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옛정? 잊어버려!' KCC-DB 4강전 장외 관전포인트는?…PO 첫 사제대결, 최초 기록 도전하는 KCC
'제대로 만났네.'
연이은 화제 매치 시리즈다. 남자프로농구 원주 DB-부산 KCC의 4강 플레이오프(PO)를 두고 나오는 말이다. 두 팀은 15일부터 5전3선승제 혈투에 들어간다. KCC는 서울 SK와의 6강 PO에서 이미 화제 몰이를 한 바 있다. 퍼펙트 4강행을 확정하는 동안 평균 21.7점차, 전에 없던 대승 행진을 하며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정규리그 조기 우승 확정에, 4강 직행으로 체력 비축을 충분히 한 DB라지만 6강 시리즈에서 완전히 돌변한 KCC의 경기력에 살짝 긴장한 상태다. KCC의 6강 상대가 우승 후보 SK였던 만큼 치열하게 4, 5차전까지 이어지길 바랐지만 KCC가 쉽게 완승하며 6일간 휴식시간도 벌었다. DB로서는 상위팀의 '메리트'가 반감된 상황이다.
KCC와 DB의 4강전이 성사되면서 흥미로운 장외 스토리도 풍부해졌다.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관심 대상은 전창진 KCC 감독(61)과 김주성 DB 감독(45)의 어색한 만남이다.
둘은 DB 구단 역사상(전신 TG 삼보 포함) 최고 '황금시대'를 함께 했던 스승과 제자였다. 전 감독이 감독대행을 거쳐 정식 지휘봉을 잡은 2002~2003시즌 챔피언을 달성할 당시 김 감독은 특급 신인이었다. 전 감독이 DB에 재임하던 7시즌 동안 6차례 포스트시즌을 경험할 때 김 감독은 최고 토종 센터로 곁에 늘 있었다.
김 감독이 올 시즌 정식 감독으로 데뷔한 까닭에 PO 무대 사제대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감독이 2008~2009시즌 이후 DB를 떠난 뒤 총 8번의 PO(4강, 6강 각 4회)를 치렀는데 친정팀을 상대한 경우는 KT를 이끌던 2010~2011시즌 4강전 한 번뿐이었다. 당시 강동희 감독의 DB에 1승3패로 패한 이후 13년 만의 리턴매치다.
정규리그에서는 제자 김 감독의 DB가 5승1패로 압도적 우세였다. 하지만 KCC는 SK와의 6강 시리즈에서 입증했듯, 공포의 팀으로 변신한 '슈퍼팀'의 기세를 등에 업고 '정규리그 때와는 전혀 다를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6강 시리즈 괴력'과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괴력'의 한판 대결도 볼 만하게 됐다. KCC는 6강전에서 평균 성공률 42.7%의 3점포 등 무서운 화력은 물론, SK를 평균 70.6득점대로 꽁꽁 묶는 수비력으로 압도했다.
DB 역시 이 분야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막강 전력이다. DB는 정규리그에서 3점슛 성공률(37.5%)과 공격력(평균 89.87득점)에서 1위였고, 수비력에서도 평균 82.24실점으로 전체 3위를 기록할 정도로 공-수 밸런스가 최적화된 팀이다. 특히 KCC와의 6차례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평균 95득점, 3점슛 평균 11.33개(평균 성공률 41.46%)로 시즌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 정도였다.
KCC는 '슈퍼팀' 완전체가 갖춰 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정규리그 맞대결은 의미없다는 입장이다. 6강 시리즈에서 입증된 달라진 경기력이라면 천하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팀인들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 벼르고 있다.
여기에 KCC는 또다른 기록 달성도 도전한다. 6강전에서 1, 2차전 승리팀의 4강행 확률 100%를 입증하는 대신 SK와의 PO 맞대결 통과 확률 0%(종전 5차례 PO 대결 전패)를 격파했던 KCC다. 이번에는 한국농구연맹(KBL) 리그 27년 역사상 한 번도 없던 기록을 만들지 관심사다. 역대 52회의 4강전에서 정규 5위와 6위가 챔프전에 오른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정규 5위였던 KCC가 이번 DB와의 4강전까지 통과한다면 또다른 '확률 제로'가 사라지는 셈이다. 반대로 DB는 1위팀의 역대 4강전에서 챔프전 진출에 성공한 92.3%(26회 중 24회)의 높은 확률을 사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다. 농구계 한 관계자는 "전 감독은 PO 무대 경험이 많은 승부사이고, 김 감독은 PO를 처음 경험한다. 사제지간을 떠나 단기전 지략 대결도 볼 만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