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LG 유기상, 아기송골매의 비상

[카토커] LG 유기상, 아기송골매의 비상

현대티비 0 155


"신인이 이런 활약을 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LG 조상현 감독은 신인 유기상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심지어 자신의 성을 딴 별명 '조기상'을 직접 언급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LG 신인 유기상은 프로 첫 시즌부터 까다로운 조상현 감독의 선택을 받았고, 그 선택에 보답하고 있다. 역대 어느 신인도 해내지 못한 역사를 써내려가는 중이다. LG의 무서운 '아기 송골매' 유기상을 만나보자.

*본 기사는 루키 4월호에 게재됐으며, 업로드 시점에 맞춰 수정 및 각색됐습니다.



3점 스페셜리스트, 그리고 '조기상'

지난 3월 19일 LG와 정관장의 경기. LG의 신인 슈터 유기상이 역사에 남을 기록을 썼다. 3점슛 2방을 추가하며 올 시즌 90번째 3점슛 고지를 밟은 것이다.

프로농구 역사에서 유례가 없었던 기록이다. 이전까지 프로농구 역대 루키의 신인 최다 3점슛 성공 기록은 신기성(1998-1999시즌)과 김민구(2013-2014)가 세운 89개였다. 그리고 유기상은 이 기록을 넘어 신인으로서 미지의 영역이었던 3점슛 성공 90개를 달성했다. 그리고 남은 경기에서 유기상은 5개의 3점을 추가로 성공, 누적 3점슛 성공 95개라는 기록으로 정규리그를 마무리했다.

유기상의 더 대단한 점은 효율까지 엄청나다는 점이다. 올 시즌 유기상의 3점슛 성공률은 42.4%에 달한다. 경기당 4.3개 시도, 1.8개 성공이라는 높은 볼륨을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슈팅 효율이다. 여기에 유기상은 올 시즌 LG 최고의 외곽 수비 스페셜리스트다. 이쯤되면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조상현 감독이 그를 '조기상'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말이다.

유기상은 이 같은 기록의 공을 팀에 돌렸다.

"팀이 성적이 좋고 여유가 있다보니까 기회가 오는 것 같아요. 슈터니까 슛이 잘 들어가면 기분이 좋고 농구가 잘 되는 건 당연한 게 아닌가 싶어요. 다만 프로는 재미로만 하는게 곳이 아니잖아요. 성적으로 증명을 하는 무대니까, 그래서 이제 더 집중해서 팀을 생각하면서 계속 뛰면 더 잘 될 것 같아요." 유기상이 남긴 말이다.

"'조기상'이라는 별명은 어떠세요?" 질문을 듣자 유기상이 곧바로 웃어보인다.

"그 별명은 대표팀 브레이크 이후로 생긴 것 같아요.(웃음) 형들이 먼저 감독님이 들리게 농담식으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감독님도 막 웃으면서 그런 압박감도 이겨내라고 하셨어요. 형들이 비꼬고 그런 게 아니라 좋은 의미로 불러주는 별명 같아서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유기상은 지난 2023년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LG의 지명을 받았다.

사실 대학 3학년 시즌까지만 해도 문정현, 박무빈과 함께 1순위를 놓고 다투던 그였다. 일각에서는 문정현보다 유기상의 가치가 더 높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부상과 기복으로 인해 꽤나 아쉬운 4학년 시즌을 보냈고, 유기상은 문정현과 박무빈에 자리를 내주고 3순위 지명에 만족해야 했다.

그랬던 유기상이 신인 시즌부터 최고의 활약을 뽐내는 중이다. 우리가 알던 그 괴물 슈터 유기상이 돌아온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유기상은 팀 상황과 자신의 변화를 모두 언급했다.

"사실 대학 때는 수비를 달고 슛을 쏘는 경우가 좀 더 많았어요. 그런데 프로에 오니까 아셈 마레이 같은 외국선수도 있고 저희 팀에 (양)홍석이 형처럼 비중이 있는 선수들이 있어서 수비가 그쪽에 시선이 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입장에서는 상대의 견제를 좀 덜 받는 것 같긴 해요. 덕분에 대학 때보다는 더 마음 편하게 슛을 던지고 있어요. 형들이 워낙 리바운드도 잘 잡아주니까 그 부분도 믿고 슛을 던지고 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슛 성공률이 올라오는 것 같아요."

"대학 때와 똑같이 슛을 던지진 않아요. 이제는 상대 수비의 타이밍을 뺏는다든지, 스텝에 변화를 주는 식으로 슛을 던져요. 수비자와 1대1 상황에서 타이밍을 뺏는 부분을 항상 생각하다 보니까 경기 때도 그걸 이용하고 있는데, 그게 또 잘 풀리면 거기서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그러면 더 발전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고, 그러면서 계속 다른 것도 시도해보는 것 같아요."

최근 조상현 감독은 유기상에게 조성원 전 감독의 영상을 많이 보면서 움직임을 참고하라는 조언을 했다는 후문이다.

"맞아요. 사실 조상현 감독님 영상도 이미 다 봤어요. 그리고 조성원 감독님 영상도 봤는데, 또 다른 느낌의 슈터셨더라고요." 유기상이 입을 열었다.

"예전에 현대랑 SK가 붙었던 챔피언결정전 영상도 다 봤는데, 저는 사실 두 분 중 조상현 감독님이랑 더 비슷한 스타일이 아닌가 싶었어요. 왜냐하면 조성원 감독님은 운동능력이 너무 좋고 점프도 엄청 많이 뛰시더라고요. 반면에 조상현 감독님은 좀 더 타이밍을 뺏는 이런 부분이 좋으시고요. 저는 조상현 감독님의 스타일을 더 배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영상에 나오는 두 분의 장점은 모두 배우려고 하고 있지만요."

"그때 영상을 보면 두 분 다 와이드 오픈 기회가 나면 그냥 무조건 슛이 들어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조상현 감독님의 경우 슛 말고도 피지컬이 워낙 좋으셔서 포스트업이나 골밑 마무리 능력도 좋으셨더라고요. 거리 상관없이 짝발 3점슛을 넣기도 하고, 원 드리블 3점슛 넣는 걸 보면서 저도 그런 걸 장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디펜스

괴물 슈터라는 타이틀과 별개로, 유기상이 루키시즌에 가장 많은 힘을 쏟고 있는 부분은 다름 아닌 수비다.

"처음에 프로에 왔을 때는 팀 수비에 대한 자세가 좀 안 됐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부분에서 부족한 게 많았어요. 임재현 코치님, 박유진 코치님, 김동우 코치님이 수비할 때의 자세에 대해 훈련할 때마다 바로 짚어주시고 저도 그런 부분에 대해 집중하다 보니 제 매치업이 아니더라도 다른 형들이 스크린에 걸렸을 때 도움 수비를 가는 것 같아요. 제가 팔이 길기도 하고 신체 조건에서는 자신이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런 도움 수비와 위협을 해준다면 상대가 힘들어하지 않을까 싶은데, 실제로 저를 좀 의식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수비를 더 많이 하려고 하고 응용을 하려고 하면서 수비적으로 많이 발전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기상의 수비 관련 독특한 기록이 있다. 바로 블록슛이다. 현재 유기상은 21개의 누적 블록슛을 기록하며 이 부문 리그 전체 15위, 국내선수 5위에 올라 있다. 블록슛 부문 국내 20위권 선수 중, 가드로 분류되는 선수는 유기상이 유일하다.

"제가 동포지션 선수들에 비해 팔이 길어요. 그래서 그런 부분은 좀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신인이다 보니 상대 팀 형들이 설마 하는 마음을 가진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저는 제가 신인이라고 해서 상대 선수들에게 쉽게 점수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고, (강)병현 전력분석 형이 편집해서 보내주시는 영상을 보면서 많이 공부를 하다보니 플레이에 대한 예측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운 좋게 하나씩 블록을 하게 된 것 같아요.(웃음)" 유기상의 설명이다.

"공격에 수비까지 그렇게 하면 힘들진 않으세요?" 유기상의 단호한 답이 이어진다.

"힘들긴 해도 이렇게 기회가 주어질 때 그걸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수비와 공격을 함께 하는 건 농구선수라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농구에는 공격수와 수비수가 나뉘어져 있는 게 아니니까요. 선수라면 공수를 다 같이 해야 하는 거기 때문에, 제가 두 가지를 다 해낸다면 제 가치도 더 올라갈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제 무기가 있다는 걸 좀 더 보여드리고 싶어요."

"예전에는 LG가 원하는 수비 방식이나 수비 목표를 제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팀이 어떤 방식을 원하고, 어떤 부분은 허용이 되고 그런 걸 잘 이해하다 보니, 그에 맞게 뛰면서 좋은 평가를 듣게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팀이 원하는 방향에 따라 수비를 계속하게 되면 더 많은 칭찬을 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라이벌리

유기상은 시즌 막판까지 현대모비스 박무빈과 치열한 신인왕 레이스를 펼쳤다. 6라운드 들어 무게추가 유기상 쪽으로 기울었지만, 유기상은 박무빈에 대한 리스펙트를 강하게 가지고 있다.

"시즌 초부터 꾸준하게 쌓아왔던 것들이 이제야 기록으로 좀 나오고 있지 않았나 싶어요. 다만 이게 저 혼자 만든 기록은 아니고, LG라는 좋은 팀에, 전력이 좋은 팀에 와서 이런 기회가 생긴 것 같아요. 워낙 (박)무빈이도 잘하고 있잖아요. 조금만 뛰었는데도 임팩트가 워낙 강해요. 그래서 신인왕 후보로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팀 순위도 우리 팀이 좀 더 높고 그래서 제가 조금 더 유리하지 않았나 싶긴 해요."

"무빈이와 특별히 따로 대화를 나누진 않았어요. 무빈이가 팀내에서 워낙 많은 역할을 맡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저는 화려한 역할은 아니지만 저 역시 팀에서 큰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하고, 덕분에 우리 팀 성적에 보탬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만 무빈이도 현대모비스에서 포인트가드 역할을 맡으면서 중압감이 있을텐데, 그걸 잘 이겨내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라이벌리요? 너무 감사하죠. 무빈이와의 라이벌리는 멘탈적으로나 여러모로 저와 무빈이가 서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서 일단 감사해요. 다만 저와 무빈이만의 싸움은 아니고 결국 앞으로 팀과 팀의 싸움의 될 것이긴 한데, 그래도 이게 KBL의 흥행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도 감사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기상의 남은 시즌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팀의 첫 우승을 꼽았다.

"일단 팀적으로는 지금의 성적을 유지해서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다음에 재정비를 잘해서 챔프전을 가고 싶어요. 프로 첫 해에 우승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부담없이 잘해왔으니까 끝까지 다치지 말고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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