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한국도로공사가 마지막까지 찾지 못했던 삼각편대 조합, 그러나 반가웠던 김세빈의 성장
아쉬웠지만, 뿌듯했다.
지난 시즌 0%의 기적을 작성하며 정상에 올랐던 한국도로공사는 비시즌부터 난항을 겪었다. 5명의 선수가 동시에 자유계약신분(FA)으로 풀렸고, 그중에서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와 미들블로커 한 명씩 팀을 떠나게 됐다.
박정아가 페퍼저축은행으로 떠나고 보상선수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한국도로공사는 최가은과 2023-24시즌 신인선수 1순위 지명권을 얻게 됐고, 덕분에 최대어 김세빈을 지명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아시아쿼터로는 태국 국가대표 아포짓 타나차 쑥솟(등록명 타나차)를, 외국인 선수로는 세르비아 출신의 아포짓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를 뽑았다. 비시즌 동안에는 정관장과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안예림과 김세인을 내주고 박은지와 고의정을 받으면서 선수단에 변화를 줬다.
그러나 시즌 출발부터 삐끗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주전 세터 이윤정이 훈련 도중 무릎을 다치면서 출전을 하지 못하게 된 것. 프로 2년 차 박은지를 선발로 기용했지만, 그 공백을 완벽하게 메꾸지 못했고, 시즌 4번째 경기인 IBK기업은행 경기부터 이윤정이 복귀하면서 팀을 이끌었다.
프로 3년 차를 맞이했던 이윤정은 시즌 내내 김종민 감독의 집중 마크를 받았다. 김종민 감독이 인터뷰를 할 때마다 이윤정에 대한 피드백은 언제나 빠지지 않았다.
여기에 한국도로공사는 시즌 내내 최고의 삼각편대를 찾지 못했다. 부키리치는 꾸준히 대학배구 팀에서 활약하다 이번 시즌이 자신 커리어의 첫 프로 시즌이었다. 36경기 141세트에 출전해 득점 3위(935점), 공격 8위(성공률 41.85%), 서브 10위(세트당 1.84개)를 기록했고, 이번 시즌 여자부에서 유일하게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마다 외인에게 기대는 결정력이 아쉬웠다. 프로 시즌이 처음인 만큼 미숙한 부분이 드러났다.
타나차는 본인의 원래 자리인 아포짓이 아닌 아웃사이드 히터에서 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리시브에 가담하고 공격에 나설 때마다 자신의 리듬을 찾지 못했다. 36경기 128세트에 출전해 365점, 38.9%의 공격 성공률에 리시브 효율 26.62%를 기록했다.
여기에 문정원, 전새얀, 이예림, 고의정까지 여러 국내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베스트 라인업을 찾으려고 했으나 쉬운 일은 아니었다. 비시즌 내내 대표팀 일정을 리베로로 소화했던 문정원은 컨디션 회복과 공격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더불어 다른 선수들 역시 기대했던 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박정아의 공백을 메꾸지 못했다.
이번 시즌 한국도로공사는 리시브 1위(효율 42.42%), 수비 3위에 자리했지만, 공격 종합 5위(성공률 39.66%), 서브 6위(세트당 0.881개), 블로킹 6위(세트당 1.944개)로 화력에서 아쉬움을 자아냈다.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전체적으로 약했다. 리시브랑 수비는 좋았지만 나머지가 다 떨어졌기에 이길 수 있는 경기도 잘 풀어가지 못했다. 조직력을 바탕으로 팀을 운영했기에 배구를 조금 이해하고 잘하는 선수들이 있으면 조직력으로 메꿀 수 있는데, 어린 선수들이 많았다. 훈련하는 과정에서 좋은 모습이 경기 때 나오지 않은 게 어려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더불어 “주축 선수가 빠져나간 공백을 메우는 게 쉽지 않았다. 어느 한 선수가 성장하고 치고 올라오는 걸 생각했지만, 이 부분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비록 팀은 12승 24패 승점 39를 기록하면서 6위로 시즌을 마무리했지만, 한국도로공사에는 최고의 수확을 얻었다. 바로 김세빈이다. 이번 시즌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한국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었고, 전국체전 출전으로 나서지 못한 시즌 첫 경기를 제외하곤 모든 경기에 뛰었다.
35경기 126세트에 출전해 200점을 올리며 블로킹 5위(세트당 0.596개), 속공 7위(성공률 44.38%)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프로배구에서 신인이 주전으로 자리 잡은 경우는 김세빈이 오랜만이었다. 신인왕은 따놓은 당상이지만 아직 미숙한 부분도 있었다. 지난 1월 5일에 열린 현대건설과 4라운드 경기, 1세트에서 본인의 서브 범실로 세트가 끝나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모두가 김세빈의 활약에 박수를 건넸다. 김 감독도 “이제 고등학교 졸업하고 20살이 됐다. 앞으로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다른 유망주 미들블로커들에 비해서도 기록적부터 모든 면에서 좋다. 앞으로 부족한 부분은 많지만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확실한 소득과 숙제를 얻은 채 한국도로공사의 2023-24시즌이 막을 내렸다. 남들보다 빠르게 비시즌에 들어갔지만, 한국도로공사는 다음 시즌 누구보다 더 긴 시즌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