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중국과의 마지막 연습경기 마친 라미레스호, 오픈 공격 결정력 강화가 최대 숙제
중국과의 연습경기가 모두 끝났다. AVC 챌린지컵을 앞두고 숙제 하나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과 중국 남자배구 대표팀의 연습경기가 한국 시간 24일부터 26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총 3회 치러졌다. 두 팀은 이번 연습경기 시리즈를 통해서 6월 2일부터 바레인 이사 타운에서 치러지는 2024 아시아배구연맹(AVC) 남자 챌린지컵을 대비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전술을 점검했다.
연습경기 시리즈의 마지막이었던 26일 경기에서 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은 황택의‧임성진‧최준혁‧이상현‧신호진‧김지한을 선발로 기용했다. 리베로 유니폼은 박경민이 먼저 입었다. 비탈 헤이넨 감독이 이끄는 중국 쪽 코트에는 왕 헤빈‧펭 쉬쿤‧추 종 슈이 등 국가대표팀에 꾸준히 선발돼 온 자원들이 다수 포진해 있었고, 다음 시즌부터 OK금융그룹 소속으로 V-리그에서 뛸 장 빙롱의 얼굴도 보였다.
1세트 초~중반에는 왼쪽에서의 공격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오픈 공격 상황을 도맡은 임성진이 중국의 높은 벽에 고전했다. 황택의는 시선을 신호진 쪽으로 돌렸지만, 신호진 역시 높이 싸움에서 밀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임성진 대신 김지한이 전위로 올라왔을 때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이후 9-14에서는 한태준-이우진이 더블 스위치를 통해 코트를 밟았지만, 두 선수가 있는 동안 점수 차는 10-20까지 벌어졌다. 이우진의 오른쪽 플레이도, 한태준의 경기 운영과 패스도 큰 메리트가 없는 듯한 모습이었다. 장 빙롱과 위 위안타이의 공격에 꾸준히 실점한 한국은 14-25로 1세트를 크게 패했다.
한국은 2세트 들어 한결 나은 경기를 했다. 조금씩 중국의 공격에 블로커들이 대응하기 시작했고, 공격에서의 결정력도 나아졌다. 1세트 대비 라인업에는 변동이 없었지만, 1세트의 한국이 그랬던 거처럼 공수 양면에서 흔들린 중국이 자멸하며 3~4점 앞서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트 후반 들어 1세트에 나타난 문제가 반복됐다. 오픈 상황에서 왼쪽 공격의 결정력이 떨어졌다. 이로 인해 조금씩 중국의 추격을 허용한 한국은 펭 쉬쿤의 속공과 장 빙롱의 파이프-퀵오픈에 당하며 2세트도 23-25로 패했다.
라미레스 감독은 3세트 들어 김준우‧한태준‧이우진‧김영준‧차영석‧정한용을 투입하며 김지한의 날개 한 자리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 변화를 줬다. 김준우와 차영석이 중앙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친 한국은 또 한 번 근소한 리드를 잡고 먼저 앞서갔다.
그러나 또 한 번 날개에서의 결정력 차이가 문제였다. 김지한과 이우진이 날개에서 중국의 블로커들에게 고전하는 사이 중국은 더 나은 날개 공격 결정력을 선보였고, 또다시 중국이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23-23에서 신호진의 공격이 불발된 뒤 장 관후아의 반격이 이어지며 한국은 세트포인트에 몰렸고, 김지한의 공격이 왕 헤빈과 리 용젠의 합동 블로킹에 걸리며 3세트도 패했다.
중국이 먼저 세 개의 세트를 따냈지만, 연습경기의 목적을 고려해 경기는 4세트까지 진행됐다. 여전히 한국은 높이 차이를 극복할 방안을 쉽게 찾지 못했다. 김지한과 정한용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아포짓으로 나선 이우진은 포지션이 익숙치 않은 탓인지 형들을 도울만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황택의의 강서브에 이은 김준우의 블로킹이 나오는 등 긍정적인 장면들도 있었지만, 결국 4세트 역시 중국의 25-21 승리로 끝났다.
임동혁과 정지석, 허수봉까지 걸출한 공격수들이 명단에서 빠진 상황에서, 오픈 공격은 대표팀에게 쉽지 않은 과제가 맞다. 그러나 당장 다가올 챌린지컵에서의 첫 상대인 인도네시아부터가 아시아권에서는 강력한 서브를 갖춘 팀이다. 리시브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은 계속 찾아올 것이고, 하이 볼 상황마다 점수를 내지 못하면 결국 어려운 경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보다 원활한 오픈 공격을 위해서는 우선 2단 연결을 다듬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하이 볼 상황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어려움의 정도를 최대한 줄여주는 것이 필요한 것. 또 하나 고민해봐야 할 점은 어려운 상황에서의 공격력에 비교적 강점이 있는 선수 구성을 시도해보는 것이다. 고려해볼만한 방법으로는 차지환의 기용이나 김지한의 아포짓 이동 등이 있겠지만, 차지환은 시리즈 내내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김지한은 왼쪽에서 역할이 너무 컸던 것이 걸린다.
이제 라미레스호는 바레인으로 향한다. 중국과의 연습경기는 부족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영광을 잃고 추락을 거듭해온 남자배구 대표팀이 알아낸 약점을 보완해 바레인에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