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그의 글러브는 2개, KIA가 연쇄부상에도 1위인 이유···서건창 안 데려왔으면 어쩔 뻔했나
서건창(35·KIA)은 올해 KIA에 온 뒤 글러브를 2개 갖고 다닌다. 기존의 2루수용 글러브에 1루수용 글러브까지 새로 가졌다. “1루수용 글러브는 가진 게 없었는데 (박기남) 수비코치님이 갖고계시던 좋은 걸 주셨다. 손에 잘 맞는다”고 했다. 서건창은 현재 KIA의 2루수이자 1루수다.
지난 시즌 뒤 LG 유니폼을 벗고 방출시장으로 나와 KIA에 입단할 때만 해도 베테랑 백업 내야수라고 했지만 서건창은 개막 이후 10일까지, 출전한 12경기 중 6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서건창을 영입할 때 KIA는 내야 수비 보강에 중점을 뒀다. 아직은 성장해야 할 젊은 내야수가 많은 KIA는 골든글러브 2루수 출신의 서건창을 영입해 내야 수비를 확실히 받치고자 했다. KBO리그 최초의 200안타를 쳤던 전설의 타자지만 최근 몇 년 간 모습으로 타격에 대한 기대 비중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서건창은 현재 12경기에서 타율 0.429(28타수 12안타) 8타점 8득점 1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안타 12개 중 1개는 홈런, 4개가 2루타다. 선발 출전을 해도, 대타로 나가도 뭐든 하고 들어온다. 출루율이 0.514다.
KIA 서건창이 지난 10일 광주 LG전에서 8회말 동점 2루타를 친 뒤 주루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아직 시즌 극초반이지만 서건창의 다이나믹한 출발은 의미가 있다. 올해는 부상 없이 출발할 수 있겠다며 자신감을 장착했던 KIA는 개막하자마자 줄부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시범경기 막바지에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나성범을 시작으로 황대인, 임기영, 박찬호, 이의리, 박민, 2군에서 1군 합류를 준비하던 윤도현까지 차례로 부상을 당했다. 부상자 7명 중 5명이 타자, 그 중 4명이 내야수다.
서건창이 KIA 유니폼을 입고 개막후 처음 출전한 경기는 3월26일 광주 롯데전이었다. 생애 처음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스프링캠프에서 ‘비상용’으로 준비했던 1루 수비를 시즌 첫 경기부터 선발로 나서 하게 됐던 이유는 나성범의 이탈 때문이다. 우익수 나성범이 빠지면서, 주전 1루수로 시즌을 준비한 이우성이 외야로 가고 상대 선발 전적에 따라 황대인이 아닌 서건창이 1루수로 나섰다. 이후 황대인도 다치면서 KIA의 1루수 옵션은 이우성과 서건창밖에 남지 않았다. 이우성이 외야로 나가는 날에는 서건창이 1루수로 나가고 있다.
현재 KIA 엔트리에는 유격수 박찬호가 없다. 박찬호는 지난 3월31일 두산전에서 투구에 등을 맞았다. 이후 5경기나 문제 없이 출전했으나 지난 7일 뒤늦게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다. 부상자가 많은 중에 톱타자이자 유격수인 박찬호가 빠지면서 KIA는 또 한 번 흔들거렸다. 이후 박민이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으나 지난 10일 LG전에서 수비 중 펜스에 세게 충돌해 무릎을 다쳤다. 3주 진단을 받았다. 그 대체자로 2군에 있던 윤도현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같은 날 2군 경기 중 손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다.
KIA 서건창이 지난 7일 광주 삼성전에서 득점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김규성 등 내야 자원이 있기는 하지만 경기 후반 교체 상황까지 생각하면 내야는 비상이다. KIA는 지난 9~10일 LG전에서 경기 후반 2루수 김선빈을 유격수로 이동시키고, 교체 투입된 서건창을 2루수로 세웠다. 유격수로 프로 데뷔한 김선빈은 2020년부터 2루수로 자리를 옮겨 있다. 박찬호는 17일에 1군으로 복귀할 수 있다. 그때까지, 상황에 따라서는 아예 김선빈이 유격수, 서건창이 2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려야 할 가능성이 높다.
부상 발생만 보면 KIA는 아수라장이다. 그러나 10일 LG전 승리로 2연승을 거두면서 10개 팀 중 가장 먼저 10승(4패)를 거뒀다. 시즌 초반이지만, 부상자가 꾸준히 나오는데도 결과적으로 크게는 흔들리지 않고 있는 것은 여기저기 새는 틈을 서건창을 활용해 막고 있기 때문이다.
서건창은 “시작이 반인데, 팀 성적도 그렇고 출발이 좋다. (나)성범이까지 다 돌아오고 날씨 더워지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 전까지 어떻게든 상위권에서 버텨야 한다는 책임감은 선수들이 전부 갖고 있을 것”이라며 “이기는 데 내가 필요하다면 어떤 경기든 준비하고 있는 게 내 역할이라 생각한다. 이 팀에 들어올 때,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되자는 마음가짐으로 들어왔다. 선수들 다 돌아올 때까지 형들 잘 모시고, 후배들 잘 데리고 지금 분위기 유지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