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여기에 소설 연재한다. (제목 : 마핸아는남자)(1화)

마핸아는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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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6 02:20:41
마핸아는남자
다음 정거장은 쑥고개입니다. 시내버스 안내방송에 윤재는 찬 창문에 기대고 있던 관자놀이를 잠시 떼고서 하차벨을 누를 채비를 했다.
"오빠, 마핸이 뭐야?"
앞자리에서 한 개의 폰을 같이 보던 여자가 옆의 남자에게 물었다.
"아 중요한거 아니야 몰라도 돼."
"아니 방금 오빠 메신저에 마핸이 맞나요? 라고 떴잖아. 이게 무슨말인데? 그리고 봉천사장은 누구야?"
"아니 중요한거 아니라고, 찾던 맛집이나 계속 보자."
"아니 중요한거 아니면 설명하고 말면 되잖아. 뭐 숨기는거라도 있어?"
"너는 꼭 나한테 숨기는거 숨기는거 하면서 얘기하더라. 내가 뭐 진짜 숨겨볼까? 왜 자꾸 모든걸 알려고 하는거야." 대답하는 남자의 양쪽 귀 뒷편이 점점 빨개지고 있었다.
윤재가 누른 하차벨에서 붉은 빛이 선명했다. 버스가 곧 멈추고 커플과 윤재가 같이 내렸다. 커플은 내리자마자 정류장에 앉아 얘기를 계속하기 시작했다.
"요즘 수상해. 자꾸 피곤하다고만하고, 오빠 요즘 살도 많이 빠졌잖아. 자소서 쓴다면서 자꾸 집에 가는것도 그렇고... 아니 그냥 나랑 카페에서 자소서쓰면 안돼? 왜 자꾸 집에 가서 한다는건지도 이해 못하겠어."
"아니... 집에 가야 집중이 잘 된다고, 연애는 연애답게 하고 나도 내 인생 좀 더 잘 준비하면 안돼? 너한테 뭐 자꾸 얻어먹기만 하고, 이렇다할 선물도 못주는 것도 이제 지친다니까. 잘 준비할게. 진짜 좀만 믿고 기다려줘라. 응?"
두 사람의 대화는 티키타카라기보단 시간을 끌기 위한 롱패스같았다. 각자의 문장이 자꾸 길어졌고, 두 사람은 결국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내야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윤재는 버스정류장에 박힌 두 개의 노선표를 살폈다. 이제 버스를 타고 3정거장만 가면 오늘 방문하기로 한 부동산이 나온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윤재는 커플의 대화에 계속 시달릴 수 밖에 없었다. 먼저와 자꾸와 믿음이 더 많은 횟수로 번지는 대화.
그리고 그 집요한 흐름과 점유율 싸움에서 여전히 달궈지는 마핸이라는 단어. 마핸은 뭘까? 만화를 표현하는 다른 말인가? 아니면 좋지않은 만남과 관련된 은어인가?
국문학을 전공한 윤재의 머릿속에 다양한 유추가 떠올랐다 가라앉다 했지만 딱히 떠오르는 뚜렷한 상이 없었다. 윤재는 오른손에 끼고있던 쥐색 털장갑을 벗겨내고 옷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엄지 손가락만 이용해 검색창에 마핸이라는 단어를 입력했다.
보통 단어를 검색했을 때와 다르게, 낯선 용어에 대한 사전 검색 결과는 나오질 않고 나무 위키의 설명이 액정의 상단을 차지하고 있었다.
마핸(마이너스핸디캡 : 원정팀이 약할 경우 홈팀에 가산점 부여)이 바로 이것. 여전히 알쏭달쏭한 이 풀이 위에 프로토(도박)-나무위키라는 소제목이 달려있었다.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