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중동자본→토트넘 인수 추진, "레비 회장 OUT 안돼" 필수조건 '대충격

카타르 오일머니가 토트넘에게 손짓하고 있다. 구단 재정이 탄탄해지는 긍정적인 소식에도 토트넘 팬들에게 한가지 걸림돌이 있다. 카타르 중동자본이 토트넘을 인수하는 필수 조건으로 다니엘 레비 회장의 유임이 있다.
영국 매체 '풋볼인사이더'는 25일(한국시간) "카타르 투자 그룹이 토트넘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계획에는 레비 회장이 토트넘을 떠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많은 토트넘 팬들이 레비 회장과 작별을 원하지만, 당장 레비 회장이 토트넘을 떠날 것 같진 않다"라고 보도했다.
다니엘 레비는 2001년, 에닉 그룹이 앨런 슈거로부터 구단 지분을 인수하면서 토트넘의 회장직에 올랐다. 이후 거의 25년에 걸쳐 토트넘을 이끌었고, 탁월한 비즈니스 감각으로 잉글랜드는 물론 유럽 전역에서 재정적으로 가장 성공한 구단 중 하나로 만들었다.
영국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현재 토트넘은 경기당 약 480만 파운드(약 82억 원)의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유럽 전체에서도 바르셀로나와 파리 생제르맹(PSG)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또 현대적 시설을 갖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은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경기장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탄탄한 재정과 세계적인 시설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축구를 잘하지 못한다. 토트넘은 레비 회장 체제 하에서 2008년 리그컵 우승을 제외하고는 메이저 대회에서 단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FA컵, 프리미어리그,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했으나 번번이 문턱을 넘지 못해 팬들의 불만이 끊이질 않았다.
영국 정론지 '가디언'은 지난 2월 "카타르 투자 그룹이 토트넘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을 독점으로 알렸다. 매체에 따르면, 카타르 측은 토트넘의 재정 구조와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단을 더욱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수 조건에는 놀라운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바로 다니엘 레비를 구단의 집행 회장(Executive Chairman)으로 계속 남아야 한다는 조건이다. 단순한 조항도 아니고 필수 사안이었다.
구단 운영 경험이 풍부하고, 사업적 안목이 뛰어난 레비 회장은 카타르 투자자들에게 '안정성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특히 글로벌 스폰서십, 경기장 매출, 미디어 권리 확대 등 비즈니스적인 성장에는 여전히 레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많은 토트넘 팬들에게 실망과 충격을 동시에 안겼다. 팬들은 구단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레비 회장의 퇴진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니엘 레비 회장은 수년간 팬들에게 비판을 받아왔다.
축구 외적으로는 사업 모델을 잘 운영하고 있지만, 트로피 부족, 중요한 순간마다의 감독 교체, 보수적인 선수 영입 정책 등이 이유였다. 최근에는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뒤 프리미어리그 10위권 밖으로 추락하자, 팬 커뮤니티와 온라인 상에서 "레비의 퇴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장 내외에서 "레비 아웃" 레비 회장을 향한 항의 배너와 구호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 토트넘 수비수 앨런 허턴은 '풋볼인사이더' 독점 인터뷰를 통해 레비 회장이 구단을 떠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허튼은 "내가 선수 시절이었던 2008년에도 이미 레비에 대한 질문이 많았지만, 그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레비는 진심으로 구단을 사랑하며, 구단이 성공하길 바라고 있다. 토트넘을 훌륭한 비즈니스로 만들었고, 그런 능력은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레비는 트로피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만약 토트넘이 하나의 우승컵이라도 차지한다면, 팬들의 분노도 어느 정도 가라앉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타르 투자 그룹의 토트넘 인수 추진은 분명 북런던 구단의 역사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레비 회장의 유임이 인수의 핵심 조건으로 부각되면서, 팬들과 구단 사이의 긴장감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팬들은 레비 회장 시대가 끝나고 '축구'를 생각하는 보드진이 구성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레비 회장이 남는다면 또 저비용 고효율 정책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는 가운데, 토트넘은 과연 어떤 길을 걷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