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비엔나 유학 시절, 내가 살던 아파트 터에 얽힌 소름 돋는 실화
다섯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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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19:19
때는 2010년, 내가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유학 갔을 때 겪은 실화다.
당시 내가 구한 집은 비엔나 2구(Leopoldstadt), Tempelgasse 5 번지에 있는 어떤 아파트(독일어로는 보눙이라고 함)였음.
참고로 이 집은 나 혼자 쓰려고 빌린 건 아니었고, 몇 달 뒤에 비엔나로 유학 오기로 예정되어 있던 친한 선배가 있어서, 둘이 월세 반반씩 부담하면서 같이 살려고 일부러 방이 분리된 좀 넓은 집을 내가 먼저 계약해 둔 상태였음.
그래서 선배가 오기 전까지는 이 넓은 집에서 나 혼자 지내고 있었다.
집 구조가 좀 특이했는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복도가 나오고 왼쪽 첫 번째 문이 화장실, 그 바로 옆에 화장실이랑 똑같은 크기의 작은 창고 같은 방이 붙어 있었음.
거기서 오른쪽 문을 열면 거실이랑 주방이 나오는 구조였고(여기를 나중에 선배 방으로 쓸 예정이었음), 다시 나와서 복도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오른쪽에 샤워실이 따로 있었고, 복도 맨 끝이 내가 쓰던 침실이었음.
침실 문을 열면 방 한가운데에 침대가 머리 부분만 벽에 붙은 채로 놓여 있었고, 침대 발끝 바닥에는 이케아 양모 카펫이 깔려 있었음.
그리고 침대 오른쪽에는 길쭉한 이케아 한지 조명이, 왼쪽에는 작은 협탁이 있는 방이었다.
근데 아직 선배가 들어오기 전이라 혼자 지내고 있을 때였는데, 이상하게 평상시에도 거실에서 공부를 하거나 TV를 보고 있으면, 저 멀리 복도 끝 침실에 '누군가가 서성거리고 있다'는 묘한 기운을 종종 느끼곤 했음.
타지에서 혼자 넓은 집에 살다 보니 외로워서 기분 탓인가 싶어 그냥 넘겼는데... 어느 날 밤 진짜 기괴한 일을 겪었다.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 가는 몽롱한 상태에서 잠이 깼음.
가위눌린 것처럼 몸은 무거운데, 침대 발끝 밑에 뭔지 모를 강렬한 존재감이 느껴지더라.
싸한 느낌에 고개만 겨우 들어서 침대 발끝 쪽을 바라봤는데... 진짜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
거기에 온몸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음.
하얀색의 늘어난 지저분한 사각팬티 한 장만 달랑 입고 있더라.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온몸의 살이 검게 그을리고 녹아내려 있었는데, 중간중간 살점이 터져서 피가 흐르는 게 보일 정도로 끔찍하고 그로테스크한 형상이었음.
그 화상 입은 귀신이 눈이 마주치자마자 나한테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덮치려 하더니, 나에게 다가오던 그 순간 거짓말처럼 싹 사라져 버렸다.
그날 이후로 너무 무섭고 소름 돋아서 '아니 대체 이 집 터가 안 좋은 건가?', '예전에 이 방에서 누가 불타 죽기라도 한 건가?' 혼자 온갖 상상을 다 하면서 찝찝하게 살고 있었음.
그러던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걸어오던 길에 드디어 그 비밀을 알게 됐다.
내가 살던 아파트 단지가 위에서 보면 'ㄷ'자 모양으로 생겼거든?
그 ㄷ자 구조 한가운데에 작은 중정(마당)이 있는데, 거기엔 유대인 회당(시나고그)이 있었음.
항상 검은 정장에 모자를 쓴 정통 유대인들이 많이 드나들었는데, 왠지 모를 위압감과 무서운 분위기 때문에 난 평소에 그쪽 길로 잘 다니지 않았음.
근데 그날은 평소에 우리 집으로 바로 올라가던 메인 출입구 쪽이 공사를 하느라 막혀 있었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평소엔 피해 다니던 유대인 회당 마당과 커다란 기둥이 서 있는 곳으로 돌아서 들어가게 됨.
무심코 그 기둥 가까이 가보니 기둥 뒤로 수많은 유대인 이름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더라.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안내판에 적힌 역사적 사실을 읽어 내려가는데 손발이 다 떨리더라.
알고 보니 내가 살던 그 아파트가 바로 2차 세계대전 직전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가장 큰 유대인 회당(Leopoldstädter Tempel)이 있던 자리였음.
1938년 11월, 나치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합병한 직후 이 비엔나 2구를 유대인 게토로 지정했음.
그리고 나치들이 어느날 한밤중에 이 거대한 회당에 들이닥쳐 조직적으로 불을 질러버리고 뛰어나오는 유대인들을 기관총으로 난사해 버린 역사적인 대참사가 일어났던 터였음.
전쟁이 끝난 후, 비엔나 시에서 불탄 회당 자리를 완전히 밀어버리고 유대인 희생자 유족들과 유대인들을 위한 시나고그와 아파트(보눙)를 새로 지은 거였고, 내가 살던 방이 바로 그 학살과 방화의 끔찍한 중심 터 위에 지어진 곳이었던 거임.
그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지면서 머리끝까지 소름이 돋았다.
그날 밤, 내가 침대 발치에서 똑똑히 보았던...
한밤중에 회당에 갑자기 치솟은 불길을 피하려다, 혹은 그 급박한 나치들의 습격 상황에 옷도 채 못 챙겨 입고 하얀 속옷 차림으로 뛰쳐나왔다가 나치들에게 붙잡혀 불길 속으로 던져지거나 학살당해 온몸이 불타버린 그 남자.
내가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상태에서 마주쳤던 그 기괴한 형상은, 수십 년 전 그 자리에서 고통스럽게 숨져간 유대인 희생자의 영혼이 누군가에게 자신의 고통을 알아달라고 울부짖던 외침이 아니었을까 싶다.
근데 진짜 소름 돋는 건 그로부터 1년 뒤에 일어난 일임.
내가 그 일을 겪고 1년쯤 지났을 때, 내 동생이 독일어 어학연수를 하겠다며 비엔나 내가 살던 집으로 들어왔음.
그때는 예정대로 선배가 오스트리아로 입국해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나와 선배가 거실을 같이 쓰고 있었고, 동생에게 복도 끝 침실을 내주었음.
내가 1년 전에 겪었던 귀신 이야기나 이 집터에 얽힌 잔혹한 역사 같은 건 동생에게 미리 말해주지 않았는데, 일부러 얘기 안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살다 보니 나도 완전히 잊어버렸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기 때문이었음.
바쁜 유학 생활 치이다 보니까 그땐 그냥 가위 좀 세게 눌렸나 보다 하고 넘겼던 거지.
그러던 어느 날 새벽이었음.
거실에서 자고 있던 나와 선배 방으로 동생이 온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완전히 사색이 된 채로 뛰어 들어오더라.
깜짝 놀라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동생이 울먹거리면서 하는 말이...
침실에서 자고 있는데 이상하게 공기가 싸하고 기분이 이상해서 눈을 떴다는 거임.
근데 눈을 떠보니, 침대 발치에 왠 온몸이 새까맣게 불에 탄 남자가 서서 자기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는 거임.
동생은 너무 공포스러워서 소리도 못 지르고 겨우 정신 차려서 거실로 도망쳐 나온 거였음.
동생은 이 집 터에 유대인 회당이 불타고 사람들이 학살당했다는 사실은커녕 내가 귀신을 봤다는 것조차 꿈에도 모르는 상태였는데, 내가 1년 전에 보았던 그 '불에 탄 남자'를 똑같은 방, 똑같은 위치에서 그대로 목격한 거임...
그때 동생의 말을 듣는 순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잊고 지냈던 1년 전 그 기억이 머릿속을 강하게 스치면서 선배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온몸에 닭살이 돋았음.
단순히 내가 유학 생활이 피곤해서 본 헛것이 아니라, 그 방에는 정말로 그날의 끔찍한 고통 속에 갇힌 영혼이 여전히 떠나지 못하고 머물러 있었던 거였다.
지금 생각해도 내 인생에서 가장 기괴하고 소름 돋는 실화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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