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책임감이 무겁네요"...'왕초보' 장소연 페퍼스 감독의 첫 발
프로배구단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이하 페퍼저축은행)의 네 번째 사령탑, 장소연 신임 감독은 분주한 한 주를 보내고 있다.
선수로서는 누구보다 베테랑이지만 감독으로서는 '초보 운전' 딱지를 붙이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달 25일 "신임 감독으로 장소연 해설위원을 선임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페퍼저축은행은 창단 3년만에 김형실 전(前) 감독, 아헨킴 전 감독, 조트린지 전 감독에 이어 공식 사령탑으로는 네 번째 감독을 맞이했다. 두 번이나 외인 사령탑으로 혁신 배구를 추구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실패했다. 아헨킴 전 감독은 데뷔전도 치르지 않고 돌아갔고, 조트린지 전 감독은 팀 내홍과 더불어 성적 부진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이에 페퍼저축은행은 장 감독을 선임, 해외 바람이 부는 남자부와 다르게 여자부는 모두 국내 사령탑으로 방향을 전환한 모양새다. 현재 여자부에는 마르첼로 아본단자(흥국생명) 감독만이 유일한 외인 감독이다.
장 감독은 현역 시절 한국 여자배구판을 이끄는 레전드 미들블로커로 통했다. 지난 1992년 SK케미칼 배구단(선경인더스트리)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 1992-93시즌에는 대통령배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약 10년 가량 활약하며 여자배구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현역에서 은퇴한 후에는 SBS스포츠 해설위원으로 변신, 올해까지 약 8년에 걸쳐 코트 위를 시청자들에게 생생한 목소리로 전달해왔다.
다만 코치 등의 지도자 경력은 전무하다. 이번 페퍼저축은행을 이끌며 전혀 새로운 방향의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사령탑 선임 직후 MHN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장 감독은 "늘 현장에서 함께 하고 싶었다"며 감독 도전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페퍼저축은행 선수단은 지난 7일 모두 휴가에서 복귀해 8일부터 훈련에 돌입했다. 선수단이 3주 가까이 휴식을 취해 아직은 전반적으로 몸이 무거운 상황이다.
장 감독은 11일 MHN스포츠와 통화에서 첫 훈련 소감을 묻는 말에 "아직 선수들의 기본기에 초점을 맞춰 벽 훈련부터 시작하고 있다"며 "(벽 훈련이) 익숙한 친구도 있고, 오랜만에 해본다는 선수들도 있다. 지금 선수 개별 컨디션에 맞춰서 훈련량을 늘리고 줄이는 정도로 진행중이다. 이번주는 거의 상견례 등 선수들과 스케줄을 맞추는 쪽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장 감독 체제하에 선수단은 서브리시브, 이단 연결, 수비와 오버핸드 토스 폼 등 모든 기초적인 부분을 현재 다시 잡아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장 감독은 시즌을 조기에 마친 후 선수들이 부재한 상황에서 선임이 이뤄졌다. 때문에 선수단과 제대로 미팅을 가진 것은 이번 주 들어서다.
지도자로서 첫 선수단 훈련을 마친 소감에 대해 그는 "신난다거나 혹은 '두렵다', '설렌다' 이런 (추상적인) 느낌보다는, 사실 (우리 팀) 선수들 자체는 내가 매일 봐왔던 친구들이다"라며 "아무래도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진다"고 웃음지었다.
페퍼저축은행은 오는 15일, 팀 주장이자 국가대표 주장 박정아와 세터 박사랑을 대표팀으로 보낸다.
한국 여자배구는 오는 5월 14일부터 6월 16일까지 약 한 달 간 브라질, 미국, 일본에 걸쳐 열리는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참가한다.
특히 데뷔 3시즌 차의 박사랑은 이번이 첫 성인 국가대표팀 발탁이다. 이에 대해 장 감독은 "(박)사랑이가 이번 대표팀에 가서 많이 배우고 오는 좋은 경험이 됐으면 한다"며 "(박)정아같은 경우도 지난 해에는 스케줄이 9월까지 꽉 차서 힘들었는데, 올해는 합류 기간이 앞당겨져서 (호흡 맞추는 부분은) 괜찮을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
또 장 감독은 '하고싶은 배구'에 대해서 언급한 뒤 이를 한 차례 짚었다.
그의 모토는 기본에 충실함과 더불어 '섬세한 배구'다. 처음부터 굵은 부분을 개선하기보다는 자잘한 미스를 줄이며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한다.
장 감독은 "사실 하고싶은 배구라고 해봐야 엄청나게 손보는 것은 아니라"며 "저는 섬세한 배구가 목표다. 범실같은 것을 사실 크게 줄인다고 (대범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배구를 하다보면 흔히 놓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공격수에 대한 이단 연결과 네트 앞 어택커버, 또 네트 너머 상대에게서 일어나는 상황(리딩)이라던지. 보이지 않는 디테일함이 있는데 이런 부분을 보강하면 세트마다 일어나는 자잘한 실수를 줄일 수 있다"며 천천히 일어서는 '페퍼저축은행'에 초점을 맞췄다.
'초보 감독'인 장 감독도 선수단만큼이나, 또 그 이상으로 바쁜 한 주다. 오지영을 비롯해 일부 선수단의 이탈로 전력이 빈 상황이고 야스민이 튀르키예 리그로 향하며 용병 농사를 잘 지어야 한 해가 살아난다. 아시아쿼터 선수도 눈여겨봐야 한다. 특히 리베로 김해빈이 이번 시즌 FA 자격을 얻었다. 물론, 다른 구단의 시장도 열린 문이다. 장 감독은 선임되자마자 '구단 영업'에 성공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가졌다.
이에 장 감독은 "지금 FA 영입과 전력 강화 등 여러가지를 알아보고 코치들과 함께 외인 선수 영상 분석도 열심히 하고 있다. 정신이 없다"며 시원하게 웃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