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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V리그가 도임한 아시아 쿼터는 첫 해부터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사진은 김연경이 지난 시즌 올스타전에서 태국의 폰푼(왼쪽), 인도네시아의 메가(오른쪽)와 함께 댄스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KOVO 제공

현재 V리그 각 팀은 남자부가 평균 80억 원 이상, 여자부가 평균 60억 원 이상을 매 시즌 운영비로 사용한다. 이 가운데 선수단 연봉 등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훌쩍 넘긴다. 하지만 평균의 함정에 빠지면 안된다. 일부 팀은 이를 훨씬 상회하는 금액을 투자하는 반면 일부 팀은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최소한의 금액 지출을 통해 배구단을 운영하는 상황이다.

각 팀이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2군 운영을 바라보는 온도 차 역시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2022~2023시즌에는 비교적 선수 구성이 풍부한 남자부의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이 ‘체이서 매치’라는 이름으로 사실상의 미니 2군 경기를 운영했다. 체이서 매치는 두 팀의 V리그 정규경기가 열린 직후 팬들이 보는 앞에서 그동안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들이 실전 경험을 나눈다는 의미에서 열렸다. 이후 자체적으로 육성군을 운영했던 OK금융그룹도 체이서 매치에 합류하는 등 소기의 목적을 이뤘다.

하지만 좋은 뜻으로 시작된 체이서 매치는 지속되지 않았다. 참가 팀의 수가 적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 체이서 매치에 참여한 팀들도 경기를 바라보는 시각 차가 있어 결국 몇 번의 이벤트성 경기로 의미가 퇴색됐다. 체이서 매치를 통해 2군 운영의 명암을 확인한 배구계는 아시아 쿼터의 도입으로 다시 한번 2군 도입의 필요성을 공감했다. 하지만 도입 시기와 운영 규모 등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펼쳐지고 있다.

배구선수 출신의 이세호 강남대 교수는 즉각적인 2군리그의 도입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배구계 인사다. 이 교수는 "한국배구연맹과 각 구단은 (2군리그 도입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면서 "외국인 선수를 자유 선발하다가 트라이아웃 방식으로 바꾼 것은 선수 몸 값을 낮추고 그 남은 액수를 국내 선수 육성에 투자하겠다는 약속 때문이다. 이 두 약속을 지키는 것보다 나은 명분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V리그 남자부 OK금융그룹은 아시아 쿼터 바야르사이한과 외국인 선수 레오가 모두 주전으로 활약했다. 아시아 쿼터의 도입과 성공은 V리그에 국내 선수 입지 위축이라는 새로운 고민을 안겼다. KOVO 제공

이 교수는 "2군 운영이 절대적인 답은 아니지만 선수 육성의 자세를 갖고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미"라며 "각 팀이 오랫동안 필요성을 공감하지만 십수년전의 현실에서 한 걸음도 떼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지금의 상황도 2, 3년 뒤에는 또 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2군 운영은) 모두가 성공할 수는 없겠지만 배구를 통해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의미가 크다"는 이 교수는 "2군 운영을 위해 최소 10억 원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으나 중요한 것은 2군 팀을 1군처럼 운영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숙소나 버스, 식사 등에 차이를 두고 2군에서 경기하는 선수 개개인이 책임감을 갖고 사회화하는 과정을 배우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한국배구연맹(KOVO) 워크숍에서 V리그 팀을 대표해 점진적인 2군 운영의 목소리를 냈던 변우덕 우리카드 배구단 사무국장은 "원칙적으로는 2군 운영에 동의한다. 국내 선수의 출전 기회를 마련하는 것은 한국 배구가 당면한 시급한 문제"라며 "하지만 이상주의에 기댄 도입은 오히려 V리그의 건강한 운영을 해칠 수 있다. 2군을 위한 2군 운영은 곤란하다. 건강하지 않은 V리그의 정상화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많은 V리그 구단이 인건비로만 한 시즌 운영비의 50% 이상을 쓴다. 모든 구단이 우승이 목표일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인건비 정상화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한 변 국장은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현재 한 쪽으로 기울어진 구단의 운영 문제를 바로잡은 뒤 연맹, 구단의 집행부가 바뀌어도 유지될 단·중·장기적인 2군 운영의 로드맵을 세우고 따르자는 것"이라고 당장 2군리그의 출범과 운영의 부담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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