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실수 인정 대신 은폐 택한 KBO 심판, 민낯을 드러내다

우유소녀제티 [카토커] 실수 인정 대신 은폐 택한 KBO 심판, 민낯을 드러내다

우유소녀제티 0 165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을 갖춰도 결국 사람이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KBO가 올시즌 세계 최초로 야심차게 도입했다는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utomatic Ball-Strike System)가 불러온 해프닝이, 결국 국내 심판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나비효과로 돌아왔다.
 
ABS는 카메라의 투구 궤적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독해주는 장치다. 주심은 음성장비를 통해 전달받은 ABS 판정을 선수들과 관중들에게 알린다. 본래 사람(심판)이 하던 스트라이크 판정을 기계가 대체해 오심을 줄이고 그에 따른 불필요한 갈등이나 경기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지난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ABS를 둘러싼 사고가 터졌다. NC가 1대 0으로 앞선 3회말 2사 1루, 삼성 이재현의 타석에서 NC 선발 이재학의 2구째 직구를 ABS에서는 스트라이크로 판정했는데 문승훈 주심이 스트라이크 콜을 선언하지 않은 것이다. 심판이 스트라이크 콜을 선언하지 않으면 그 공은 볼이 된다. 판정 내용을 제대로 수신하지 못한 심판의 실수였다.

이후 경기는 그대로 계속됐고 투수가 공 3구를 더 던지고 나서 풀카운트 상황이 되어 문제가 발생했다. NC 벤치 측에서 더그아웃에 배치된 태블릿 PC를 통해 지난 2구가 볼이 아닌 스트라이크라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항의에 나섰다. 만일 오심이 인정됐다면 이재현은 그대로 스트라이크 아웃 판정을 받아 공수 교대로 이어졌을 것이다.
 
실수를 인정하는 대신 은폐 선택한 심판들

KBO는 올해 ABS를 도입하면서 각 구단에 판독 결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무선 태블릿 PC를 함께 제공했다. 원칙적으로 ABS 최종 판정 결과에 대한 이의는 제기할 수 없게 되어있지만, 문의는 가능하다. 지난 13일 고척에서 열린 롯데-키움전에서는 김태형 롯데 감독이 ABS 판정에 의문을 품고 심판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나왔다.
 
그러나 이날 심판들은 NC 측의 어필이 늦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칙적으로 경기 상황에 대한 어필은 해당 장면이 벌어지고 나서 다음 투구가 이뤄지기 직전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NC 측은 ABS 투구 판정 결과가 뒤늦게 태블릿 PC에 전송되었기 때문에 항의도 늦을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현장에서 ABS 제도의 또다른 문제점을 보여준 대목이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오심 사건은 심판의 우발적 실수로 인한 단순한 해프닝 정도로 끝날 수도 있었다. NC 측의 항의 수용 여부를 놓고 한데 모인 4명의 심판들은, 그제야 자신들의 실수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인지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정정하는 대신 가장 '최악의 대처'를 선택했다.
 
이민호 심판 조장은 논의를 마친 뒤 마이크를 잡고 "이재학의 2구가 심판에게는 음성으로 '볼'로 전달됐다. ABS 모니터를 확인한 결과 스트라이크로 판정됐다"고 팬들에게 해명하며 시스템의 오류로 책임을 돌렸고, NC의 어필은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하지만 이민호 심판의 이야기는 곧 명백한 거짓말이었다는 게 탄로났다. 마침 TV 경기 중계에서 심판들이 논의하는 대화 내용이 그대로 전파를 탔기 때문이다.

이민호 심판은 오심을 저지른 문승훈 주심에게 "음성은 분명히 볼로 들었다고 하시라. 우리(심판들)가 빠져나갈 건 그것밖에 없다. 우리가 안 깨지려면 일단 그렇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심판들도 모두 동의했다. 또한 오심을 저지른 당사자인 문승훈 구심은 "지나간 건 지나간 걸로 해야지"라는 뻔뻔한 발언을 덧붙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오심 때문에 비난과 문책을 당할 것이 두려웠던 심판들이 오히려 오심보다 더 심각한 '조작'을 통해 진실을 은폐하려 했던 시도가 실시간으로 적발된 것이다. 백주대낮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했던 심판들의 어처구니 없는 대화는 그대로 전국의 야구 팬들에게 생중계 됐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이날의 승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오심이 없었다면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 했을 NC는 결국 해당 이닝에 3실점을 내줬고, 최종 경기 결과도 5대 12로 크게 패했다. 경기 종료 후 심판들의 오심과 조작을 모두 파악한 NC는 KBO에 강력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지에서는 심판들을 향한 야구 팬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KBO는 해당 심판들을 직무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고 인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징계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ABS 판정은 상황실 근무자의 확인을 거쳐 심판들에게 전달된다. ABS 모니터에 스트라이크로 판독된 것이 심판에게 볼로 잘못 전달될 확률은 0%라는 것이 KBO의 해명이다. 또한 심판들의 조작 시도가 명백한 음성 증거로까지 남은 상황이라 중징계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갈수록 낮아지는 KBO 심판들에 대한 신뢰

이번 사건이 주는 씁쓸한 교훈은 심판들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는 데 있다. 현행 ABS 제도에서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에 대한 전달자 역할은 오직 심판에게만 있다. 이날 경기처럼 심판이 수신을 잘못해 판정 실수를 저질러도 더그아웃에서 바로 인지하기 어렵다. 태블릿 수신 문제 때문에 바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뒤늦게 항의했다는 이유로 정당한 어필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도 불합리하다. 

차라리 ABS 판정 결과를 아예 전광판을 통해 관중들과 바로 공유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KBO 측은 수신 오류가 발생했을 때 ABS 상황실 근무자에게도 심판의 오심을 정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은 결국 시스템보다 사람이다. 야구 팬들도 ABS의 신뢰도 보다는 심판의 자질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애초에 ABS가 도입된 이유는 KBO 심판들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 스트라이크 볼 판정에 대한 논란과 갈등이 끊이지 않자, 결국 기계가 그 역할을 대체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경기 운영에서 여전히 심판들의 영향력은 적지 않다. 더구나 이번에 논란에 휩싸인 심판들은 모두 현재 KBO리그에서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들이었다.
 
심판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심판들의 권위와 신뢰에 더 큰 치명타만 안기고 말았다. 많은 팬들은 기계가 판독한 결과조차 제대로 전달해주지 못하고, 잘못을 저지르고도 진실을 조작하고 은폐하는 심판이 대체 왜 필요하느냐며 비판하고 있다.
 
이 사건은 ABS의 문제를 넘어서 KBO 역사 속 심판의 역할에 중대한 오점을 남긴 수치스러운 사건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전망이다. KBO가 문제를 일으킨 심판들에게 얼마나 엄중한 조치를 내릴지, 그리고 돌이킬 수 없이 무너진 팬들의 신뢰를 심판진이 회복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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