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100구 이상, 거의 8년만” KIA 153km 파이어볼러의 대반전…6색조 매력, 11이닝 연속 비자책의 ‘비밀’
“6이닝, 100구 이상 투구가 거의 8년만이다.”
윌 크로우(30, KIA 타이거즈)는 미국에서 꾸준히 선발투수만 한 건 아니었다. 전문 구원으로 뛴 시즌도 있었다. 그래도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0승을 따내는 등 선발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 무엇보다 150km대 초반의 공을 뿌리되, 다양한 구종을 섞는 장점이 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크로우는 올 시즌 포심, 슬라이더, 체인지업, 투심, 커터, 커브 순으로 투구한다. 슬라이더는 스위퍼도 섞여있다. 여기에 올 시즌 포심 평균 149.1km이니, 제대로 작동하면 이 투수는 언터쳐블이 맞다.
그런데 3월23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개막전서 5⅔이닝 6피안타(1피홈런) 5탈삼진 1볼넷 5실점(4자책), 3월3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서 4⅓이닝 6피안타(1피홈런) 5탈삼진 3사사구 5실점했다. 시범경기서 154km에 4이닝 퍼펙트 투구를 한 그 모습이 아니었다.
그런 크로우가 최근 2경기서 확연하게 살아났다. 5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서 5이닝 2피안타 3탈삼진 3볼넷 무실점, 11일 광주 LG 트윈스전서 6이닝 5피안타 8탈삼진 1볼넷 2실점(비자책)했다. 특히 11일 경기서 자신의 1루 견제 악송구가 포함된 실책으로 1회 아웃카운트를 잡기도 전에 2점을 주긴 했다. 그러나 이후 6회까지 안정된 투구를 했다. 올 시즌 최고의 투구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KIA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크로우는 포심, 체인지업, 슬라이더, 스위퍼, 투심, 커브 순으로 구사했다. 포심 최고 153km. 경기를 중계한 SBS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은 초반만 해도 “크로우와 네일의 가장 큰 차이는 공의 움직임”이라고 했다.
크로우 역시 네일처럼 홈플레이트에서 움직임이 있는 투심과 스위퍼가 있지만, 제임스 네일보다 움직임이 덜해 공이 더 빨라도 타자에게 깨끗하게 들어오는 느낌이 강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크로우는 LG전서 이닝을 거듭할수록 각 구종별 움직임이 살아났다.
크로우는 정통 스위퍼를 구사한다. 구속은 조금 떨어져도 움직임이 심한 스위퍼를 던진다. LG는 좌타자가 많아서 10개만 구사했지만, 이런 구종이 있다는 걸 각인하는 효과는 있었다. 이전 경기들보다 움직임이 컸다.
또한, 포수 한준수는 “슬라이더가 낮게 컨트롤 되더라”고 했다. 이전 경기보다 체인지업을 조금 줄이고 슬라이더를 더 사용한 게 주효했다. 다양한 구종을 갖고 있으니 피치디자인이 무궁무진할 수밖에 없다. 당일 컨디션, 상대 타자들의 데이터에 따라 계속 바꿀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렇게 크로우가 6색조 매력을 앞세워 최근 11이닝 연속 비자책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도 3.86까지 낮췄다. 이미 네일이 에이스로 인정받고 있지만, 본래 에이스는 크로우였다. KIA가 장기레이스에서 탄력을 받으려면 외국인 원투펀치의 존재감이 가장 중요하다.
크로우는 구단을 통해 “1회 2점 주고 시작했지만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게임 플랜대로 던진 것이 주효했다. 타자와의 승부에만 집중하며 추가 실점 없이 6회까지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6이닝, 100개 이상 투구가 거의 8년만이라 조금 힘들기도 했지만 6회 마운드에 올라서도 힘이 남아 있어 만족스럽게 생각한다”라고 했다.
또한, 크로우는 “경기 전 한준수와 LG 타자들을 어떻게 상대할 지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전력분석팀의 도움과 상대 타자들 영상들을 많이 참고하며 게임 플랜을 짰다. 첫번째 투구부터 마지막 투구까지 한준수와 호흡이 잘 맞았다. 내가 구사하는 구종들도 전반적으로 구사가 잘 됐다”라고 했다.
끝으로 크로우는 “매 등판마다 많은 팬들이 응원해줘 더욱 더 힘이 난다. 홈이나 원정이나 큰 응원을 보내줘 놀랍기도 하고, 그런 기대에 항상 부응하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