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째 복음: 신두형은 왜 뛰지 않았는가》

토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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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7 00:46:11
Chapter 1 – 그는 뛸 수 있었다
그는 뛸 수 있었다.
의료 기록도 이상 없었다.
계약서엔 출전이 명시되어 있었고,
그날 그를 막을 부상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단 한 걸음도 걷지 않았다.
나는 그걸 10년째 파고 있다.
그날이, 내 인생을 다 망쳐놨거든.
⸻
나는 스포츠 기자였다.
이름 있는 스포츠 주간지에 다녔고,
대한민국에서 열린 유벤투스 초청 친선전—그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기를 담당하게 됐다.
2023년 7월 22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출전 확정.
확정이었다.
아니, 확정이라고 했었다.
⸻
나는 그날 호날두가 뛸 거라 믿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래서 경기 시작 전,
“첫 슈팅 예상 시간”에 30만 원을 걸었고,
그가 등번호 유니폼을 입고 워밍업할 장면을 찍으려
카메라 렌즈 세 개를 갈아 끼웠다.
하지만 그는 벤치에 앉아 있었다.
45분이 지나고, 60분이 지나도,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관중은 야유했고, 나도 원고를 찢었다.
그날 이후, 나는 해고됐다.
그리고 지금은,
폐쇄된 경기장의 기록실에서 일한다.
아무도 관심 없는 과거 경기 로그와 보도자료, 삭제된 보도 원고를 정리하는 일.
⸻
그런데,
3일 전—
이름도 없는 디지털 파일 하나가
기록 서버에서 튀어나왔다.
파일명은 단 한 줄.
“CR7_Action_Nullified_Protocol77”
그리고 그 밑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남겨져 있었다.
“변수는 제거되었다.
계약 조항 7-7에 따라,
그는 경기의 외부에 머물게 된다.”
⸻
나는 지금
그 날을 다시 파고들기로 했다.
내가 잃은 건 직장도, 명예도 아니었다.
신뢰였다.
그리고 만약
그가 정말
“축구를 하지 않음으로써 무언가를 말하려 했던 것”이라면—
나는 그 말의 뜻을 밝혀내고 싶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