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아시아쿼터로 인한 한국 여자배구 인기 실감” 한국 배구에 대한 직언까지 전한 박기원 감독
아시아쿼터 제도의 도입 후 아시아권에서 V-리그와 한국 배구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이에 맞게 한국 역시 아시아권의 배구에 대한 관심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발전을 위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며 교류를 확대하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또 아시아권 국제대회에 대해서도 잘 파악해야 국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충실하게 들려줄 수 있는 배구인에게 <더스파이크>가 연락을 취했다. 바로 열정의 노익장, 박기원 태국 대표팀 감독이다.
지금 아시아배구는?
Q. 가장 먼저 최근에 아시아배구연맹(AVC)에서는 어떤 일들을 했는지요.
최근에 AVC 정기회의에 참가했어요. 분과별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또 의견을 조율하는 정기적인 회의인데, 이번 정기회의의 최대 안건은 회장 선출이었습니다. 5월에 인도에서 회장 선출과 주요 임원진 구성을 위한 이사회가 개최될 예정이라서, 선거 준비로 분주했네요. 또 다른 주요 이슈로는 유럽-아시아 간의 코치 교류 강습 개최 준비가 있었어요. 이 교류는 9월에 진행될 예정이고, 이를 위해 예산을 편성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Q. FIVB의 세계선수권 방식 변경이 아시아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출전 국가가 늘어난다고 해서, 막상 아시아권의 국가들에게 실질적인 기회가 제공될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바뀐 출전 방식 때문에 FIVB 랭킹 포인트의 중요도가 대폭 올라갔고, 이게 아시아권 팀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커 보이거든요.
Q. AVC 클럽선수권이 4월에서 9월로 연기된다는 소식도 전해졌는데, 원인은 무엇인가요?
최근 발리볼월드가 대륙 단위 대회 전반을 다 컨트롤하고 있는 상황인데, 아시아클럽선수권 일정 변경도 발리볼월드 쪽에서 독단적으로 진행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아시아권 팀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태예요. 뿐만 아니라 태국이 작년에 우승했던 AVC 챌린지컵도 경기 방식이 바뀌어서, 우승팀인데도 우리가 출전권 보장을 받기 어려운 상태라 우리 역시 항의 중에 있습니다.
Q. 일본 V.리그의 경우 히카르도 루카렐리(브라질), 토리 데팔코(미국), 알렉산더 슬리브카(폴란드) 등 세계 스타들의 합류가 확정되면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일종의 문호 개방 덕분인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요?
일본 같은 경우 어느 정도의 국제적 역량이 갖춰진 상황에서 국내 리그를 더 활성화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봅니다. 자신들의 배구에 대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한 협회의 판단이겠죠. 저변 확대에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좋은 선수들이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배구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고, 이것이 저변 확대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안타깝지만 한국 같은 경우는 이런 변화들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너무 부정적인 말들이 많이 나오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은 사람들은 또 변화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이런 모델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배구 발전을 위해, 한국은 정신 차려야 합니다”
Q. V-리그 아시아쿼터에 대한 이야기도 여쭙겠습니다. 최근 아시아쿼터 제도로 인해 아시아권 팬들의 V-리그와 한국 배구에 대한 관심이 대폭 확대됐는데요. 현지에서도 그런 부분들을 체감하나요?
물론이죠. 당연히 인기를 실감합니다. 특히 여자부 경기 같은 경우 현지에서도 몇 만명이 동시에 중계를 시청합니다. 다만 남자부의 경우 중간에 중계 서비스가 중단됐어요. 한국 남자배구는 해외에서도 인기가 없다는 이야기겠죠.
Q. 현행 아시아쿼터 제도가 V-리그에 장기적으로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나요?
다음 시즌부터 대상 국가가 확대되면서 중국-일본-이란 등 경쟁력 있는 나라의 선수들이 물밀 듯이 들어올 겁니다. 제가 지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입장은 아니지만, 이제 한국 선수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힘든 경쟁 속에서 더 치열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는 건 분명합니다. 코트에 나설 수 있는 문이 점점 좁아질 테니까요.
Q. 태국 선수들의 아시아쿼터 진출 의사가 커졌는지도 궁금합니다.
태국은 아예 선수들이 되도록 V-리그 아시아쿼터에 지원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선수들에게 유럽 진출을 권장하는 거랑 같은 맥락입니다. 더 큰 물에서 많은 경험을 쌓길 바라는 취지죠. 남자 대표팀 선수들 중에서는 저에게 지원 의사를 밝힌 선수들도 이미 있습니다. 흔쾌히 수락했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이야기하라고 답해줬습니다. 저도 선수들이 한국을 비롯한 해외에 나갈 기회가 있다면 최대한 제공하는 쪽이 맞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Q. 긍정적인 방향으로 협회 전반이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확 드네요. 그 외에도 협회 차원에서 추구하고 있는 방향성이 있을까요?
지금 태국 같은 경우 배구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엄청난 힘을 쏟고 있습니다. FIVB와도 협력하면서 배구 발전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있죠. 예를 들면 대회 개최와 관련된 좋은 아이디어들을 협회와 FIVB가 공유하면서 기획을 확대하는 그런 과정을 함께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여자부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개최 같은 경우도 태국배구협회의 예산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인데, FIVB를 포함한 다양한 단체들과 긍정적인 교류를 하고 다양한 계획을 수립했기에 가능한 일이죠. 이처럼 협회와 FIVB는 서로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편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고, 이게 언제 좋은 결과로 드러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보다 배구 발전을 위한 출발선은 앞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한국은 정신을 차려야 해요. 배구 발전을 위해서는 자신에게 이득이 아니라고 문제제기만 하고, 의미 없는 탁상공론만 해서는 안 됩니다.
Q. 만약 한국 배구협회 쪽에서 태국과의 협업이나 연습 경기 등을 제안한다면 함께 할 의향도 있나요?
물론입니다. 한국에서 원한다면 협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협조하겠습니다. 아무리 제가 태국 대표팀의 감독이라고는 해도 제 근본은 한국 사람이잖아요. 한국 배구 발전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문을 열어둘 겁니다.
박기원 감독이 애지중지한 비밀 병기, 출격 준비는 70% 단계
Q. 태국 대표팀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최근 대표팀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요?
3월 4일부터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했어요. 올해부터는 3년 단위의 장기 계획을 수립해둔 대로, FIVB와 협력하면서 밀고 나가는 단계를 밟을 겁니다. 올해는 챌린지컵과 SEA-V 리그 정도가 굵직한 국제대회인데, 말씀드렸듯이 현재로서는 챌린지컵을 못 나갈 상황이라서 일단 이건 컴플레인을 걸어두고 있습니다. SEA-V 리그는 동남아권의 국가들끼리 모여서 치르는 국제대회고요. 추가로 U-20 대표팀끼리의 국제대회가 태국에서 개최될 예정인데, 태국 U-20 대표팀의 훈련도 함께 봐줄 예정입니다.
Q. 과거 인터뷰에서 미래를 책임질 재목이라고 언급하셨던 아포짓 수티퐁 돈라칸의 재활은 잘 진행됐는지도 궁금한데요.
재활에만 7~8개월 정도를 매진했습니다. 현재의 몸 상태는 최고 컨디션의 6~70% 정도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점프도, 공격도 어느 정도 가능해진 상태라서 대표팀에도 정식으로 합류를 시켰습니다. 생각보다 몸 상태가 빠르게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조심스럽게 끌고 갈 계획입니다. 아직 어린 선수고, 미래의 주전 아포짓으로 키워야 할 재목이니까요.
Q. 수티퐁이 없는 동안 아포짓으로 활약한 나파뎃 비니지디는 해외 진출을 하게 됐다고요.
4월부터 8월까지 치러지는 인도네시아 리그에 외국인 선수 자격으로 출전하게 됐습니다. 곧 인도네시아로 출국 예정입니다.
Q. 끝으로 한국 팬들을 위한 메시지를 보내주신다면요!
몸은 밖에 나와 있지만, 한국 배구를 항상 걱정하고 있습니다. 지금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또 그걸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지를 잘 파악하고 정리해서 한국 배구에 긍정적인 혁신이 일어나길 바랍니다. 한국 배구의 새 출발을 저도 꼭 보고 싶어요. 이번 한 해가 한국배구의 약진을 시작하는 해가 되길 응원하겠습니다. 또 저를 응원해주시는 팬 여러분들이 늘 자랑스럽습니다. 한국인이라는 저의 뿌리에 먹칠을 하지 않도록 계속 정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