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장문) 토토 접습니다.

토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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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3 19:04:54
이제 그만하겠습니다.
토토는 길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잠깐의 유희치고는 비싼 값을 치렀을 때도 있었고,
원금 대비 10배로 불렸을 때도, 소액이지만 40배가 당첨되었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결국 손아귀에 남은 건 없었고, 모래알처럼 손바닥을 거쳐 흩뿌려질 뿐이었습니다.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베팅했기에 약간의 금전적 손실은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만,
시간과 열정, 망가진 체계는 너무나 값진 것들이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무얼 그리 열심히 응원했는지, 무얼 위해 격양된 감정을 쏟아냈는지,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참으로 부질없는 짓이었습니다.
부당한 판정과 어처구니 없는 경기결과를 몇 번 경험하다보니 이제는 감정적 격화조차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낙첨의 분노는 이제 짜증으로 낮춰지고, 적중의 기쁨은 이제 잠깐의 웃음으로 바뀌었습니다.
웃긴 일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신중하게 사용할 돈을 쉽게 걸고, 가벼이 생각한다는 게.
이 변화는 타인을 향한 감정으로 이어졌습니다.
경기가 끝나면 선수와 감독을 더이상 존중할 수 없었습니다.
마치 무찔러야 할 적처럼 느껴졌습니다.
몇몇 선수들에겐 아직까지 화가 납니다. 씹새끼들이었습니다.
그렇게 혼자만의 작은 전쟁을 치르면서 인성은 파탄나고 인격이 말살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소액으로, 재미로 토토하던 인간은 존재하지 않고,
작은 자극에는 만족할 수 없는, 금전감각이 상실된 존재.
그건 베팅하는 기계가 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그러니 여기서 멈춰야만 합니다.
아직 이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 그만둬야 합니다.
토토는 백해무익합니다. 많이 딴 몇몇을 제외하고는요.
이걸 진작 깨달았으면 좋았으려만.
이제라도 토토 접습니다.
계속 토토할 토쟁이들은 그래도 재밌게 즐기고,
자의든 타의든 토토 그만 둘 토쟁이들은 함께 이 도박중독에서 벗어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