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부주장' 이재성의 리더십,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멀리 가고 싶으면 함께 가라"
김도훈 임시 감독으로부터 부주장으로 임명된 이재성은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왜 부주장이 되었는지 그 품격을 또렷하게 증명해보였다. 부드러우면서도 팀이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팀 내 베테랑으로서의 존재감을 내비쳤다.
김도훈 임시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오늘(6일) 밤 9시(한국 시각)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예정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5라운드 싱가포르전을 앞두고 있다. 김 감독은 이번 싱가포르전을 앞두고 이재성을 이번 6월 2연전을 위한 팀의 부주장으로 선임해 주장 손흥민을 돕도록 했다.
김 감독이 이재성에게 의지해야 할 부분이 많은 이유가 있다. 김 감독은 당장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들로 전력을 구성했다. 덕분에 많은 선수들이 교체가 되어 이번 6월 2연전을 준비한다. 이중에는 국가대표 경험이 전무한 선수들도 상당하다. 기존 멤버들이 팀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해야 팀이 단합될 수 있다. 손흥민 못잖게 국가대표로서 많은 헌신을 해왔던 이재성은 낯선 분위기에서 승부를 준비하게 될 새 얼굴들에게 최고의 길잡이라 할 만하다.
이재성은 5일 저녁 싱가포르 국립경기장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자리에서 새로 뽑힌 선수들이 많은 대표팀 내 분위기에 대해 "새 선수가 많다는 건 그만큼 기대가 많이 되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이 보여줄 새로운 플레이는 대표팀에 많은 자극과 동력이 될 것이라는 게 이재성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대표팀이 처음인 선수들은 낯설고 어색하겠지만, 그래도 소속팀에서 보여줬던 플레이를 보일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 게 고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어주고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래서 어떤 시너지가 나올지 많이 기대가 된다. 팬들도 기대해달라"라며 싱가포르전에서 등장하게 될 국가대표 데뷔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또, "부주장직을 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라며 "책에서 읽은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하겠다.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고, 멀리 가고 싶으면 함께 가라'라는 말이다. (손)흥민이가 맡고 있는 주장 자리도 그렇지만 결코 혼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함께 힘을 모아 어린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의 의견을 잘 모아 즐겁고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국가대표로서 보여줘야 할 책임감과 모범적인 모습을 저부터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 후배들에 본받을 수 있고, 지켜보고 있을 국민들에게도 기쁨을 드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조곤조곤하지만 또박또박한 메세지로 자신의 굳은 심정과 책임감을 표현하는 자리였다. 덕분에 사령탑 공백 상태에서 수 개월을 보내고 있는 대표팀의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믿을 만한 부분이 있다는 걸 느끼게 됐다. 조용하지만 선이 굵은 이재성의 피치 내 리더십이 위기의 한국 축구에 돌파구를 제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