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르 UCL 결승 주역…'아버지의 죽음→우울증→암 재발' 모두 견딘 스토리

산 시로의 영웅인 프란체스코 아체르비. 그의 인생에는 아버지의 죽음, 우울증, 두 번의 암 투병까지 견뎌낸 서사가 담겨 있다.
인터 밀란은 7일 오전 4시(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산 시로에서 열린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4강 2차전에서 바르셀로나에 4-3 승리를 거뒀다. 합산 스코어 7-6으로 승리를 하면서 인터 밀란이 결승에 진출했다.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은 역전골을 넣은 프라테시였다. 하지만 패배에서 가까스로 팀을 구한 건 아체르비였다. 인테르는 후반전 내리 3골을 허용하며 2-3으로 밀리고 있었다. 패색이 짙어져 가던 후반 추가 시간 3분, 아체르비가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잠잠하던 산 시로는 열광의 분위기로 바뀌었고, 기세를 탄 인테르가 연장전 승부를 결정 지었다.
산 시로의 주인공인 아체르비. 그의 인생이 재조명되고 있다. 영국 매체 '더 선'은 "UCL 준결승 2차전 주인공은 가장 나이 많은 프라테시였다. 그는 암 두 번을 이겨내고 우울증까지 극복한 영웅이다"라고 보도했다.
아체르비는 2006년 이탈리아 파비아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스페치아, 레지나, 제노아, 키에보 등 하부 리그를 전전했다. 2012-13시즌을 앞두고 AC 밀란으로 이적했다. 그러나 공식전 10경기 출전에 그쳤고, 다시금 임대 생활을 떠나야만 했다.
잘 풀리지 않던 선수 경력, 여기에 더해 개인사까지 여러 고난이 찾아왔다. 매체에 따르면 AC밀란 시절 아체르비의 아버지가 사망했다. 이로 인해 그는 하루 하루 술에 의존했고, 우울증까지 시달렸다.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13년 아체르비는 사수올로 이적 직후 고환암 진단을 받았다. 종양 제거 수술 후 그라운드에 복귀했지만, 안타깝게도 암이 재발했다. 결국 2014년 2개월간 항암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2019년 아체르비는 이탈리아 '라 레푸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무너졌다. 축구를 왜 해야 하는지 잊어버렸다. 매일 술을 마셨다. 정말 아무거나 마셨다. 아이러니하게도 암이 나를 구했다. 싸울 목표가 생겼다. 인생을 새로 시작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힘들었던 시간을 잘 견뎌낸 아체르비는 2018-19시즌 라치오로 이적 후 리그 수위급 센터백으로 거듭났다. 특히 유럽축구연맹(UEF) 유로 2020에서 이탈리아 대표팀 우승 멤버로 활약했다.
아체르비는 2022-23시즌을 앞두고 인테르에 입단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활약은 계속됐다. 지난 시즌에는 인테르를 이끌고 세리에A 우승을 이뤄냈다. 그리고 올 시즌은 UCL 준결승에서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결승 진출의 주역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