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두드리니 드디어 열렸다…우승 한 푼 현대건설 양효진 “마음을 비우고 시작한 시즌, 오히려 힘을 빼니 우승이 찾아오네…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은 지난 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승리하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현대건설 선수들은 다함께 세리머니를 펼쳤다. 우승팀의 권리라고 할 수 있는 그날 밤의 기쁨을 온 몸으로 누렸다.
앞서 세 차례나 챔프전 우승을 놓쳤던 현대건설이었기에 우승의 여운은 더 진했다. 2019~2020, 2021~2022시즌에는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고도 코로나19 여파로 포스트시즌 없이 시즌이 종료됐다. 2022~20223시즌에는 시즌 중 선두를 달리면서 기대감을 키웠지만 플레이오프에서 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우승을 놓친 세 차례 시즌 중 두 차례는 천재지변 때문이어서 누구를 탓할 수 없었다. 현대건설의 주축 선수 양효진(35) 역시 몹시 아쉬웠다. 챔프전을 위해서 연습을 하고 있다가 코로나19로 취소가 되었다는 소식에 크게 허탈했고, 다 잡은 듯 했던 우승을 플레이오프에서 놓쳤을 때는 상심이 컸다.
잡힐 듯 멀어진 챔프전 우승이 반복되자 점차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게 됐다. 이번 시즌은 그렇게 비워진 마음으로 시작이 됐다.
“정말 많이 비웠어요. 플레이오프에만 올라가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고대하던게, 힘을 빼고 난 뒤에 찾아온 느낌이라 신기하네요.”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시상식이 끝난 뒤 만난 양효진은 이렇게 말했다.
우승의 기쁨을 누린 뒤 일주일, 양효진은 문득문득 우승의 순간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는 “실감이 잘 안 났었다. 우리가 세 번 정도 시도했다가 무산이 된 채로 끝났는데 잘 마무리해서 뿌듯한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양효진은 이번 챔프전 3경기에서 모든걸 쏟아부었다. 53득점을 쏟아부으며 트로피를 스스로 거머쥐었다. 너무나 바란 것이기도 하지만 또 받고 나니 공허한 마음도 적지 않다. 그는 “기쁜 마음이 매일 가지는 않고 문득 문득 찾아온다. 챔프전이 끝난 후 한 3일 동안은 ‘우승했네’라는 생각은 했지만 공허감도 있다. 그래서 또 다시 내년에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했다.
돌이켜보면 이번 시즌 역시 쉽지 않았다. 양효진은 시상식에서 미들 블로커 베스트7에 선정되면서 10년 연속 수상을 했다. 그는 수상 후 “이번 시즌 시작할 때 유난히 힘들었는데 상을 받게 되어서 힘든 순간이 씻겨나가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