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쏘리… 올 신인왕은 ‘경력직’ 차지란다

■ KBO ‘신인왕 레이스’ 후끈
개막 엔트리 포함 고졸 신인들
기대만큼 인상적인 경기 못보여
4년차 LG 송승기, 5선발 활약
11경기 6승 3패… 최고의 피칭
4년차 KT 안현민, 타율 0.313
5월에 홈런 9개 몰아치며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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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기(왼쪽)와 안현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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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야구에선 신인왕 자격을 갖춘 경력직 선수들을 주목해도 좋다.
최근 국내 프로야구 신인왕은 순수 신인이 강세를 보였다. 지난 2017년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시작으로 2018년 강백호(KT), 2019년 정우영(LG), 2020년 소형준(KT), 2021년 이의리(KIA), 2024년 김택연(두산)까지 최근 8년간 6명이 그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들이 신인왕 트로피를 차지했다. 반면, 2022년과 2023년엔 각각 정철원(두산·5년 차)과 문동주(한화·2년 차)가 ‘중고 신인’으로 신인왕에 올랐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신인왕 규정을 살펴보면, 최근 5년간 투수는 30이닝 이내, 타자는 60타석 이내면 신인왕 자격을 얻는다.
애초 2025 신한 쏠(SOL) 뱅크 KBO리그 개막을 앞두고 ‘순수 신인’들의 강세가 예상됐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정현우(키움)를 비롯해 정우주(한화), 배찬승(삼성), 김영우(LG) 등 초고교급 신인 투수들이 올 초 스프링캠프의 호평 속에 개막 엔트리에 진입했기 때문.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신인들이 주춤한 가운데, ‘중고 신인’들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신인왕을 넘보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중고 신인은 LG 선발투수 송승기다. 송승기는 2022년 LG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1군 통산 8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 시즌 초반 5선발 한 자리를 꿰찬 뒤 4일 오전 기준, 11경기에서 6승 3패에, 평균자책점 2.56의 빼어난 피칭을 선보였다. 3일 창원 NC전에서는 6이닝 1안타만 내주고 삼진을 7개나 잡는 등 무실점 피칭으로 팀의 3연패를 탈출을 도왔다. 송승기는 현재 평균자책점 7위, 다승 공동 7위, 이닝당출루허용률(1.09) 9위 등 각종 투타 지표로 리그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KT 외야수 안현민은 올해 신인왕 판도를 흔들 ‘다크호스’로 꼽힌다. 역시 2022년 KT에 입단한 안현민은 프로 데뷔 첫해 퓨처스리그(2군)에서만 시간을 보낸 뒤 그해 10월 군 입대를 선택했다. 취사병으로 근무한 안현민은 군에서 ‘벌크업(bulk up)’에 성공, 엄청난 근육질의 몸매를 만들었다.
올해 출발은 불안했다. 1차 호주 캠프엔 합류했지만, 2차 일본 오키나와 캠프 명단에서 탈락한 것. 그런데 2차 캠프 탈락이 전화위복이 됐다. 퓨처스 캠프에서 정확도를 보강하는 타격 폼을 가다듬으며 때를 기다렸다. 안현민은 4월 10일에 올해 첫 1군에 합류했지만, 8일 동안 1경기에만 출전한 뒤 다시 2군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두 번째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같은 달 30일 다시 1군에 올라온 안현민은 현재 31경기에 출장해 타율 0.313(115타수 36안타)에 9홈런 30타점을 유지 중이다.
특히 5월 한 달 동안 9개의 홈런을 몰아쳐 공동 2위에 올랐고, 지난달 29일 수원 두산전에서는 데뷔 첫 만루포를 날렸다. 또 5월 타점은 29개로 5월 공동 1위, 장타율 0.706과 득점 18점은 각각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안현민의 활약으로 올해 신인왕 레이스에서 타자들의 반격도 관심을 끄는 포인트. 최근 프로야구 신인왕은 투수가 대세였다. 타자로 신인왕을 차지한 것은 2018년 강백호가 마지막. 안현민은 명맥이 끊긴 타자 신인왕을 7년 만에 도전한다.
그간 투표권을 가진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기자들의 표심은 중고 신인보다 고졸 신인에게 더 후한 점수를 줬다. 중고 신인들이 신인왕에 오르려면 인상적인 성적을 남겨야 했다. 선발 투수의 경우 10승은 신인왕으로 가는 유력한 지름길. 타자는 타율 3할과 두 자릿수 홈런 등이 대표적이다. 송승기와 안현민은 신인왕 보증 수표로 불리는 두 가지 지표 달성이 유력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