 '레스터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의 퇴장은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레스터라는 클럽이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함을 의미한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4일 보도한 특집 기사를 통해 "레스터 시티가 영원히 잊지 못할 특별했던 선수"라며 바디의 레스터 경력을 총정리했다. 그리고 아직 '바디의 동화'가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신화적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구단이 바디의 차기 행선지가 될 수 있다는 정보를 공개한 것이다.
■ "레스터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바디의 오랜 동료였던 마크 올브라이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분명 레스터 역사상 최고의 선수다. 그가 개인적으로, 또 팀과 함께 이룬 성과는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다. 이제 클럽에서 그가 없는 모습을 상상하는 게 어려울 정도다."
바디는 2014-2015시즌 '기적의 탈출극'이라 불리는 강등 회피에 결정적인 골을 터트렸고, 이듬해에는 말도 안 되는 5000/1의 우승 확률을 뒤집으며 레스터를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2015년에는 루드 판 니스텔로이의 연속골 기록을 깨며 11경기 연속 득점이라는 프리미어리그 신기록도 세웠다.

2019-20시즌에는 33세의 나이로 23골을 기록,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고,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무대에서도 골을 기록하며 레스터의 유럽 무대 도전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그가 이룬 모든 것은 축구 역사상 전례 없는 '신데렐라 스토리'였다.
■ 그라운드 위 천연덕, 라커룸의 진정한 리더
바디는 경기장에서 상대를 도발하고 팬들을 자극하는 '악동' 같은 이미지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그를 직접 경험한 동료들의 평가는 사뭇 다르다.
올브라이트는 "바디는 매우 독특한 인물"이라며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그는 겸손하고 따뜻한 사람이다. 누구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고, 모든 동료들과 솔직하고 친근하게 지낸다"고 전했다.
레스터의 라커룸에서 바디는 단순한 간판 스타가 아니라, 분위기 메이커이자 후배들의 멘토였다. 새로운 선수가 들어올 때마다 바디는 먼저 손을 내밀었고, 그들의 적응을 도왔다. 그는 슈퍼스타가 아닌, 누구보다 '정상적인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 레스터, 변화의 갈림길에 서다
바디의 이탈은 레스터의 전환기를 상징한다. 현재 레스터는 2부 리그 강등 이후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다. 2023년 강등 이후 바디는 챔피언십에서 20골을 넣으며 팀의 프리미어리그 복귀에 앞장섰지만, 이번 시즌 다시 고전하며 리그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최근 홈경기에서는 무려 9경기 연속 무득점이라는 불명예 기록도 세웠다.
감독 뤼트 판 니스텔로이는 부임 후 22경기에서 17패라는 암울한 성적을 거두고 있고, 팬들은 스포츠 디렉터 존 루드킨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구단은 재정적 지속가능성(PSR) 규정 위반 혐의로 EFL로부터 제재 가능성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바디는 마지막까지 팀을 위해 싸웠다. 이번 시즌에도 8골로 팀 내 최다 득점자다. 그러나 1주일에 약 14만 파운드를 수령하던 그의 고액 주급과 계약 종료 시점이 맞물리며, 바디와의 작별은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었다.

■ '바디와 레스터' 다시는 나오기 힘든 이야기
바디와 레스터의 관계는 단순한 선수와 클럽의 계약 관계가 아니었다. 그들은 서로를 키웠고, 서로의 역사를 만들었다. 그의 이적료는 단 100만 파운드였지만, 그가 레스터에 남긴 가치는 헤아릴 수 없다.
한 시절을 끝낸 바디는 말했다. "아직 골을 넣고 싶다. 아직 내 안에는 이루고 싶은 것이 많다." 39세를 앞두고도 여전히 반짝이는 그의 눈빛은, 축구 인생의 다음 페이지를 예고한다. 바디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만, 레스터라는 무대 위에서의 마지막 막이 곧 내릴 뿐이다.
■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렉섬의 동화 속으로 뛰어들까?
바디는 떠나지만, 그가 축구를 떠나는 것은 아니다. "이건 은퇴가 아닙니다. 저는 계속해서 골을 넣고 싶습니다." 그는 여전히 불타는 열정을 드러냈다.
차기 행선지로는 여러 루머가 돌고 있다. 가장 흥미로운 옵션 중 하나는 '라이언 레이놀즈 구단주'로 유명한 렉섬(Wrexham)이다. 내셔널리그에서 챔피언십 승격을 눈앞에 둔 렉섬의 도전은 바디의 개인 여정과도 닮아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미국 MLS. 특히 샬럿 FC의 감독 딘 스미스는 과거 레스터 감독 시절 바디와 인연이 있으며, 지난해 직접 영입을 시도한 바 있다. 당시엔 바디가 팀을 프리미어리그로 복귀시킨 뒤였기에 무산됐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샬럿은 현재 동부 컨퍼런스 선두권에 있으며, 바디의 전 동료 크리스티안 푸흐스가 코치로 활동 중이다.
그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와 중동 지역의 오퍼도 점쳐지고 있으나, 다섯 자녀를 둔 가족의 존재는 바디의 선택에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