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계속 참았는데, 주전급? 안 오려고 해"…'7→4일' 올스타 휴식기 단축, 이강철·김태형 고참들…
[마이데일리 = 수원 박승환 기자] "계속 참았는데", "추천 선수로는 주전급들이 오지 않으려 한다"
1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KT 위즈의 팀 간 시즌 7차전 맞대결에 앞서 이강철 감독과 김태형 감독이 나란히 목소리를 높였다. '맏형' 김경문 감독에 이어 두세 번째로 연장자인 사령탑들이 소신을 밝힌 것은 바로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축소 때문이었다.
KBO는 올 시즌에 앞서 많은 변화를 가져갔는데, 그 가운데 한가지가 바로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의 변경이다. 지난해까지 KBO리그는 일주일의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을 가졌는데, 이게 올해부터는 4일로 줄어들었다. 올스타 휴식기를 줄인 가장 큰 이유는 오는 11월 열리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때문이다. 지난해 우천취소 등으로 인해 역대급으로 긴 시즌과 함께 각종 국제대회로 어려움을 겪었던 KBO는 올해 정규시즌 개막을 3월로 당기고, 금-토요일 경기에 비가 올 경우에는 더블헤더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국제대회 일정에 쫓기지 않기 위해 정규시즌 개막을 3월로 당기고, 시즌 초반부터 더블헤더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현장에서도 납득, 수용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올스타 브레이크는 조금 다른 이야기라는 것이 현장의 생각이다. KBO는 지난 1월 3일 정규시즌 일정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을 7일에서 4일로 줄였다. 때문에 올해는 7월 4일부터 나흘 밖에 쉬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동안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보충, 재정비를 해왔던 현장의 입장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이렇게 짧아진 올스타 브레이크에 대해 가장 먼저 불만을 드러낸 사령탑은 염경엽 감독이었다. 염갈량은 지난 1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 앞서 "처음 (일정이) 나왔을 때부터 화가 났다. (월요일 제외) 올스타 브레이크가 3일 밖에 되지 않는다. 완전한 회복을 하지 못한 채 (후반기를) 시작해야 한다"며 "어떤 감독도 이 내용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는 상황이다. 현장 의견 없이 3일로 정한 부분은 문제가 있다. 올스타전을 팬들을 위해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는 기간이 길어야 한다. 팀 입장에서 선수들을 보내는 데 부담이 된다"고 KBO의 결정을 비판했다.
이어 염경엽 감독은 "시즌을 빨리 시작했으면 올스타 브레이크는 그대로 일주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더블헤더를 안 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모든 것에 제한을 두면 결국 죽는 것은 현장 뿐이다. 선수들 부상만 늘어난다"며 "최근 몇 년을 보면 (브레이크가) 7일로 늘어났기 때문에 선수들이 베스트로 올스타전에 임했다. 이런 경기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게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KBO가 해야 할 일이다. 올스타전도 재밌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염경엽 감독의 작심발언이 나온 직후 '고참' 사령탑에 속하는 이강철 감독과 김태형 감독도 연달아 입을 열었다. 먼저 올해 드림 올스타의 사령탑을 맡게 된 이강철 감독은 "계속 참았는데"라고 말 문을 열며 "드림 감독이라고 해서 선수들을 뽑으라고 하는데, 선수들도 눈치를 보더라. 모두 올스타 브레이크가 짧아서 쉬고 싶어서 그러는 것 같다. 이럴거면 더블헤더는 왜 하고, 개막은 왜 당겼나. 더블헤더도 하고 개막도 당겼는데,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줄여버리면 우리 선수들만 죽는거 아닌가. 이건 조금 잘못된 것 같다"고 열변을 토했다.
사실 메이저리그와 일본을 포함하더라도 그동안 KBO리그의 올스타 브레이크가 가장 길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또한 KBO리그 만의 문화라는 것이 이강철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우리가 메이저리그는 아니지 않나. 특히 우리나라는 선수층이 두텁지 않기에 회복하고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왔는데, KBO에 맞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지난 올스타를 생각해보라. 일주일씩 휴식을 주니까 선수들이 퍼포먼스를 비롯해 준비를 잘해오지 않나. 염경엽 감독의 말이 맞다. 똑같이 생각한다. 다른 감독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강철 감독도 염경엽 감독과 마찬가지로 KBO로부터 어떠한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고. 사령탑은 "올스타 브레이크를 줄인다는 소리를 아예 말하지 않았다. 들어본 적이 없다. 지금 우리 팀과 LG, 롯데, NC, KIA 등 대부분의 팀에 선발 투수들의 부상이 있지 않나. 그러면 일주일이라도 쉬면서 조금이라도 회복이 필요하다"며 "프리미어12가 중요하나, 정규시즌이 중요하나. 프리미어12는 어떻게 보면 번외 경기가 아닌가. 나도 드림팀의 감독이기 때문에 말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형 감독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 "염경엽, 이강철 감독님과 만났는데 많이 답답하다. 나도 올스타 감독을 6~7번 정도 했는데, 4일이면 추천 선수로 주전급 선수들이 오지 않으려고 한다. 게다가 선수들이 전력으로 하려고 하겠나. 그러다가 타자들이 쾅쾅 때리면 경기가 안 끝난다. (KBO가) 우리에게 단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염경엽 감독도 이야기했지만, 3일 더 쉰다고 뭐가 달라지나. 이 부분은 너무 아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단 사령탑들은 추천 선수를 선정하는 것에서부터 애를 먹고 있다. 선수 입장에서는 물론 팬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개인 연봉과 직결되는 정규시즌의 성적이 훨씬 우선순위일 수밖에 없다. 특히 주전급 선수들의 경우 팬 투표가 아닌, 추천 선수로 올스타전에 출전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김태형 감독은 "염경엽, 이강철 감독을 만나봤지만, 지금 추천 선수를 뽑는 것이 어렵다"며 "특히 투수들이 전력을 던지지 않는다. 경기도 길어진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팬들을 위한 축제 '올스타전'은 분명 오랜 전통을 갖고 있고, 특별한 행사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선수들이 올스타전에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의 흐름이라면, 올스타전에서도 전력을 다하지 않는 선수들로 팬들은 실망할 것이 분명하며, 전력을 다해서 올스타전에 임할 경우에는 후반기에 질이 떨어지는 경기력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그동안 '잡음' 없이 모두가 웃고 즐겼던 올스타전이었는데, 올해는 뚜껑을 열어보기도 전부터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