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비엔나 유학 시절, 내가 살던 아파트 터에 얽힌 소름 돋는 실화

오스트리아 비엔나 유학 시절, 내가 살던 아파트 터에 얽힌 소름 돋는 실화

다섯가지자 2 17

때는 2010년, 내가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유학 갔을 때 겪은 실화다.


​당시 내가 구한 집은 비엔나 2구(Leopoldstadt), Tempelgasse 5 번지에 있는 어떤 아파트(독일어로는 보눙이라고 함)였음.


Screenshot_20260525_141145_Maps.jpg 오스트리아 비엔나 유학 시절, 내가 살던 아파트 터에 얽힌 소름 돋는 실화


​참고로 이 집은 나 혼자 쓰려고 빌린 건 아니었고, 몇 달 뒤에 비엔나로 유학 오기로 예정되어 있던 친한 선배가 있어서, 둘이 월세 반반씩 부담하면서 같이 살려고 일부러 방이 분리된 좀 넓은 집을 내가 먼저 계약해 둔 상태였음.

그래서 선배가 오기 전까지는 이 넓은 집에서 나 혼자 지내고 있었다.


​집 구조가 좀 특이했는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복도가 나오고 왼쪽 첫 번째 문이 화장실, 그 바로 옆에 화장실이랑 똑같은 크기의 작은 창고 같은 방이 붙어 있었음.

거기서 오른쪽 문을 열면 거실이랑 주방이 나오는 구조였고(여기를 나중에 선배 방으로 쓸 예정이었음), 다시 나와서 복도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오른쪽에 샤워실이 따로 있었고, 복도 맨 끝이 내가 쓰던 침실이었음.

​침실 문을 열면 방 한가운데에 침대가 머리 부분만 벽에 붙은 채로 놓여 있었고, 침대 발끝 바닥에는 이케아 양모 카펫이 깔려 있었음.

그리고 침대 오른쪽에는 길쭉한 이케아 한지 조명이, 왼쪽에는 작은 협탁이 있는 방이었다.


​근데 아직 선배가 들어오기 전이라 혼자 지내고 있을 때였는데, 이상하게 평상시에도 거실에서 공부를 하거나 TV를 보고 있으면, 저 멀리 복도 끝 침실에 '누군가가 서성거리고 있다'는 묘한 기운을 종종 느끼곤 했음.

타지에서 혼자 넓은 집에 살다 보니 외로워서 기분 탓인가 싶어 그냥 넘겼는데... 어느 날 밤 진짜 기괴한 일을 겪었다.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 가는 몽롱한 상태에서 잠이 깼음.

가위눌린 것처럼 몸은 무거운데, 침대 발끝 밑에 뭔지 모를 강렬한 존재감이 느껴지더라.

싸한 느낌에 고개만 겨우 들어서 침대 발끝 쪽을 바라봤는데... 진짜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


​거기에 온몸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음.

하얀색의 늘어난 지저분한 사각팬티 한 장만 달랑 입고 있더라.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온몸의 살이 검게 그을리고 녹아내려 있었는데, 중간중간 살점이 터져서 피가 흐르는 게 보일 정도로 끔찍하고 그로테스크한 형상이었음.


​그 화상 입은 귀신이 눈이 마주치자마자 나한테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덮치려 하더니, 나에게 다가오던 그 순간 거짓말처럼 싹 사라져 버렸다.


​그날 이후로 너무 무섭고 소름 돋아서 '아니 대체 이 집 터가 안 좋은 건가?', '예전에 이 방에서 누가 불타 죽기라도 한 건가?' 혼자 온갖 상상을 다 하면서 찝찝하게 살고 있었음.


​그러던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걸어오던 길에 드디어 그 비밀을 알게 됐다.


​내가 살던 아파트 단지가 위에서 보면 'ㄷ'자 모양으로 생겼거든?

그 ㄷ자 구조 한가운데에 작은 중정(마당)이 있는데, 거기엔 유대인 회당(시나고그)이 있었음.

항상 검은 정장에 모자를 쓴 정통 유대인들이 많이 드나들었는데, 왠지 모를 위압감과 무서운 분위기 때문에 난 평소에 그쪽 길로 잘 다니지 않았음.


Screenshot_20260525_135135_Maps.jpg 오스트리아 비엔나 유학 시절, 내가 살던 아파트 터에 얽힌 소름 돋는 실화


​근데 그날은 평소에 우리 집으로 바로 올라가던 메인 출입구 쪽이 공사를 하느라 막혀 있었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평소엔 피해 다니던 유대인 회당 마당과 커다란 기둥이 서 있는 곳으로 돌아서 들어가게 됨.


​무심코 그 기둥 가까이 가보니 기둥 뒤로 수많은 유대인 이름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더라.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안내판에 적힌 역사적 사실을 읽어 내려가는데 손발이 다 떨리더라.


Screenshot_20260525_135231_Maps.jpg 오스트리아 비엔나 유학 시절, 내가 살던 아파트 터에 얽힌 소름 돋는 실화


​알고 보니 내가 살던 그 아파트가 바로 2차 세계대전 직전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가장 큰 유대인 회당(Leopoldstädter Tempel)이 있던 자리였음.


Leopoldstädter_Tempel_1860_Rudolf_von_Alt_Lithographie.jpg 오스트리아 비엔나 유학 시절, 내가 살던 아파트 터에 얽힌 소름 돋는 실화


​1938년 11월, 나치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합병한 직후 이 비엔나 2구를 유대인 게토로 지정했음.

그리고 나치들이 어느날 한밤중에 이 거대한 회당에 들이닥쳐 조직적으로 불을 질러버리고 뛰어나오는 유대인들을 기관총으로 난사해 버린 역사적인 대참사가 일어났던 터였음.


images.jpeg 오스트리아 비엔나 유학 시절, 내가 살던 아파트 터에 얽힌 소름 돋는 실화


​전쟁이 끝난 후, 비엔나 시에서 불탄 회당 자리를 완전히 밀어버리고 유대인 희생자 유족들과 유대인들을 위한 시나고그와 아파트(보눙)를 새로 지은 거였고, 내가 살던 방이 바로 그 학살과 방화의 끔찍한 중심 터 위에 지어진 곳이었던 거임.


​그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지면서 머리끝까지 소름이 돋았다.


​그날 밤, 내가 침대 발치에서 똑똑히 보았던...

한밤중에 회당에 갑자기 치솟은 불길을 피하려다, 혹은 그 급박한 나치들의 습격 상황에 옷도 채 못 챙겨 입고 하얀 속옷 차림으로 뛰쳐나왔다가 나치들에게 붙잡혀 불길 속으로 던져지거나 학살당해 온몸이 불타버린 그 남자.


​내가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상태에서 마주쳤던 그 기괴한 형상은, 수십 년 전 그 자리에서 고통스럽게 숨져간 유대인 희생자의 영혼이 누군가에게 자신의 고통을 알아달라고 울부짖던 외침이 아니었을까 싶다.


​근데 진짜 소름 돋는 건 그로부터 1년 뒤에 일어난 일임.


​내가 그 일을 겪고 1년쯤 지났을 때, 내 동생이 독일어 어학연수를 하겠다며 비엔나 내가 살던 집으로 들어왔음.

그때는 예정대로 선배가 오스트리아로 입국해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나와 선배가 거실을 같이 쓰고 있었고, 동생에게 복도 끝 침실을 내주었음.


​내가 1년 전에 겪었던 귀신 이야기나 이 집터에 얽힌 잔혹한 역사 같은 건 동생에게 미리 말해주지 않았는데, 일부러 얘기 안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살다 보니 나도 완전히 잊어버렸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기 때문이었음.

바쁜 유학 생활 치이다 보니까 그땐 그냥 가위 좀 세게 눌렸나 보다 하고 넘겼던 거지.


​그러던 어느 날 새벽이었음.

거실에서 자고 있던 나와 선배 방으로 동생이 온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완전히 사색이 된 채로 뛰어 들어오더라.


​깜짝 놀라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동생이 울먹거리면서 하는 말이...

침실에서 자고 있는데 이상하게 공기가 싸하고 기분이 이상해서 눈을 떴다는 거임.


​근데 눈을 떠보니, 침대 발치에 왠 온몸이 새까맣게 불에 탄 남자가 서서 자기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는 거임.

동생은 너무 공포스러워서 소리도 못 지르고 겨우 정신 차려서 거실로 도망쳐 나온 거였음.


​동생은 이 집 터에 유대인 회당이 불타고 사람들이 학살당했다는 사실은커녕 내가 귀신을 봤다는 것조차 꿈에도 모르는 상태였는데, 내가 1년 전에 보았던 그 '불에 탄 남자'를 똑같은 방, 똑같은 위치에서 그대로 목격한 거임...


​그때 동생의 말을 듣는 순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잊고 지냈던 1년 전 그 기억이 머릿속을 강하게 스치면서 선배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온몸에 닭살이 돋았음.


​단순히 내가 유학 생활이 피곤해서 본 헛것이 아니라, 그 방에는 정말로 그날의 끔찍한 고통 속에 갇힌 영혼이 여전히 떠나지 못하고 머물러 있었던 거였다.


​지금 생각해도 내 인생에서 가장 기괴하고 소름 돋는 실화임.

2 Comments
오스트리아는 뭐 공부하러 가셨어요?
크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