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충격' 오타니 계좌서 220억이나 빼돌리다니…미즈하라의 간큰 절도, 당사자는 진짜 몰랐다
메이저리그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는 '피해자'였다. 오타니의 그림자 역할을 했던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가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서 빼돌린 금액만 1600만 달러(약 220억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기고 있다.
'USA투데이' 등 미국 언론들은 12일(이하 한국시간) "오타니의 통역사였던 미즈하라가 미국 연방 검찰에 의해 은행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날 마틴 에스트라다 검사는 기자회견을 갖고 "미즈하라가 불법 스포츠 베팅을 하기 위해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서 1600만 달러 이상을 훔쳤고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 접근하기 위해 은행 측에 거짓말을 했다"라면서 "미즈하라를 은행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에스트라다 검사는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불법 행위에 관련이 있거나 이를 알고 있는 증거가 없다. 오타니는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로 간주된다고 강조하고 싶다"라고 밝혀 오타니도 '누명'을 완전히 벗을 것으로 보인다.
미즈하라는 NBA, NFL 등 북미 프로스포츠는 물론 유럽축구, 대학 미식축구 등 다양한 종목에서 불법 스포츠 베팅을 했다. 다만 메이저리그 경기에는 베팅한 사실이 없음을 이야기했다. "메이저리그 경기에는 베팅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주장. 에스트라다 검사도 "야구 종목에 대한 베팅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미즈하라는 곧 LA 시내 연방 법원에 출두할 예정이다. 이날 'USA투데이'는 "미즈하라는 연방 지침에 따라 형을 선고받으면 최대 30년의 징역형과 최고 벌금 100만 달러에 처해질 수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미즈하라가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고 사전형량 조정 협상에 들어간 만큼 형량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즈하라는 2021~2024년 불법 스포츠 베팅을 했고 이로 인해 빚이 생기자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서 개인 자금을 절도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저질렀다.
이 사건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진 것은 바로 지난달 21일 오타니의 소속팀인 LA 다저스가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개막 시리즈 경기를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당시 'LA 타임스'는 "수사 당국이 매튜 보이어라는 불법 도박업자를 조사 과정에서 오타니의 이름이 거론됐고 이를 전해들은 오타니의 변호인이 진상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오타니의 통역사인 미즈하라가 거액의 불법 도박을 저질렀고 오타니의 개인 자금을 도용했다고 하더라"고 밝혀 충격을 안겼다. 이와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다저스는 미즈하라를 즉각 해고 조치를 했다.
미즈하라는 'ESPN'과의 인터뷰에서 "오타니가 나의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직접 송금을 해줬다"라고 주장하면서 파문은 일파만파 커졌다. 오타니 측이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계좌를 절도했다"라고 반박하자 미즈하라도 "오타니가 직접 송금을 해준 것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미즈하라의 한마디에 야구계는 술렁일 수밖에 없었다.
오타니는 자신에 대한 의혹이 커지자 지난달 26일 다저스타디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를 전면 부인했다. 직접 성명문을 읽은 오타니는 "이 시점에서 내 기분을 말로 표현하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슬프고 충격을 받았다. 나는 야구나 다른 스포츠에 베팅을 한 적이 절대 없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도 있어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에 한계가 있는 것을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나는 스포츠 베팅을 하거나 베팅을 해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으며 송금을 의뢰한 적도 없다. 며칠 전까지는 그런 일이 있었던 것도 몰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즈하라가 계좌에서 돈을 훔쳐서 내 주위 모두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자신은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과 전혀 관련이 없음을 주장했다.
"내가 이 사실을 처음 인지한 것은 한국에서 열린 개막전 종료 후 팀 미팅에서였다"라는 오타니는 "나는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내게 호텔로 돌아가 더 자세한 것을 둘만 이야기하고 싶으니 기다려달라고 해서 호텔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도박 중독인 것도, 빚이 있는 것도 몰랐다. 동의한 적도 없고, 송금을 허락한 적도 없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타니는 "호텔에서 대화하면서 그때 빚이 있단 사실을 알았다. 내 계좌에 마음대로 접근해 불법 도박업자에게 송금하고 있었다고 했다. 내 대리인에게 이야기했고, 절도와 사기로 고소한다고 했다. 여기까지가 지금의 흐름이다. 스포츠 도박에 관여도 송금하고 있던 사실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 오타니는 약 10분 동안 직접 해명하고 질의응답 없이 기자회견 자리를 떠났다. 그런데 미즈하라가 어떻게 오타니의 계좌에 접근했는지, 그리고 오타니는 거액의 돈이 계좌에서 빠져나갔음에도 왜 인지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해명이 없었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가 11일 "검찰이 미즈하라가 당초 알려진 450만 달러(약 60억원)보다 더 많은 금액을 훔쳤을 수도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고 오타니의 계좌에서 거래를 하고도 오타니가 알림을 받을 수 없도록 설정을 변경했다는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라고 밝히면서 미즈하라가 불법 도박을 저지르고 자신의 계좌에서 돈을 빼내 도박 빚을 갚은 사실과 '무관'하다는 오타니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커졌다.
오타니의 미즈하라는 한때 각별한 사이였다. 일본에서 태어나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미국에서 다녔던 미즈하라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일본인 좌완투수 오카지마 히데키의 통역을 맡으면서 야구계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2013년에는 니혼햄 파이터스의 외국인선수 통역으로 일하면서 오타니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오타니는 2017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LA 에인절스 이적이 확정되자 미즈하라를 자신의 전담 통역으로 채용했다. 두 사람의 10년이 넘은 인연도 결국 불법 도박 스캔들로 인해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다.
오타니는 자신과 둘러싼 의혹에도 꿋꿋이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다저스가 치른 15경기에 모두 출전한 오타니는 타율 .333(63타수 21안타), 출루율 .377, 장타율 .635, OPS 1.012에 3홈런 8타점 1도루로 맹활약하고 있다. 특히 그가 기록 중인 안타 21개는 내셔널리그 1위에 해당한다. 또한 오타니는 첫 14경기에서 장타 12개를 터뜨렸는데 이는 다저스 선수로는 역대 최초로 달성한 것이라 의미를 더했다.
오타니는 11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위치한 타깃필드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경기에서도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이 경기에서 오타니는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활약했다.
1회초 무사 1루에서 볼넷으로 출루한 오타니는 팀에 득점권 찬스를 안겼고 다저스는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우전 적시 2루타로 1점을 선취할 수 있었다. 3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좌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난 오타니는 5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우전 안타를 터뜨리며 7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중전 안타로 3루에 안착한 오타니는 맥스 먼시가 헛스윙 삼진 아웃으로 물러나면서 득점까지 해내지는 못했다.
7회초 1사 1루 상황에 다시 나온 오타니는 2루수 땅볼을 쳤고 선행주자 무키 베츠가 2루에서 포스 아웃을 당하면서 1루를 밟을 수 있었다. 이어 프레디 프리먼이 우전 2루타를 때렸고 1루에 있던 오타니는 득점을 위해 홈플레이트로 질주했으나 우익수 알렉스 키릴로프의 송구를 받은 유격수 카를로스 코레아가 포수 크리스티안 바스케스에게 레이저 송구를 하면서 태그 아웃을 당하고 말았다. 만약 오타니가 득점에 성공했다면 다저스는 3-3 동점을 이룰 수 있었지만 이는 현실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9회초 베츠가 유격수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나면서 경기는 다저스의 2-3 패배로 종료됐고 오타니도 더이상 타석에 들어설 기회가 자동적으로 사라졌다.
지난 해 에인절스에서 뛰면서 타자로 135경기에 출전해 타율 .304, 출루율 .412, 장타율 .654, OPS 1.066에 44홈런 95타점 20도루를 남기며 생애 첫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을 차지했던 오타니는 투수로 23경기에 등판해 132이닝을 던져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로 활약, 아메리칸리그 정규시즌 MVP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