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프로 다시 도전할 기회"…민병헌 본격 지도자 첫걸음, 창단 대학야구팀 감독 된다
"프로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되는 곳이면 좋겠어요."
전 국가대표 외야수 민병헌(37)이 대학야구 감독으로 지도자 커리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와이즈유 영산대학교는 지난 28일 드림스포츠아카데미와 대학 야구부 창단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초대 감독에는 민병헌이 내정됐다.
민병헌은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에서 15년 동안 KBO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로 활약했다. 덕수고를 졸업하고 2006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4순위로 두산에 입단해 2013년부터 주전 우익수로 도약하면서 전성기를 맞이했다. 2018년 시즌을 앞두고는 생애 첫 FA 자격을 얻어 롯데와 4년 총액 80억원 대형 계약에 성공하며 승승장구했다. 프로 15년 통산 성적은 1438경기, 타율 0.295(4285타수 1266안타), 99홈런, 187도루, 578타점, 751득점이다.
국가대표로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처음 부름을 받아 20타수 10안타로 맹활약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5년 WBSC 프리미어12에서 한국이 초대 우승팀에 오르는 데 기여했다. 2017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19년 프리미어12까지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고 리그 최정상급 우익수의 자리를 지켰다.
민병헌은 2021년 9월 은퇴를 선언하면서 선수 커리어를 스스로 마감했다. 그해 1월 뇌동맥류 수술을 받고 재활과 함께 선수 생활 지속 여부를 고민하다 결국 유니폼을 벗기로 결심했다. 선수 시절 워낙 야구를 향한 열정이 대단했던 선수기에 배트를 내려놓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한동안 건강 관리에 전념했던 민병헌은 지난해 8월부터 차근차근 야구 지도자 관련 일을 하기 시작했다. 서귀포시 야구협회·홍보대사를 맡고, 제주도와 경상남도 양산에서 '민병헌 유소년 야구캠프'를 운영하는 등 지역 야구 저변 확대를 위한 재능기부를 꾸준하게 펼쳐왔다.
민병헌은 이제 대학야구팀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본격적으로 지도자 커리어의 첫걸음을 시작한다. 수석코치로는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에서 투수로 활약하다 2020년 은퇴한 문광은을 내정했다.
민병헌은 "감사하게도 기회가 내게 왔다. 감독을 해도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지도자 공부를 해왔던 만큼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영산대학교과 드림스포츠아카데미는 이날 협약에 따라 야구부 창단에 관한 협력, 인적교류, 우수선수 영입을 위해 기관별 TFT(Task Force Team, 임시 편성 조직)를 운영하는 등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영산대 부구욱 총장을 비롯한 보직교수, 체육부 교수·직원과 드림스포츠아카데미 조현호 대표, 로한에이전트 고민석 대표, 자연안에한방병원 윤호영 양산대표원장, 민병헌 감독, 문광은 수석코치 내정자 등이 참석했다.
양 기관은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대학부 창단을 위한 등록 절차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고교 야구부 선수를 선발해 올해 창단과 함께 내년부터 대학리그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민병헌은 조금 더 많은 선수들이 프로 무대에서 기회를 얻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그는 "잘하는 친구들이 팀에 많아져야 성적이 나겠지만, 잘하는 선수들을 조금 더 잘하게 만들어서 프로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되는 곳이면 좋겠다. 대학에서 4년이란 시간 동안 열심히 운동을 해서 또 프로에 갈 수 있고, 육성선수가 됐든 하위 라운드에 지명이 되든 어쨌든 프로에 가는 게 중요하지 않나. 프로에 가서 버틸 수 있게끔 실력을 끌어올려 주는 게 기본적인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부구욱 영산대 총장은 "태권도, 우슈, 검도, 테니스, 탁구 등 체육부를 이미 운영 중인 영산대는 이번에 야구부를 창단하면서 재학생과 대학 구성원들이 더욱 소속감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야구부 창단과 함께 고교의 우수 선수를 발굴 및 육성하고 스포츠를 통한 사회공헌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