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스포츠 열기로 더 뜨거워진다

존잘남 [카토커]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스포츠 열기로 더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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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트로피카나 라스베이거스를 배경으로 춤을 추고 있다. 트로피카나 라스베이거스는 2024년 4월 2일 문을 닫았다. 철거 용지에는 15억 달러 규모(약 2조원)의 야구 경기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사진=AFP·연합뉴스]
한 여성이 트로피카나 라스베이거스를 배경으로 춤을 추고 있다. 트로피카나 라스베이거스는 2024년 4월 2일 문을 닫았다. 철거 용지에는 15억 달러 규모(약 2조원)의 야구 경기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사진=AFP·연합뉴스]

모하비 사막, 산맥으로 둘러싸인 척박한 땅에 하나의 집이 생겼다. 여러 집이 모여 마을이, 커진 마을은 도시가 됐다. 이곳의 이름은 라스베이거스. 

볼품없었던 도시는 1931년 미국 네바다주의 카지노 합법화와 함께 발전하기 시작한다. 오늘날 라스베이거스는 화려함의 대명사다. 라스베이거스가 환락의 상징이 된 때는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부터다. 

밋밋한 도시에 네온사인으로 치장한 카지노 호텔들이 들어섰다. 호텔들은 모객을 위해 쇼를 준비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가수인 엘비스 프레슬리는 인터내셔널 호텔(현 웨스트게이트 라스베이거스)에서 7년간 공연을 펼쳤고 636회 매진을 기록했다. 이 호텔은 프레슬리의 공연에 힘입어 승승장구했다.

화려함 속에서 최고가 되고자 했던 투자자들이 라스베이거스에 자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1957년 4월 4일 문을 연 트로피카나 라스베이거스도 마찬가지다. 퐁텐블로 호텔 일부를 소유했던 벤 재프가 용지를 골랐다. 해당 용지에 1500만 달러(약 203억원)를 투자했다. 개장 당시 850만 달러(약 115억원)로 지은 호텔을 제치고 가장 비싼 호텔에 등극했다. 당시 호텔의 별명은 스트립의 티파니였다. 티파니 앤드 코는 최고 보석 회사 이름이다.

가장 비싼 호텔에 그치지 않았다. 최고의 쇼 '레 폴리 베르제르'를 유치했다. 1959년 시작해 2009년까지 50년 동안 쇼걸들이 쇼를 이끌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오래된 쇼로 남았다.

크기만큼 마피아의 개입이 있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프랭크 코스텔로가 트로피카나 라스베이거스에 관여했다. 암살 위협에서 목숨을 건졌지만, 호텔 수익이 적힌 쪽지가 세상에 공개됐다.

이후 화려함의 한 축을 담당했던 호텔은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마지막 주인은 밸리스 코퍼레이션이다.

밸리스 코퍼레이션을 이끄는 사람은 수 김(한국명 김수형) 회장이다. 한인 사업가인 수 김 회장은 지난해 5월 호텔 철거를 결정했다. 수 김 회장은 "트로피카나 라스베이거스는 화려함의 일부였지만, 수십 년 동안은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철거된 용지 중 9에이커(약 36421㎡)에는 3만석 규모의 경기장이, 나머지 용지에는 1500객실을 보유한 카지노 호텔이 들어선다. 

수 김 회장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팀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협상했다. 애슬레틱스는 2021년부터 현재 연고인 오클랜드에서 라스베이거스로의 이전을 계획했다. 오클랜드에서 같은 구장을 사용하던 미식프로풋볼(NFL) 팀인 레이더스를 따른다.

폐점은 현지시간 2일 진행됐다. 카지노 내장객은 오전 3시에, 호텔 투숙객은 정오에 빠져나갔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애슬레틱스가 지난달 5일 라스베이거스 경기장 조감도를 공개했다. 5개의 레이어가 겹쳐진 것이 특징이다. 애슬레틱스는 2028년부터 이 경기장을 사용할 예정이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애슬레틱스가 지난달 5일 라스베이거스 경기장 조감도를 공개했다. 5개의 레이어가 겹쳐진 것이 특징이다. 애슬레틱스는 2028년부터 이 경기장을 사용할 예정이다. [사진=AP·연합뉴스]

애슬레틱스는 2028년부터 경기장을 사용할 계획이다. 경기장에만 15억 달러(약 2조원)를 쏟아붓는다. 조 롬바르도 네바다주 주지사는 애슬레틱스를 유치하기 위해 3억8000만 달러(약 5142억원) 융자에 합의했다.

존 피셔 애슬레틱스 구단주는 "라스베이거스에서 다음 장을 시작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카지노 도시에 프로 스포츠가 얹어지고 있다. 가장 먼저 라스베이거스에 둥지를 튼 팀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베가스 골든 나이츠다. 이 팀은 2017년 설립됐다.

2018년에는 전미여자프로농구(WNBA) 팀인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 2020년에는 NFL 팀인 라스베이거스 레이더스, 2021년에는 북미라크로스리그(NLL) 팀인 라스베이거스 데저트 독스가 들어섰다. 

MLB 팀마저 유치하며 미국 5대 스포츠 중 미국프로농구(NBA)만을 남겨뒀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애슬레틱스가 공개한 라스베이거스 신축 경기장 조감도. 경기장은 팀의 색인 녹색과 노란색을 사용했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애슬레틱스가 공개한 라스베이거스 신축 경기장 조감도. 경기장은 팀의 색인 녹색과 노란색을 사용했다. [사진=AP·연합뉴스]

지난 2월 라스베이거스 레이더스 경기장인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는 2024 NFL 슈퍼볼이 개최됐다. 슈퍼볼은 미국 스포츠의 꽃이라 불린다. 1억명 이상이 시청하며 광고 단가만 30초당 700만 달러(약 94억원)다.

슈퍼볼 결과 인기 가수인 테일러 스위프트의 남자친구(트래비스 켈시)가 뛰는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우승했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관광청(LVCVA)에 따르면 슈퍼볼로 인한 경제 효과는 최소 6억 달러(약 8121억원)다. 방문객은 33만명, 일자리 창출은 5000개, 객실 예약은 33만건으로 봤다. 1박 요금은 평균 573달러(약 77만원)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슈퍼볼로 인해 스포츠 도박도 상승세를 탔다. 한 스포츠 도박 주식이 슈퍼볼을 앞두고 29% 상승했다.

빌 밀러 미국게임협회(AGA) 회장은 "슈퍼볼이 사상 처음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다. 스포츠 도박 합법화와 더불어 미국 게임 산업의 역사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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