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걱정 말고 쳐”…이우성 일으킨 꽃감독 한마디

[카토커] “걱정 말고 쳐”…이우성 일으킨 꽃감독 한마디

존잘남 0 16

이우성이 지난 1일 대구 삼성전 9회초 역전 적시타를 친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이범호 KIA 감독은 지난 8월3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전에서 경기 중 고개를 돌렸다가 이우성(30·KIA)을 목격했다. 감독·코치들과 멀리 떨어진 반대쪽 구석에서, 다가오는 타석을 앞두고 조용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난타전 속에 KIA가 10-12로 뒤지고 있던 6회초였다.

타자들은 대기타석에 들어가기 전 더그아웃에서부터 방망이를 잡고 가볍게 준비를 한다. 보통은 그 위치가 감독 옆이다. 대기타석과 더그아웃을 연결하는 통로 바로 앞에 늘 감독석이 위치하기 때문이다. 특히 KIA 타자들은 대기타석으로 나가기 전, 감독 곁에서 준비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런데 이우성이 갑자기 정반대쪽, 저 멀리서 혼자 떨어져 연습하는 모습을 감독이 목격한 것이다. 의기소침해진 것이 분명했다.

1루수 이우성은 이날 실책을 했다. 5-2로 앞선 2회말 삼성 선두타자 윤정빈의 땅볼 타구를 뒤로 흘렸다. 이후 와르르, 연속 볼넷을 내놓으며 선발 황동하는 조기강판 했고 KIA는 2회말에만 6실점, 5-8로 역전을 허용했다.

이우성은 이후 타석에서도 볼넷 하나만 골라내며 침묵했다. 뻔뻔하지 못한 이우성의 성격을 잘 아는 이범호 감독은 6회초의 그 모습을 본 순간, 눈치보고 있음을 감지했다. 이범호 감독은 손승락 수석코치에게 “우성이 이리 잡아오라”고 했다.

“실책했다고 그러느냐”는 주위의 말에 “그런 것 아니다”고 결사코 주장하는 이우성을 곁에 끌어다놓고 이범호 감독은 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항상 있던 데서 해야지 왜 거기 있어”라며 그냥 평상시처럼 준비를 시켰다.

이우성은 올해 1루수를 처음 맡았다. 확실한 주전 1루수를 몇 년 간 찾지 못한 KIA는 지난 시즌 뒤 마무리 훈련부터 외야수인 이우성의 1루수 ‘겸직’을 준비시켰다. 이우성은 지난해 처음으로 타율 3할을 쳤지만 규정타석을 채워본 적은 없을 정도로 주전의 삶을 살지 못했다. 많은 경기에 출전할 기회를 갖기 위해 이우성은 고교 시절 이후 처음으로 내야 수비를 다시 몸에 익히려 선·후배를 가리지 않고 내야수들에게 이것저것 다 배워가며 겨우내 땀을 흘렸다.이우성은 현재 KIA의 주전 1루수로 뛰고 있다. 시즌 초반 나성범이 다쳤을 때는 외야도 겸업했지만 주포지션은 1루로 정착되는 중이다. 전반기 이우성은 타율 0.317 8홈런 46타점으로 활약했다. 김도영, 최형우, 나성범의 중심타선 그 뒤를 또 받쳐주는 제2의 중심타자로 KIA 타선을 꽉 채웠다.

그러나 전반기 막바지 허벅지 부상을 당하면서 한 달 이상을 뛰지 못했고 8월초 돌아온 뒤에는 그 흐름이 끊겼다. 복귀후 20경기에서 이우성의 타율은 0.265다.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던 이우성은 아주 중요한 2위 삼성과 맞대결에서 실책까지 하고 대량실점의 빌미가 되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이범호 감독은 묵묵히 노력하는 성실한 이우성, 주전 경력이 짧아 아직은 자신감이 부족한 이우성, 덩치와 달리 마음이 여린 이우성을 모두 잘 알고 있다.

이날 이우성의 기록은 3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끝났지만 KIA는 15-13으로 이겼다. 그리고 이튿날, 지난 1일도 KIA는 6-5로 승리했다.

이범호 감독은 단편적인 결과로 선수를 기용하진 않는 편이다. 전날의 풍파에도 이우성은 7번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우성은 이날 KIA의 첫 타점과 마지막 타점을 직접 올렸다.

경기 초반 이우성에게 이범호 감독은 “걱정하지 말고 치라”고 했다. 하룻밤 사이에 이우성은 훨씬, 다시 밝아져 있었다. “저 이제 타이밍 온 것 같아요” 하더니 진짜로 0-5로 뒤지던 4회초 무사 1·3루에서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첫 타점을 올리고, 5-5로 맞선 9회초에는 2사 1루에서 좌중월 2루타를 때려 결승타점을 올렸다. 3타수 2안타 1볼넷 2타점을 기록했다.

이범호 감독은 “복귀 이후 타격이 안 돼 힘들었을 것이다. 우리 애들이 다 그렇다. 마음이 여려서 눈치보다가도 그렇게 나가면 ‘그래, 이번에는 내가 쳐야 돼’ 하는 애들이다. 그렇게 딱 치고 나면 슬럼프 탈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일 승리 뒤 ‘결승타의 주인공’ 이우성은 “(첫날) 정말 괴로웠다. 타격도 안 풀리고 어제는 수비 실책도 범했는데 오늘도 선발 출전했다. 감독님이 이렇게 믿어주시고 동료들도 위로해주는데 내가 좌절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모두의 믿음에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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