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환 대행이 일주일 새 언급한 핵심 인물, 박신지-케이브로 읽은 두산의 시즌 방향성

조성환 두산 감독 대행(오른쪽)이 포수 양의지와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두산베어스 제공
조성환 두산 감독 대행은 지난 4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전날 경기에서 팀의 4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박신지를 떠올리며 미안한 감정을 드러냈다. 하루 전 이승엽 전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자진 사퇴하며 지휘봉을 넘겨받은 조 대행은 첫 경기를 치른 뒤 박신지를 비롯해 김호준, 임종성을 말소하면서, 홍민규, 박정수, 여동건을 2군에서 불러올렸다.
젊은 선수들을 대거 투입하며 팀 분위기 쇄신을 노린 조 대행은 ‘팀이 리빌딩하는 것이냐’는 물음에 “젊은 선수들이 기회를 받는 상황에 대해 조금 더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특별히 박신지를 언급했다.
두산은 전날 3-11로 크게 졌다. 부상에서 돌아온 선발 곽빈이 3이닝 만에 내려간 뒤 양재훈, 김호준, 박신지, 박치국, 고효준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랐다. 1-6으로 뒤진 5회 1사 1루에서 등판한 박신지는 불펜투수 중 가장 많은 3이닝을 책임졌다.
조 대행은 “박신지를 불가피하게 (2군으로)내려 보냈다. 사실 어제 경기에서 팀플레이적으로 공헌도가 가장 컸던 선수”라며 “팀 마운드 사정 때문에 엔트리에서 빠졌다. 그렇지만 박신지 같은 선수들에게 조금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신지는 이번 시즌 19경기 24.1이닝 평균자책 2.22를 기록한 주력 불펜투수다. 하지만 크게 뒤진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서도 자기 역할을 했다. 5회 첫 타자 김태군을 유격수 앞 병살타로 유도하며 이닝을 마무리한 박신지는 6·7회 주자를 내보내고도 실점없이 막았다.두산 박신지. 두산베어스 제공
8회에는 선두 황대인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이어진 1사 2루 위기에서 김호령에게 적시 2루타를 맞았다. 박신지는 여기에서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후속 투수들이 박신지가 내보낸 주자를 들여보내며 실점이 늘었다. 박신지는 11타자를 상대하며 3안타 2볼넷 1삼진 2실점했다. 경기 내용으로만 보면 아주 좋은건 아니었다. 그러나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투수들을 아낄 수 있는 투구를 했다.
“선수 본인에게도 충분히 내 뜻을 전달했다. 다른 선수들도 그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조 대행은 “2군에서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으면 그 선수들한테도 조금 더 기회를 주고 싶다. 열과 성의를 다하는 선수가 기회를 얻는다는 선순환을 선수단에 이식하고 싶다”고 밝혔다.
부임 후 일주일. 박신지 처럼 조 대행이 이야기하는 선수를 통해 두산의 남은 시즌 방향성을 조금 읽을 수 있다. 조 대행은 지난 8일 잠실 롯데전을 앞두고 외국인 타자 제이크케이브도 언급했다.
케이브는 이번 시즌 타율 0.288 4홈런 26타점 29득점 8도루를 기록 중이다. 외국인 타자로서 성적으로만 따지면 아주 만족스런 성적은 아니다. 타선 침체가 길어지는 두산 팀 사정을 보면 더욱 아쉬운 내용이다.
그렇지만 조 대행은 케이브를 높이 평가했다. 매 경기 깨끗한 유니폼으로 경기장을 떠나는 적이 없을 정도로 투지가 넘친다. 어쩌면 지금 두산에 필요한 ‘허슬두’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선수다.두산 케이브. 두산베어스 제공
조 대행은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케이브를 빼고 휴식을 주며 “케이브는 항상 열심히 뛰는 헌신적인 선수”라면서 “팀이 어렵지만 체력적으로 힘든 시점이 왔을거라고 생각해서 빼주려고 하는데 선수 본인이 늘 뛰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케이브가 연습이나 훈련에서 리더로서 역할을 잘해준다. 경기 중에 보여주는 모습들은 우리 어린 선수들이 눈으로 하나도 빼지 않고 다 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 대행은 팀을 맡자마자 양석환, 강승호, 조수행 등 주축 야수들을 2군으로 내려보냈다. 하지만 팀에 어린 선수들의 비중이 높아진 만큼 베테랑들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그는 “케이브 뿐 아니라 양의지도 투혼을 발휘하고 있고, 김재환은 4번 타자로 중심을 잘 잡아준다. 젊은 선수들이 보고 배우는 게 많다”며 다른 베테랑 선수들의 역할도 빼놓지 않고 칭찬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