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의 앤드원] 니콜라 요키치는 왜 클리퍼스의 사냥감이 되었나

[이동환의 앤드원] 니콜라 요키치는 왜 클리퍼스의 사냥감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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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플레이오프가 막을 열었다. 플레이오프 초반 양대지구를 통틀어 가장 치열하고 흥미를 끌고 있는 시리즈는 덴버 너게츠와 LA 클리퍼스의 맞대결이다.

두 팀은 덴버 볼 아레나에서 열린 첫 2경기에서 혈투 끝에 1승씩을 나눠가졌다. 클리퍼스의 새 홈구장 인튜이트 돔에서 열린 3차전 역시 접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결과는 뜻밖이었다. 클리퍼스가 무려 34점 차 대승을 챙기며 2승 1패로 시리즈 리드를 잡았다. 3차전이 왜 갑자기 일방적인 양상으로 전개됐을까? 핵심은 다름 아닌 클리퍼스의 '요키치 사냥'이었다.

덴버의 요키치 딜레마

니콜라 요키치는 리그에서 가장 압도적인 선수라 할 만하다. 올 시즌조차도 정규시즌 MVP는 샤이 길저스-알렉산더의 것이지만, 여전히 리그 최고의 선수는 요키치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올 시즌 70경기에서 평균 29.6점 12.7리바운드 10.2어시스트, 야투율 57.6%, 3점슛 성공률 41.7%를 기록할 정도로 볼륨과 효율 모두 압도적이다.

시즌 평균 트리플-더블 작성은 역대 6번째이며, 선수로서는 역대 3번째다.

그리고 앞선 클리퍼스와의 1라운드 1차전, 2차전에서도 트리플-더블을 작성하는 지배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요키치가 농구의 모든 면에서 뛰어난 선수냐면 그렇지는 않다. 특히 느린 발과 반응 속도로 인한 좁은 공간 커버 범위, 2대2 수비 불안은 요키치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덴버는 요키치의 이 약점을 요키치의 2대2 수비 위치를 올리거나 나머지 4명의 선수가 활발한 로테이션 수비로 커버하는 방식으로 만회해 왔다.

하지만 핵심 윙 수비수였던 브루스 브라운, 켄타비우스 칼드웰-포프가 팀을 떠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가뜩이나 라인업에 매치업 헌팅 대상이 즐비한 덴버는(니콜라 요키치, 자말 머레이, 마이클 포터 주니어, 크리스찬 브라운) 이제 요키치를 보호하는 수비까지 불안한 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 같은 덴버의 현실은 정규시즌 수비효율지수 21위(115.1)라는 성적표를 통해 이미 확인됐다.

클리퍼스의 3차전 전략 "요키치를 끌어내라. 그리고 뒤를 쳐라"

2차전에서 카와이 레너드의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신승을 거머쥔 클리퍼스.

그러나 3차전을 맞이해 덴버는 이에 대비해 레너드에게 손쉬운 미드레인지 점퍼를 허용하지 않는 갭 디펜스를 준비해왔고, 레너드가 경기 초반 이에 가로막혔다.

하지만 클리퍼스는 곧바로 또 다른 칼을 꺼내들었다. 요키치의 불안한 2대2 수비를 공략하는 '요키치 사냥' 쇼였다.

이날 덴버는 클리퍼스의 2대2 게임에 대해 요키치가 스크리너의 위치 정도까지 높게 올라오는 캐치 헷지(catch hedge) 수비를 활용했다.

레벨 수비(at the level)라고 더 많이 불리는 이 수비는 스크리너 수비수가 스크린 위치까지 올라옴으로써  핸들러의 미드레인지 공간 진입을 방해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클리퍼스는 이 같은 요키치의 캐치 헷지를 주바치의 쇼트 롤(짧은 롤) 이후 직접 득점 혹은 패싱 게임을 통해 공략하면서 무너뜨렸다.



경기 장면을 통해 직접 확인해보자.

카와이 레너드가 볼을 핸들링하고, 주바치(요키치의 마크맨)가 레너드에게 볼 스크린을 걸어주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주바치가 레너드의 왼쪽에 스크린을 걸어주고, 스크린을 받은 레너드가 드리블을 이어간다.

이때 주바치를 막던 요키치의 위치를 주목하자. 안쪽으로 깊이 처지는 드랍백 수비 대신 주바치가 스크린을 걸어준 위치까지 높게 올라온다.

2대2 수비 시에 이처럼 스크리너 수비수가 스크리너의 위치 혹은 그보다 한 발 아래 정도까지 올라오는 것을 레벨 수비(at the level) 혹은 캐치 헷지(catch hedge)라고 부른다.

요키치가 아래로 낮게 처질 경우 미드레인지 게임의 왕자 레너드가 미드레인지 공간을 쉽게 공략할 수 있기 때문에, 요치키가 높게 올라와 레너드의 미드레인지 진입 경로를 막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요키치의 수비 위치에 대한 클리퍼스의 대응이 무섭다. 스크린을 걸었던 주바치가 빠르게 미드레인지 구역으로 쇼트 롤하며 침투한다. 이를 놓치지 않고 레너드가 주바치에게 패스한다.

이때 반대 코너의 바툼을 마크하던 마이클 포터 주니어가 페인트존 한가운데로 들어오며 태깅을 준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주바치가 볼을 잡자, 반대 코너에서 태깅을 위해 페인트존 안으로 들어온 포터 주니어가 주바치에게 바짝 달라붙는다.

그리고 반대 윙에서 크리스 던을 마크하던 애런 고든은 살짝 아래로 내려와 크리스 던과 니콜라 바툼을 모두 체크할 수 있는 겟 투(Get two) 수비를 한다.

이때 덴버 수비의 관건은 포터 주니어의 태깅으로 주바치의 페인트존 득점을 저지하고, 반대 윙과 코너 중 한쪽으로 볼이 나갈 경우 애런 고든과 포터 주니어의 적극적은 클로즈아웃 수비로 좋은 3점 찬스를 주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덴버 수비의 문제가 드러난다. 주바치를 상대로 버텨줘야 할 포터 주니어가 그대로 힘에서 밀리면서 주바치에게 손쉬운 페인트존 득점을 허용한다.

위 장면의 요키치처럼 스크리너 수비수가 깊게 3점 라인 앞까지 튀어나갈 경우, 그 뒷공간을 윙 자원들이 스피드와 파워, 피지컬로 버티면서 커버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2년 동안 브루스 브라운, 켄타비우스 칼드웰-포프를 잃은 덴버는 윙 라인의 에너지 레벨과 수비가 약해진 상태. 주바치의 침착함과 파워가 워낙 좋기도 했지만, 상대적으로 수비에 약점이 있는 마이클 포터 주니어는 그대로 무너지며 주바치에게 2점을 헌납한다.





또 다른 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제임스 하든이 주바치에게 손짓을 하며 볼 스크린을 요청한다. 이번에도 요키치 사냥이다.



주바치가 스크린을 걸자 이번에도 요키치가 주바치의 스크린 위치 바로 한 발 뒤까지 올라오는 캐치 헷지 수비를 펼친다.



하든이 미드레인지로 진입하자, 스크리너였던 주바치가 자유투 라인 부근으로 쇼트 롤하고, 반대 코너의 바툼을 막고 있던 애런 고든은 페인트존 한 가운데로 진입, 태깅을 노린다.

이때 윙의 노먼 파웰을 막고 있던 파웰과 코너의 바툼을 모두 체크해야 하는 '겟 투' 수비수가 되는데, 파웰이 이를 노리고 탑으로 위치를 옮기기 시작한다.





주바치가 공을 잡자 애런 고든이 주바치를 마크, 태깅 수비를 한다.

그리고 주바치가 코너의 바툼을 바라보자, 자말 머레이가 바툼 쪽으로 처진다. 이를 놓치지 않고 파웰이 탑으로 더 적극적으로 이동, 주바치가 파웰에게 패스하며 순식간에 파웰이 오픈 상태가 된다.





자말 머레이가 곧바로 파웰에게 튀어나가며 클로즈아웃 수비를 하고, 주바치를 태깅했던 애런 고든은 코너의 바툼 쪽으로 로테이트, 'X아웃' 로테이션 수비를 시도한다.

하지만 파웰이 지체없이 바툼에게 엑스트라 패스를 연결하며 바툼이 질 좋은 오픈 3점 찬스를 얻었고, 클리퍼스가 3점을 터트린다.



클리퍼스는 3차전 경기 내내 이 같은 요키치의 높은 2대2 수비 위치와 덴버의 불안한 로테이션 수비를 집중 공략, 막강한 화력을 과시했다.

2차전에서 카와이 레너드의 압도적인 퍼포먼스에 무너졌던 덴버는, 시리즈의 분수령이었던 3차전에서는 요키치의 수비 약점이 집중 공략당하며 대패하고 말았다.

안타까운 것은 현재 덴버가 클리퍼스의 요키치 공략법을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윙 자원들이 어리고 수비적으로 미숙한 상태이기에, 클리퍼스의 패싱 게임에 농락당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게다가 2대2 수비 시에 위치를 높게 잡는 요키치는 활동 반경이 늘어나면서 체력 소모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드랍 수비를 하기엔 하든과 레너드의 미드레인지 공략이 무섭기 때문에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시리즈 리드를 빼앗긴 덴버는 과연 어떤 변화를 가지고 나올까. 4차전 덴버의 수비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 = NBA 중계화면 캡쳐, 로이터/뉴스1 제공
이동환 기자 ldh2305@rook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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