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모자로 얼굴가리고 도망치듯 떠나려 한 김영권, 무슨 일이?
12일 울산문수경기장. 김천 상무에 종료 직전 벼락 동점골을 허용해 2-2로 비긴 울산HD 선수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자기 짐을 챙겨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중 베테랑 수비수 김영권은 평소답지 않게 모자를 푹 눌러쓰고 얼굴을 가린 채 빠른 걸음으로 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가고자 했다.
마음의 커다란 짐이 느껴졌다. 김영권은 이날 팀이 1-0으로 앞선 전반 26분 골문 앞 강현묵의 돌파 때 왼발을 뻗어 저지하다가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주심이 비디오판독(VAR)을 거쳐 판정했다. 김대원이 동점골로 연결했다. 그러나 후반 반전의 디딤돌을 놨다. 후반 6분 프리킥 기회에서 공격에 가담해 절묘한 헤더 골을 터뜨렸다. 2-1로 스코어로 경기를 마쳤으면 ‘히어로’가 될 만했다. 하지만 울산은 종료 호루라기가 울리기 전 김천 수비수 김태현에게 중거리포 동점골을 얻어맞으며 김영권의 득점은 빛이 바랬다.
울산 뿐 아니라 국가대표팀의 ‘수비 리더’인 김영권은 이번시즌 유독 풀리지 않고 있다. 특히 3월 인천 유나이티드전과 지난달 대전하나시티즌전에서 황당한 패스 실수로 실점 빌미를 제공하는 등 그답지 않은 실책이 잦다. 김천전도 페널티킥 상황을 비롯해 몇 차례 실책성 플레이가 나와 우려 목소리가 컸다.
일부 팬은 ‘에이징커브’를 논한다. 그 역시 최근 비판 여론을 안다. 이날 자기 실수로 팀의 연승 행진이 5경기에서 끝났다는 자책감에 사로잡혔다. 평소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 인터뷰 요청에 스스럼없이 임한 그는 ‘죄인’처럼 빠져나가려고 했다. 애초 인터뷰가 어렵다는 태도를 보인 김영권은 마음을 다잡고 취재진 앞에 섰다.
최근 부진에 김영권은 “실력이다. 내가 잘못한 것이니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 축구에서 실수는 다음에도 나올 수 있다. 최대한 안 하려고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판을 가감 없이 받아들이려는 태도였다.
김영권의 부진을 두고 체력적인 어려움을 언급하는 이들도 많다. 1990년생인 그는 한국 나이로 어느덧 서른 중반이다. ‘관리’가 필요한 나이다. 그러나 올 초 아시안컵에 참가하느라 동계전지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또 3월 A매치 브레이크 기간에도 태국과 월드컵 예선 2연전에 참가했다. 쉬는 기간 숨을 고르지 못했다. 여기에 울산은 이번시즌 수비진에 여러 선수가 바뀌었다. 김영권이 컨디션을 조율하며 팀에 녹아들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 얘기에 김영권은 고마워했다. “여기 계신 기자분들은 알아주시나, 몰라주는 분이 더 많지 않을까”라며 “핑계처럼 들릴까 봐 말하지 않았다. 몸이 힘들어서 그렇다는 얘기와 관련해서 모르는 분은 아무리 말해도 모른다.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