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마운드에서 달라진 걸 느꼈다"…유일하게 빗나간 이숭용의 촉, 'ERA 12.71' 더거 진짜 어…
"마운드에서 조금 달라진 걸 느꼈다"
SSG는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3차전 원정 맞대결에서 방망이가 불을 뿜으며 12-7로 짜릿한 역전승을 손에 넣었다.
2연패 탈출 만큼 기뻤던 대목도 많았다. 이숭용 감독은 24일 경기에 앞서 대뜸 "오늘 (최)정이 칠 것 같지 않나요?"라고 말했다. 최정의 468호 홈런이 탄생할 것이라고 내다본 것. 이어 사령탑은 "오늘 내 촉으로는 나올 것 같다. 내 촉이 조금 맞는 편이다. 오늘은 느낌이 좋다. 최정의 홈런과 (추)신수의 2000안타도 나올 것 같다. 물론 내가 점쟁이는 아니지만, 어제보다는 스윙이 돌아가는 것이 오늘이 더 자연스럽게 보이더라"며 활짝 웃었다.
이숭용 감독의 촉은 제대로 적중했다. 첫 두 타석에서 뜬공으로 물러났던 최정은 롯데 선발 이인복을 상대로 5회 초구 127km 슬라이더를 힘껏 잡아당겨 마침내 KBO리그 역사를 새롭게 작성하는 기쁨을 맛봤다. 이는 FA(자유계약선수) 계약 후 300번째, 팀 명칭이 SSG로 변경된 후 100번째, 19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 KBO리그 역대 최다 홈런 기록으로 이어지는 아주 의미가 남다른 홈런이었다. 그리고 추신수 또한 두 번째 타석에서 4-2로 달아나는 적시타를 한·미 통산 2000번째 안타로 연결시켰다.
최정의 신기록과 추신수의 금자탑에 이어 역전승까지 모든 것이 이숭용 감독의 예상대로 진행됐는데, 단 한 가지 바람은 빗나갔다. 바로 선발 로버트 더거의 투구였다. 사령탑은 경기에 앞서 "더거가 KIA를 상대로 5이닝을 굉장히 잘 던졌다. 조금 빨리 교체를 하는 바람에 승리를 못해서 미안하다. 일단 마운드에서 조금 달라진 걸 느꼈다. 전투력이 생긴 느낌이었다. 배영수 코치에게 물어보니 '오늘은 조금 다릅니다'라고 하더라. 내가 봐도 마운드에서의 모습이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이숭용 감독은 "그래도 좋은 분위기를 갖고 왔나. 오늘도 특별히 이야기한 것은 없기 때문에 조금 자신감을 얻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미국과 대만에서 던진 공만 보여주면 충분히 10승은 할 수 있다고 봤다. 마운드에서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볼이 되고 하면서 승부를 들어가니 조금 맞게 되더라. 더거뿐만이 아니라 요즘 실투가 모두 장타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팀들의 영상을 봐도 마찬가지. 그래서 투수들이 올해는 조금 더 고전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하지만 사령탑의 기대, 믿음과 달리 더거는 다시 한번 최악의 투구를 펼쳤다. 더거는 1회 시작부터 선두타자 윤동희에게 안타를 맞으며 경기를 출발했다. 중계 플레이 과정에서 실책이 겹치면서 주자가 스코어링 포지션에 위치하는 불운이 있었으나, 후속타자 황성빈에게 연속 안타와 도루를 허용하는 등 무사 2, 3루 위기에 놓였다. 그리고 빅터 레이예스에게 희생플라이, 전준우에게 좌익수 방면에 1타점 2루타를 허용하며 초반부터 2실점을 기록했다. 이어지는 1사 2루에서도 정훈을 더블플레이로 돌려세웠지만, 매우 잘 맞은 타구가 유격수 정면으로 간 것은 '행운'이었다.
더거는 2회 손호영-한동희-김민성으로 이어지는 하위 타선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우며 안정을 찾는 듯했는데, 결국 3회를 넘지 못했다. 선두타자 정보근을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시자간 더거는 이번에도 윤동희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이후 황성빈에게 우중간에 1타점 3루타를 맞았고, 이때도 중계 플레이에서 실책이 나오면서, 타자주자 황성빈도 홈을 밟았다. 4실점째. 불운한 상황이 있었지만, 누상에 주자가 모두 지워졌기 때문에 비교적 편한 상황에서 투구가 가능했는데, 더거는 또다시 집중타를 맞기 시작했다.
더거는 레이예스에게 2루타를 맞으면서 또 실점 위기에 놓였고, 전준우에게 1타점 2루타, 손호영에게 1타점 3루타, 한동희에게도 적시타를 내주면서 2⅔이닝 만에 무려 7점을 헌납했다. 결국 SSG는 더거를 내리고 박민호를 투입한 뒤에야 힘겹게 이닝을 매듭지었다. 지난 6일 NC 다이노스전에서 3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12안타 7사사구 14실점(13자책)으로 처참했던 정도는 아니었지만, 2⅔이닝 동안 9피안타 7실점(7자책)으로 무너졌다. 다행히 타선의 도움으로 노 디시전의 결과를 낳았지만, 시즌 성적은 6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12.71로 매우 좋지 않다.
지금까지 6번의 등판 중 KIA를 상대로 5이닝 1실점 투구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더거는 기대 이하의 모습이다.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볼, 체인지업과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완성도 있게 구사할 수 있다는 점과 풍부한 선발 경험과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갖춰 큰 약점이 없는 완성형 선발 투수로 판단한 것이 SSG가 더거를 영입하게 된 배경인데, 지금의 모습이라면 장기적으로 동행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언제까지 더거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서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통산 평균자책점이 5.25,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가 1.47로 매우 높은 더거에게 2~3선발급의 퍼포먼스를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