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규가 가른 '만년 하위권' 대전과 '디펜딩 챔피언' 울산의 운명

대전 유니폼 갈아 입은 주민규, 10경기 7골
팀도 승격 후 첫 선두 진입, 6주간 자리 지켜
'득점력 저조' 울산, 직전 시즌 대비 반토막지난 1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은행 K리그1 2025 울산 HD와 대전 하나 시티즌의 경기에서 대전 주민규(가운데)가 팀의 세 번째 골을 넣고 원정 팬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주민규의 이적 이후 K리그1 '디펜딩 챔피언' 울산과 '만년 하위권' 대전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주민규를 영입한 대전은 승격 이후 사상 처음으로 선두에 올라 무려 6주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반면, 그를 내보낸 울산은 중하위권까지 내려가는 부침을 겪는 등 챔피언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4일 현재 대전은 승점 20점(6승2무2패)으로 1위에 올라 있다. 2023년 8년 만에 K리그1으로 돌아온 대전이 승격 후 선두 고지를 밟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잠깐의 돌풍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지난달 8일부터 6주 연속 선두를 내주지 않으며 선두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직전 두 시즌 모두 강등 위기에 내몰리다 간신히 8위 자리를 지켜냈던 걸 감안하면 천지개벽 수준의 변화다.
대전의 이 같은 변화는 주민규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2021년, 2023년 득점왕에 빛나는 주민규는 올해 대전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K리그1 4연패'를 목표로 준척급 젊은 선수들 영입에 나선 울산이 그와 헤어지자 대전이 덥석 잡은 것이다. 이에 화답하듯 주민규는 리그 개막 후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무려 7골을 넣어 리그 득점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1일 울산과의 원정경기에서도 골망을 흔들어 친정팀에 패배를 안겼다. 덕분에 대전은 팀 득점도 17점으로 가장 앞서 있다.
이뿐만 아니다. 주민규는 지난 21일 1~6라운드 '이달의 선수'로 선정돼 구단에 또 한 번 함박 웃음을 안겼다. 대전 선수가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한 것은 주민규가 최초다. 그야말로 대전은 올 시즌 주민규와 함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셈이다.지난 시즌까지 울산에서 뛰었던 주민규가 올해 대전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사진은 작년 11월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36라운드 경기 때 모습으로, 주민규는 이날 승리한 뒤 리그 3연패 소감을 전했다. 울산=박시몬 기자
반면 주포 주민규와 이별한 울산은 시즌 초반부터 저조한 득점력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 팀 득점은 현재 11경기 기준 11골로, 지난 시즌 같은 기간 기록한 23골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 막 시즌 3분의 1을 지나는 시점에 벌써 4패를 기록, 지난 시즌 8패의 절반을 채웠다. 순위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직전 두 시즌 동안 4위 밑으로 떨어져 본 적 없던 울산이지만, 올해는 최하 11위까지 추락했다 2~7위를 맴도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전날 안양과의 원정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해 현재 2위로 올라서긴 했지만, 다른 팀보다 1, 2경기를 더 치른 상황이라 안심하긴 이르다. 2~10위 승점차가 1점씩밖에 나지 않아 주말 사이 순위가 뒤집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대전은 27일 강원을 홈으로 불러 선두 굳히기에 나서고, 울산은 김천 원정에서 2연승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