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러시아 극북 단편썰 - 북소리
브랜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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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12:41
이 이야기는 "세냐"라는 이름의 내 친구한테 있던 일이야.
작년 8월, 세냐와 친구들이 시골 쪽에 놀러가기로 결정했는데 맥주와 바비큐, 수영복을 챙겨서 놀러간 데가 툴라기노 마을 근처였어.
강 건너편으론 어느 작은 마을이 있고, 마을 뒤쪽에 위치한 버려진 집과 헛간 너머로 한 들판이 있는데, 바로 이 들판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안좋은 소문이 돌고 있었다고 해.
그러거나 말거나 한창 기분좋아진 얘들은 그 문제의 들판 중 한곳에 도착해 자리잡고는 차 안에서 실컷 시끄러운 음악을 튼채로 지들끼리 시시덕거리고 모닥불을 피워 샤슬릭을 맘껏 뜯어댔어.
해질 무렵인가, 희미하게 달빛만이 넓은 들판을 비출 때 세냐는 잠깐 휴식을 취하러 갔다고 하더군.
언덕 아래쪽 들판에 웬 야쿠트족 마줏대 하나가 있었는데 거기다가 표식을 새겼대. (근데 찾아보니 야쿠트족 신앙에서 그런 행동이 그쪽 영혼을 크게 모욕하는 짓이라더라..)
그러고 세냐는 거기서 고요히 서있었는데 누군가가 자길 쳐다보는 거 같아 묘한 불안감이 들더래.
잠시 후, 멀리 어디선가 북치는 소리가 들렸는데 처음엔 조용하게 들리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소리가 자기 쪽으로 다가오듯 점점 커지더래.
그때 세냐는 불안하기도 했는데 한편으로 호기심이 들어서 좀더 귀를 기울여보니까 그게 자기로부터 50보 떨어진 언덕 너머에서 들리는 거 같더래.
그래서 어둠 속에서 소리의 근원으로 다가가려는 순간 갑자기 본능적인 공포가 온몸을 확 덮치더니 누군가 자기 바로 뒤에 서서 목 쪽으로 숨쉬는 게 느껴졌대.
세냐는 죽을 힘을 다해 얘들이 있는 차까지 달렸고 도착해서 자기가 겪은 일을 얘들한테 얘기하니까 갑자기,
둥-! 두둥-!! 두두두둥-!!!
사방에서 북을 무겁게 때려대는 소리가 한꺼번에 들려왔고, 얘들은 전부 시퍼렇게 질려서 차타고 원래 왔던 곳으로 미친듯이 밟았다더라. 그뒤로 세냐는 그 들판으로 얼씬도 하지 않는다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