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신태용 매직’과 비교된 황선홍호…40년 만에 올림픽서 사라졌다
현대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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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22:54
[골닷컴] 이정빈 기자 = 올림픽 최초로 남자 축구 본선 10회 연속 진출 기록을 눈앞에 뒀던 대한민국 23세 이하(U-23) 국가대표팀이 치욕을 맛봤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에 발목을 잡히며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급진적인 발전을 이루며 새 역사를 작성한 인도네시아와 비교된 터라 더욱 쓰라린 패배였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대표팀은 26일 오전 2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인도네시아와의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2-2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10-11로 패했다.
한국은 전반전부터 인도네시아의 체계적인 공격에 고전하며 방어하는 데 급급했다. 마르셀리노 퍼디난(데인즈)과 라파엘 스트라위크(덴하흐)를 앞세운 인도네시아는 수비진이 온전치 않은 한국을 몰아쳤다. 전반 15분 박스 바깥 모서리 부분에서 스트라위크가 오른발로 감아 찬 슈팅이 골문에 꽂히며 인도네시아가 화력 쇼를 시작했다.
인도네시아가 측면에서 퍼디난의 날렵한 움직임을 토대로 돌파구를 찾을 때, 한국은 효율적인 공격이 나오지 않았다. 측면에서 이태석(FC서울)과 황재원(대구FC)이 빈번하게 크로스를 시도했지만, 박스 안에 있는 그 누구에게도 정확하게 향하지 않았다. 애초 높이가 장점이 아닌 강성진(FC서울), 엄지성(광주FC), 홍시후(인천유나이티드)에게 가혹한 처사였다. 이들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도록 넓은 공간을 향해 패스를 전달하거나, 측면에서 드리블할 수 있는 틈을 창출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전반 45분 황재원의 크로스를 다이빙 헤더로 연결한 엄지성의 슈팅이 전반전 황선홍호의 유일하게 위협적인 공격이었다. 그리고 이 슈팅은 황선홍호가 전반전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기록한 유일한 슈팅이기도 했다. 엄지성의 슈팅 장면에서 한국이 힘겹게 균형을 맞췄지만, 곧바로 허무하게 실점을 내줬다. 전반 추가시간 3분 수비수와 골키퍼 간 호흡이 맞지 않고 틈이 발생하자, 스트라위크가 놓치지 않고 골망을 또 흔들었다.
인도네시아가 전반전 슈팅 7개를 휘몰아치며 2골을 넣을 때, 한국은 가까스로 슈팅 1개를 만드는 데 그쳤다. 득점을 기록했지만, 이마저도 굴절 운이 따른 상대 자책골이었다. 황선홍 감독의 전반전 운영이 완벽한 실패로 돌아가면서 후반전 변화가 절실했다.
후반전 황선홍 감독은 3장의 교체 카드를 활용하면서 준비했던 3백을 포기했다. 높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이영준(김천상무)가 투입됐고, 측면 공격을 살리기 위해 정상빈(미네소타 유나이티드)도 잔디를 밟았다. 변화를 가져간 뒤 흐름을 잡나 싶었지만, 후반 23분 이영준이 상대 수비수 발목을 밟으며 레드카드를 받았다. 가뜩이나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적 열세에도 놓였다.
인도네시아는 전반보다 라인을 내린 채 퍼디난과 스트라위크를 활용한 역습을 추구했다. 한국은 더욱 내려선 인도네시아 수비진을 뚫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상대 역습에 혀를 둘렀다. 후반 39분 한국은 인도네시아의 세트피스 상황 이후 찾아온 단 한 번의 역습 기회를 정상빈이 득점으로 전환하면서 죽다 살아났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수명 연장에 불과했다.
지친 두 팀은 연장전에서 득점을 기록하지 못하고 승부차기로 향했다. 6번째 키커를 제외한 모든 키커가 승부차기에 성공한 두 팀은 12번째 키커에서 승부가 결정됐다. 한국은 이강희(경남FC)가 실축했지만, 인도네시아는 아르한(수원FC)이 성공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결과와 상관없이 경기 내용만 놓고 봐도 인도네시아가 승부차기까지 간 게 아쉬운 경기였다. 인도네시아는 21개의 슈팅을 퍼부으며 한국을 압도했고, 점유율도 53%로 더 높았다.
이 경기 패배로 한국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이후 40년 만에 올림픽 축구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역대 최초로 올림픽 남자 축구 본선 10회 연속 진출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유럽파 차출 불허, 부상자 발생 등 여러 악재가 나왔지만 황선홍호가 8강에서 탈락할 전력은 전혀 아니었다.
한국의 대기록이 꺾인 가운데, 인도네시아는 신태용 감독과 함께 새 기록을 달성했다. 인도네시아는 U-23 아시안컵 최초로 4강 문턱을 넘었고, 최소 대륙간 플레이오프 티켓을 확보했다. 인도네시아가 우즈베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승자와 4강에 맞붙어서 승리할 시 곧바로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게 된다.
지난 2020년 인도네시아로 떠난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 축구에 신바람을 불어넣으며 A 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 가릴 것 없이 큰 발전을 이뤘다. 지난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인도네시아 A 대표팀을 16강 무대로 올려놓은 신태용 감독은 3개월 뒤 같은 곳에서 인도네시아 U-23 대표팀에는 올림픽 진출 희망을 선사했다.
A 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 모두 카타르에서 참사를 당한 한국과 다르게 신태용 감독을 내세운 인도네시아는 자신들이 더 이상 약체가 아니라는 걸 증명했다. 지난 4년간 조용히 발전해 온 인도네시아가 침체기에 빠진 한국 축구에 뼈아픈 역사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